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당신은 ‘로켓배송’을 포기할 수 있는가?... 물류 방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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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당신은 ‘로켓배송’을 포기할 수 있는가?... 물류 방역의 딜레마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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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혼란기에도 사재기 없었던 이유는 정확하고 빠른 물류시스템 덕
물류센터 집단 감염의 우려 없애려면 소비자도 ‘기다림의 미덕’ 발휘해야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코로나19의 소규모 집단 감염 클러스터가 됐던 쿠팡 부천센터 등 물류센터에 대해 정부가 현장 점검 등 지속적인 관리를 진행 중이다.

9일에는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이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을 찾아 방역활동을 참관하며 더운 날씨에 구슬땀을 흘리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감염병 예방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강조했다.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은 고객들이 주문한 택배상품들이 전국으로 수송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분류하는 중심 거점이다.

손명수 차관은 대전 허브터미널에 마련된 선별문진소를 비롯해 택배 분류장소, 식당, 건강관리실 등 현장 곳곳을 방문했으며 △방역관리자 지정·운영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종사자 연락망 구비 등 방역수칙 교육·홍보 △출·퇴근 시 체온 측정 △사업장 내 종사자 마스크 착용 관리 △손소독제 구비 △택배운반차량일 1회 소독 등 시설물 및 방역용품 관리 △작업장 및 상하차장 일 2회 이상 환기 시행 여부 등 방역 준수사항을 집중 점검했다.

9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해당 터미널은 작업자 및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방역 사항을 철저하게 준수해 오고 있다. 자체 선별문진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작업자들의 최근 방문 지역, 유증상자 접촉 여부 등에 대한 자가진단 문진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작업자 전원을 대상으로 매일 2회 체온 측정을 실시해 이상증세를 초기에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마스크,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을 지급해 개인위생활동을 강화하고, 식당, 휴게실 등 취식공간에 비말 불침투성 재질의 칸막이를 설치해 집단 감염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 분류작업 공간과 통근 버스를 매일 2회 소독하고 있으며, 기존 밀폐형 흡연 장소를 개방형으로 개조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흡연 위치를 지정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예방 활동을 펼쳤다.

이런 조치들은 CJ대한통운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확진자가 발생했던 쿠팡과 마켓컬리 등 물류/배송 시스템을 갖춘 이커머스 및 물류 기업들이 모두 경각심을 갖고 다시 한 번 방역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물류기업들이 방역을 강화한다고 해도 물류센터가 수많은 단기 노동자들이 강도 높게 근무하는 ‘극한 알바’의 상징임은 변하지 않는다.

근원적으로 이들의 업무 강도가 낮아져야 근무자들이 숨이 턱에 차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폭염 속에 육체노동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안전은 필수’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내 코와 입을 막고 있는 마스크가 그 순간 얼마나 성가신 물건이 되는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됐을 때 외신은 사재기가 없는 우리나라의 풍경을 신기해하며 부러워했다. 우리는 기이한 풍격의 원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택배 시스템 덕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오늘 주문하면 적어도 내일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쿠팡을 비롯한 지금의 이커머스 기업들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신뢰의 바탕에는 ‘극한 알바’를 마다하지 않는 물류센터와 택배 노동자들의 공이 있다.

이들이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기업들의 방역 강화는 물론, 소비자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해소될 때까지 로켓배송에 대한 기대를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면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업무 강도도 그만큼 낮아질 수 있고, 스스로 마스크 등 방역 지침을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물류기업도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해를 부탁해 보길 권한다. 물론 일부 물류기업들의 성공 요인이 ‘빠른 배송’에 있었음을 모르지 않지만, 지금은 그 장점보다 안전이 훨씬 중요할 때다.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조금씩만 불편함을 감수해 보자.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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