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수사심의위 결과에 국민적 관심 쏠리는 이유...'사법 리스크'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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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수사심의위 결과에 국민적 관심 쏠리는 이유...'사법 리스크' 분수령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19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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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수 전 대법관, 심의위원장에서 빠져...검찰과 변호인단 유불리 시각차
- 재계 관계자 "검찰 수사는 사실상 지난 2016년 이후 5년간 지속됐지만 기소 못해"
- 26일 심의위원 14명 '7대7' 동수 나오면 부결...검찰, 불리한 위원 배제 이용할 듯

오는 26일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국정농단 등과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린 검찰수사위에서 판단이 향후 법원에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운명을 걸고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9일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구속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재벌가 관련 초유의 일이라서 검찰로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고 안좋은 선례가 될 수 있어 고민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조계에서도 이러한 검찰수사심의위는 경험해보지 못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국민이 검찰수사심의위 제도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이같은 '이재용 사례'가 자주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던 2018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셀프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다.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등의 적합성을 검찰이 아니라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외부 전문가로부터 판단받아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는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는 측면이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가 탄생한 지 2년여 만에 검찰의 '자충수'가 된 상황이 됐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자 검찰은 곧장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가 수사 자체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외부인의 의견을 구했는데, 검찰이 이를 듣기도 전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강한 ‘구속’ 시도라는 선수를 친 것은 검찰수사심의위 제도 취지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고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검찰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11일 열린 중앙지검 부의심의위에서 이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이 보낸 이재용 부회장 사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요청서를 접수하고 지난 12일 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가 중 15명을 추첨해 심의위에 나섰으나 양창수 전 대법관의 삼성과의 친분설이 나왔다.

그러자 양창수 전 대법관은 16일 검찰수사심의 현안위원회(수사심의위)에서 위원장 직무 수행을 회피하겠다고 밝혔다.

양창수 전 대법관 [사진 연합뉴스]
양창수 전 대법관 [사진 연합뉴스]

양창수 전 대법관은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함께 수사 선상에 오른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자신이 친구관계라는 점이 대검찰청 예규가 정하는 위원장 회피 신청의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수사심의위는 현안위원 중 1명이 직무 대행을 맡게 되면서 표결 참여 인원이 14명으로 줄었다. 자칫 찬성과 반대가 '7대 7'로 동수를 이루는 상황이 발생하는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검찰 측은 '7대 7' 동수가 나오면 해당 안건은 부결된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심의위가 종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으로서는 8대 6 이상의 표결을 얻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원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된 위원 풀(pool)을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이 선발돼 현안 위원회를 구성한다. 양창수 전 대법관이 빠지면서 이번 심의위는 처음으로 14명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검찰수사심의위는 10명 이상의 위원이 사안을 심의한 뒤 심의 결과에 대한 심의의견서를 작성해 주임검사에게 송부하게 된다. 수사심의위에는 양측이 30쪽짜리 의견서를 제출하고 각각 30분에 걸쳐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측과 검찰은 운명을 건 승부에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이 심의위원들의 설득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심의위는 2주 안에 이재용 부회장 기소가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검찰수사심의위 결과에 따라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일반 시민들이 판단하기엔 삼성의 불법 승계 의혹이라는 사안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록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다"며 "수사심의위에서 사안을 다루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됐고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을 받고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냈다는 것.

양창수 전 대법관이 '이재용 수사심의' 위원장 직무를 회피하면서, 검찰이 삼성과의 '3라운드' 전초전에서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변수 하나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와 부의(附議)심의위원회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터라 지난 1년7개월간 이어온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위원장 외에 현안위원들에 대해서도 명단을 살펴본 뒤 기피 신청 여부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양창수 전 대법관 사례로 인해 다른 위원들 역시 논란이 불거질 경우 위원직을 수행하지 않을 수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불리한 요소들을 추가로 줄이는 수단으로 이용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양창수 전 대법관을 둘러싼 논란이 나올 때부터 불편한 상황이었다.

변호인단은 사건의 본류에서 벗어난 논란이라고 지적하고 양창수 전 대법관이 삼성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지도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위원장 교체는 '수사심의위 흔들기'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측에도 불리한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요인을 제거했기 때문에 수사심의위 판단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창수 전 대법관 관련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수사심의위가 개최되면 그 결론을 두고서도 말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도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해 다투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수사심의위는 현안 논의에 앞서 위원장 대행부터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26일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에서 운명은 건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검찰 수사팀은 주임검사인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을 필두로 현안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구속영장 심사 때 논란이 됐던 '물증'을 갖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프로젝트G' 등 문건을 내세워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이 부회장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을 수차례 조사하면서 관련 진술도 확보했다는 점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검찰이 제시하고 있는 물증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위기 속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는 주장과 함께,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논리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현안위원회에선 변호인단과 검찰이 각각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30분 이내에 의견진술도 가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모습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검찰 수사는 사실상 지난 2016년 이후 5년간 지속됐다"며 "그러나 검찰은 그간 기소도 하지 못하다가 최근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여부가 나오자 그때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그간 확실한 물증이 있었다면 이미 기소를 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현안위원회가 과반수 찬성 의결로 내리는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검찰은 이 부회장 사건에 앞서 2018년부터 8차례 열렸던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안을 모두 수용한 바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5일에 반도체, 스마트폰 담당 사장단과 릴레이 회의를 갖고 위기극복 전략을 점검하는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여러 사업부문 사장단과 하루 동안 잇따라 사업점검 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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