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세 가지 인터넷과 그린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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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세 가지 인터넷과 그린뉴딜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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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제레미 리프킨 교수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화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제레미 리프킨 교수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화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지금 전 세계 시스템은) 소유에서 이용으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공급자와 사용자로 변화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 경제학자가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이어 “부의 척도로 사용했던 국내총생산(GDP) 대신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전환 중”이라고도 했다. 리프킨 교수는 ‘그린뉴딜’의 지향점으로 이런 흐름을 지적했다. 과연 우리나라가 ‘그린뉴딜’을 외치고 있는데 준비가 잘 돼 있을까. 경제체제 곳곳에서 여전히 우리는 ‘이용보다는 소유’ ‘삶의 질적 요소보다는 자본의 총액’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질적 요소보다는 양적 요소에 더 몰입해 있다.

영국의 1차 산업혁명(증기인쇄+석탄+기차), 미국의 2차 산업혁명(라디오와 텔레비전+석유+자동차)에 이어 3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두고 리프킨 교수는 “3대 인터넷이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대 인터넷이란 웹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인터넷,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인터넷, 전기와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운송인터넷을 일컫는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잘 준비된 국가라고 리프킨 교수는 진단했다. 리프킨 교수는 “SK와 같은 세계적 통신회사와 삼성과 같은 세계적 전자제품 회사가 있다”며 “여기에 현대·기아와 같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 회사도 있고 필요한 것은 모두 갖췄다”고 추켜세웠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음에도 한국은 매우 뒤처져 있다”며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화석 연료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 중 하나이고 한국은 여전히 구식 에너지 체제에 묶여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강국으로 꼽힌다. 다만 창조적 인터넷보다는 소비 지향적 인터넷(게임 등 서비스)에 편향돼 있다는 게 문제다. 전력부문은 더 심각하다.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 공급을 독점하면서 재생에너지 시대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운송 부문도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데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아직도 내연기관에 집착하다시피 한다.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들이 이들 업체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3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그린뉴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지금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리프킨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의 중앙 정부가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규범·규제·기준의 정립과 조정을 담당하면 지역에서는 '수평적 협의체(peer assembly)'를 설립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er Assembly’란 전환 과정의 각 단계에 즉각적으로 참여하고 의견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수평적 협의체를 말한다.

그린뉴딜은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이 아니다. ‘상생을 위한 합리적 시스템’ 마련에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더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평적 협의체’ 설립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정부와 기업체들은 어떤 시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을 향해 ‘님비(NIMBY, 지역 이기주의)’라며 비아냥거리고 비판한다. 지역 이기주의로 주민을 몰아붙이기 전에 해당 지역 주민과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치열하게 소통하려고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린뉴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상생을 위한 합리적 시스템’은 특정 기업과 개인에게 ‘부의 집중’이 아닌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상생’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리프킨 교수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대로 소개해 본다.

“메르켈 총리가 당선됐을 때, 저에게 첫 몇 주간 베를린으로 와 자신의 임기 동안 독일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총리님, 기업들이 중앙집중화된 커뮤니케이션,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기반을 둔 에너지, 내연기관을 사용한 도로, 철도, 수상과 항공 운송에 기반을 둔 20세기의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 묶여 있는데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겠습니까?”

리프킨 교수가 당시 메르켈 총리에게 한 대답은 지금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된다. 리프킨 교수가 지적한 ‘(그린뉴딜에 대해)한국은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 매우 뒤처져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물론 기업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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