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안기금 1호' 전망에도 경영정상화 '안갯속'...인건비 부담 '딜레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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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안기금 1호' 전망에도 경영정상화 '안갯속'...인건비 부담 '딜레마' 빠져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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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기안기금 지원 1호 유력...1조 규모 관측
- 정부 지원 조건, 고용유지비율 90%·6개월 유지...업종 특성상 부담 커
- 포스트 코로나 대비, 업계 재편에 따른 영향력 강화 등 인력 유지 필요성도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속 자금난과 인력 조정 사이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회사가 경영난으로 휘청이면서도 정부 자금 지원 조건과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에서 고정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손대기가 어려워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오는 11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지원업종과 심사기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신청기업 접수는 이르면 다음주 시작되는데, 대한항공이 기안기금의 첫 지원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원 규모는 1조원 안팎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기안기금 지원 대상을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인 항공업과 해운업 등으로 결정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정부의 자금 지원 조건이다. 정부는 기안기금 지원에 (5월 1일 기준) 근로자 수를 최소 90% 이상 6개월간 유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업계에선 해당 고용유지 조건이 대한항공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바라본다. 항공업 특성상 고정비 가운데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운항률이 떨어질 경우 고정비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급속도로 심화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매달 인건비·리스료 등 고정비로 40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올해 만기 차입금 규모가 약 4조원에 이르는 등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금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이의를 제기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

금융위원회 비상금융과 관계자는 9일 기자와 통화에서 "(기안기금 지원 조건은) 세부사항이 논의된 후 일부 가감이 있을 수 있지만 고용유지비율 90%가 원칙"이라며 "기준 자체를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PV(특수목적기구) 지원에 관해선 "아직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한 검토 계획이 없지만 회사 측에서 지원 요구가 들어온다면 논의할 부분은 된다"고 덧붙였다. 

저신용 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SPV는 기안기금과 달리 고용유지 조건을 달지 않았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휴직의 경우 피보험자로 집계되는 데 문제가 없다. 현재 대한항공이 경영악화에 따른 자구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순환휴직 제도가 기안자금 수혈로 인해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유급 휴직 등 출근을 안 해도 되는 조건이라면 대한항공이 90% 고용유지 조건을 맞추는 게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사진 대한항공]

◇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국제선 운항률 한자릿수, 하반기 전망 '안갯속'

대한항공은 2분기 항공화물 부문이 급증하면서 한시름 놓은 모습이지만, 향후 업황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국제선 운항률이 6%로 추락했다. 회사 측은 이달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재개, 운항률을 10% 넘긴다는 계획이지만 다수 국가들의 입국통제 조치로 국제선 운항이 빠르게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 2차 유행'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기업으로선 고정비 최소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에 비해 올 1분기 기준 300명 이상 인원이 줄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선 여객 공급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제공]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대한항공의 현 상황에 대해 "현장에 나가보면 여객기 절반 이상이 운영을 못하고 있다. 객실 승무원만 7000명인데 비행기가 안 뜨는 상황에서 사무실에 나올 필요도 없고, 나와 있을 공간도 없다"면서 "미국과 달리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휴직 제도를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 실적이 (시장 우려에 비해) 선방하고 있는 것도 화물 물동량 증가뿐만 아니라,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는 주요 항공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이 국내 1위 항공사로서 업계 내 영향력과 그에 따른 역할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 대한항공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숙련된 인력의 비중과 전체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그때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서울시가 회사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공급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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