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스플레이어가 코스플레이어에게..."행사, 꼭 참가해야겠습니까?"
상태바
[기자수첩]코스플레이어가 코스플레이어에게..."행사, 꼭 참가해야겠습니까?"
  •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6.11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 되고 있고 확진자는 지난 이태원 클럽 감염사태 이후 나날이 늘어만 가고있다. 이 와중에 기자는 지난 8일 서울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줄여서 시카프가 행사를 강행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물론 시카프 외에도 서울디저트페어, 부천국제만화축제도 행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송출된 기사가 SNS에서 450회 정도의 작은 리트윗을 기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코스플레이어들의 동향을 살펴봤다. 당연하게도 참가를 자제하자는 이들도 있었지만 참가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시카프 측에서는 방역과 열화상카메라, 손소독제, 마스크 필수 착용과 더불어 전시장 입장 인원을 제한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자 하지만 이것만으론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서울디저트페어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공지에 따르면 마스크 필수착용, 손소독제와 환기시설, 안전요원만 준비된 상황이다. 관람객 인원 제한이나 열화상 카메라도 없으며, 전시관이 축소되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코스플레이어들이 메이크업이나 캐릭터 재현도를 이유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으며, 코스프레 특성상 참가한 어린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 일도 많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이 문제는 코스플레이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스플레이어를 강조한 것은 상기한 이유들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자가 행사에 방문한다면 행사장 내에서는 코스플레이어가 가장 전파되기 쉬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방문객이나 부스를 연 업체 직원들과 애니메이션과 학생들, 자원봉사자들의 안전도 위험할 것이다.

기자도 태어나서 처음이자 18년째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는 코스플레이어로서도 처음 겪는 국가적 비상사태다. 당연히 마음 한켠에는 "나는 안걸리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날아드는 안전 안내 문자와 집에서 기다리는 만삭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면 "혹시 내가 무증상 감염자는 아닐까?", "출퇴근 지하철은 안전할까?" 등등 격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기자가 아닌 같은 코스플레이어로서 행사에 참가하려는 코스플레이어들에게 얻는게 무엇인지 묻고싶다. 단순히 자기만족과 행복을 위해서 간다면 과연 이태원 클럽 감염자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혹시모를 코로나 전파로 인해 언론과 일반인들이 쏱아내는 코스프레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비난과 질타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지금은 "설마 걸리겠어?"가 아닌 "혹시 걸린다면?"을 생각해야 할 때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시기를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 다함께 모여서 즐겁게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진 '집코'나 '개인촬영'으로 아쉬움을 달래보자.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