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3폭(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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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3폭(暴) 시대’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6.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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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는 앞으로 폭염은 더 길어지고, 더 잦고, 더 집중될 것이고, 더 일찍 시작되고, 더 늦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WMO]
WMO는 앞으로 폭염은 더 길어지고, 더 잦고, 더 집중될 것이고, 더 일찍 시작되고, 더 늦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WMO]

비가 오면 폭우가, 바람이 불면 폭풍이, 더위가 오면 폭염이 몰려오는 시대이다. 이른바 ‘3폭(暴)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여기에 가뭄이 오면 ‘메가 가뭄’이, 산불 나면 ‘대형산불’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인류를 위협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발병이 증가하는 것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19(COVID-19)와 철저한 싸움을 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가운데 이미 수십만 명이 숨졌다. 수백만 명이 감염됐다. 감염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기후위기는 이 같은 코로나19보다 100배는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제때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수천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은 어딜까. 가장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지역에서 감염을 차단하지 못하면 감염 확산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도 다르지 않다. 아주 작은 단위의 지방정부에서 먼저 대응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계산조차 불가능할 정도이다.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국내 219개 기초지방정부가 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 비상선언 선포식'을 연다.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우리나라 전체 226개 기초지방정부 중 219개 지자체가 선언문에 서명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다진다.

2100년, 즉 21세가 끝날 때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기온이 2도 정도 상승하면 지구는 더는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 수준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기후위기는 지금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열대성 폭풍인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풍이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등 여러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가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이뿐만 아니다. 히말라야, 안데스, 알프스 등 고산지대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원까지 위협받고 있다. 올해 북반구에 매우 강한 폭염이 몰려올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는 경고했다.

현재의 재난을 막고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Net-Zero)’에 도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190여 개국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선언문에 동참한 219개 기초지방정부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86% 이상은 에너지 부문”이라며 “국가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시스템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고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에서부터 건물, 교통, 폐기물 관리 등 에너지 소비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재난에서 보았듯이 기후위기와 재난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주체는 지방정부”라며 “기후재난에 취약한 약자들을 위해 적응계획을 실행하는 주체도 지방정부이고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시민들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지방정부의 이번 선언문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단지 선언문에만 그치지 않고 실체적 기후위기 대응 실행계획으로 뻗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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