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손든 문 대통령, 질본 '무늬만 승격' 논란에 '전면 재검토' 지시...조직개편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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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손든 문 대통령, 질본 '무늬만 승격' 논란에 '전면 재검토' 지시...조직개편 진통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0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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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출신이 만든 조직개편안… 복지부 '기획조정실'과 질본 '기획조정부장'
- 질병관리청 연구기능 확보 전망…국립보건연구원 효과적 운영 두고 고민 이어갈 듯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청 승격 과정에서 연구기능이 보건복지부에 빼앗길 우려가 일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인상적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게 됐다. 

하지만 연구기능을 보건복지부에 빼앗길 상황에 처해 ‘무늬만 승격’이란 논란이 발생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문 대통령이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질본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면서 질본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연구소 소속을 복지부로 바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질본은 연구기능과 예산, 인력을 잃게 돼 승격이 별다른 의미가 없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하는 정은경 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 관련 설명하는 정은경 본부장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연구소 이관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소는 질본이 청으로 승격한 뒤에도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남을 전망이다.

질본이 청으로 승격하면 청장은 국장급 6명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갖게 되며, 예산도 독자적으로 편성하게 된다.

정은경 본부장과 질본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말 그대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과 비교해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건 정 본부장과 질본의 공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한미군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정 본부장과 질본을 향해 “정말 위대하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과 질본은 4·15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한 요인으로도 꼽힌다.

특히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한 데도 정 본부장과 질본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정부가 지난 3일 입법을 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 내에서 폐쇄적이고 일방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질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기 의원은 “질본을 무늬만 청으로 독립시키는 게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감염병 예방·관리·연구·집행 기능이 사실상 질병관리본부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본이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질본 승격을 포함한 조직개편안 작업을 복지부의 기획조정실장과 질본의 기획조정부장이 함께 했다"고 한 매체에 전했다.

질본의 기획조정부장도 복지부에서 온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다.

사실상 복지부의 부처이기주의로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 이관이 결정됐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질병관리본부 [사진 연합뉴스]

한편, 질본 승격 관련 최종 개편안이 나오기까지는 의견수렴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됐던 연구기관은 국립보건연구원이다. 질본을 승격한 질병관리청에 현재처럼 그대로 둘 것인지, 복지부로 이관할 것인지를 둘러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 개편안에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소속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때문에 질본을 '무늬만 승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산하기관이 다른 부처로 옮겨가면 인력과 예산도 감축될 수밖에 없다. 질본의 현재 정원은 907명, 예산은 8천171억원이지만, 현재 개편안에 따라 국립보건연구원(정원 127명, 예산 1천420억원)이 빠지면 정원은 780명, 예산은 6천751억원으로 줄어든다.

또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밑으로 들어가면 자칫 복지부 출신의 '자리채우기용' 산하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개편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렸다.

행정안전부와 복지부, 질본 등 관계 부처는 다시 조직 개편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안인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 아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을 감염병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는 당초의 개편안 취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감염병 치료제·백신 개발뿐 아니라 유전체, 줄기세포 등 보건의료 기술개발 분야도 다뤄야 하는데 보건의료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는 곳은 복지부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기능이 복지부의 바이오헬스산업 등 보건의료 사업이나 정책 등과 함께 추진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 역시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은 청의 소속기관 형태보다는 복지부의 직접 소속기관으로서 질병관리청과 같이 2개 (기관이) 공동으로 발전·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 바 있다.

다만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에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감염병 관련 역학분야 연구 강화와 함께 만성질환이나 미세먼지·전자담배 등 각종 중독물질로 인한 건강피해 대응 등의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논의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구기능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전반을 포괄하면서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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