[단독] 폭발·화재·사망 사고 낸 대산 4사… 환경·안전 투자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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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발·화재·사망 사고 낸 대산 4사… 환경·안전 투자 '맹탕'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6.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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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만 바꾼 환경·안전 투자… 대산 4사 8070억 원 ‘꼼수’ 지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통해 과거 비교해보니… 오히려 줄기도
대산4사 안전·환경 투자 합동검증위원회 검증자료.
대산4사 안전·환경 투자 합동검증위원회 검증자료.

지난해 5월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이후 국내 4개 정유·화학 대기업이 내놓은 안전·환경 대책이 사실상 '맹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4개사가 안전·환경 등 분야에 투입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8500여억 원을 분석한 결과 노후시설 개선이나 교체, 시설 점검 등 석유화학 공정 특성상 주기적으로 실행해야만 하는 사항이 대부분이었다.

신규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포장만 바꾼 환경·안전 투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떠나 환경·안전 분야 투자 총액마저도 기존에 홍보하던 투자 금액(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자료)보다 오히려 적었다.

24일 녹색경제신문이 입수한 ‘대산4사 안전·환경 투자 합동검증위원회 검증자료’ 등을 보면 대산공단 4개 대기업인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현대오일뱅크는 총 851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고 3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약속했던 투자 금액인 8070억 원보다 445억 원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2019~2023년 동안 한화토탈 3466억, 롯데케미칼 1004억, LG화학 1872억, 현대오일뱅크 2173억 원을 투자한다. 매년 평균 200억~690억 원 정도로 서산시와 대산 4사는 환경과 안전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확인해 본 결과 총액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자사 공장별로 환경투자금액을 분류해 놓은 롯데케미칼을 살펴보면 2016~2018년 3년 동안 대산 공장의 환경관리 운영비에 평균 211억 원을 투자했다. 환경투자비 명목으로는 평균 208억 원이 들어갔다. 두 항목의 합계 금액이 419억 원으로 2019~2023년 동안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평균 금액인 200억 원을 2배 넘게 웃도는 수치다.

각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살펴 본 LG화학(위)과 롯데케미칼(아래)의 2016~2018년 환경 투자 금액.
각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살펴 본 LG화학(위)과 롯데케미칼(아래)의 2016~2018년 환경 투자 금액.

한화토탈과 현대오일뱅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없어 이전 활동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찾기 힘들었다.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측에서는 투자 계획 발표 때부터 기존에 해오던 투자에 약간 더 추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해 온 바 있다. 새로울 게 없는 '꼼수 전력'이라는 지적이었다. 계획한 8000억 원가량이 전액 신규 투자가 아니라 기존 투자에서 일정 부분을 추가하거나 포장만 바꾸는 식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세부 내역을 보더라도 이런 의문은 이어진다. 안전 투자 항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NCC 코일, 열교환기 등 교체, 전 공장 배관·설비 설비위험도(RBM)와 배관관리(PM) 검사, 저장탱크 안정성 검사, 공장 정기점검 등이 석유화학 기업 특성상 기존에도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항목이라서다.

대산 4사 대기업 중 한 곳의 노조 관계자는 “저장탱크나 설비 점검, 노후 설비 교체 등은 평소에도 기간을 정해놓고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번 안전·환경 개선 계획 때문에 한 게 아니더라도 원래 해야 하는 상식적 부분들도 모두 내용에 포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열린 대산4사 안전·환경 8070억원 투자 합동검증위원회 모습. [사진=서산시]
지난 5일 열린 대산4사 안전·환경 8070억원 투자 합동검증위원회 모습. [사진=서산시]

문제는 해당 내역을 검토하는 합동검증위원회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포함돼 있지 않다 보니 이런 사실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위원회에 속한 위원 A씨는 “이번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새롭게 더 투자하는 내용이 약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도 “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상 공개된 자료가 사고 이후인 2019~2023년 내용밖에 없어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4곳 중 2곳만 갖추고 있는데다 그마저도 세부 내역은 공개돼 있지 않다.

또 다른 위원 B씨는 “현장 점검을 들어가면 언제 뭘 했는지 알기 어렵고, 회사 측이 이런 시설들을 전반기에 했다고 하면 가서 보는 것”이라며 “이전에 어떻게 했는지 내역이 나와 있는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안전·환경 투자 계획 발표가 기업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 정도로 의의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설립된 지 30년 가까이 지난 대산공단 내 대기업들이 안전·환경 분야 활동 내용과 투자 금액을 공개한 게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위원 C씨는 “정확한 항목은 알기 어렵더라도 이렇게 자료화한 것만으로도 전에는 하지 않았던 내용인 만큼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업이 이렇게 체계화시켜 놓은 만큼 다음에는 좀 더 꼼꼼히 검토하고, 내용을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다만, 올해에도 대산 공단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측에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롯데케미칼 나프타 분해공장(NCC)에서 폭발 사고, 지난 4월 현대오일뱅크 악취 발생, 지난 5월 LG화학 촉매센터 화재 사고 등 대산 4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적 검토와 분석, 기존 정책과의 비교 등 기업과 지자체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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