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신동빈 '5인5색' 현장경영,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성장동력 확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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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신동빈 '5인5색' 현장경영,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성장동력 확보 총력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5.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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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문 발표 후 중국 시안 방문 등 광폭 행보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비전에 사활
- 최태원 SK 회장, 언택트 시대 대비 및 사회적 가치 확산 솔선수범
- 구광모 LG 대표, LG화학 잇달 사고에 사과 등 위기관리 및 미래 먹거리 강조
- 신동빈 롯데 회장, 주말 현장경영 행보 및 주1일 재택근무 도입 등 혁신 나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두문불출했던 주요 그룹 총수들이 위기극복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현장경영 행보에 나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계 총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속 정중동(靜中動) 행보에서 벗어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5대 그룹은 서로 처한 상황이 달라 총수들의 행보도 '5인5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은 코로나19 진원지였던 중국에 총 1000명 이상을 급파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재개했다. 앞서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14일간의 자가격리 면제 등 기업인들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신속통로' 제도에 합의했다.

지난 3일에는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인력 240여명이 중국 장쑤성과 난징으로 출국했다. 10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와 협력사 직원 215명이 톈진으로 들어갔다. 20일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 170여명이 광저우에 도착됐다. 21일 SK이노베이션은 120여명의 기술진을 장쑤성 옌청으로 파견했다. 22일 삼성전자와 삼성SDI 인력 300여명은 시안에 추가 투입됐다.

주요 기업은 각국에서 이동 제한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 생산기지 가동을 재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도 주정부와 협의를 통해 이달 초중순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다. 

(좌로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

특히 주요 그룹 총수들은 위기 극복에 앞장 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적극적인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국내외 광폭 행보는 국민적 관심사가 될 정도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겠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중점 논의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차세대 전지다.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재계 1위와 2위 총수가 공식 면담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17~19일 3일간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냉전 등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평택사업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평택 파운드리 생산라인 공사는 이미 시작됐고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작년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화성사업장 EUV 생산라인을 찾아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 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당부한 바 있다.

삼성은 미국 등에서 해외 추가 투자 발표와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아산 사업장에서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는 검찰 소환 조사 이후 더욱 보폭이 커질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직접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자리에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이 동행했다. 미래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개발 현황과 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미래차 비전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차에 대한 야심찬 포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심장부인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로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2일 현대차는 본사 로비에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허브, 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미니어처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구상해온 미래 모빌리티가 적용된 미래 도시의 모습이다. 이 전시물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발표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자, 인간 중심의 역동적(Vitalize)인 미래도시를 구현하는 핵심 솔루션들이다.

UAM은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고 PBV는 도로 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두 종류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미래도시 전역에 설치될 허브와 연결돼 모빌리티 생태계를 형성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했다”며 “UAM과 PBV, 허브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행보도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오는 6월 유럽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는 중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유럽 런칭은 정 수석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

정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글로벌 경영을 활발히 펼쳤다. 1월에는 CES 2020 참석에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최고경영자(CEO) 총회,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잇달아 참석했다. 2월에는 자동차 사업 점검차 미국을 방문했다. 

최근 현대차는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방위 협력체제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는 20일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옥천허브터미널에서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뿐만 아니라 CJ대한통운, 쿠팡이 함께했다. 

내년부터 2년 동안 10톤급 수소 화물차 5대를 대상으로 군포-옥천 구간과 수도권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수소전기 화물차는 1회에 45㎏을 충전해 500㎞를 달릴 수 있다. 수소전기차 사업을 승용차에서 상용차까지 확대한 셈이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 14일 서울시 택시사업자 등과 수소택시 시범사업 MOU를 맺었다. 서울시 택시사업자인 대덕운수, 유창상운은 이달 중 각각 5대의 넥쏘 수소택시 시범운행에 들어간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해 스웨덴 및 이스라엘 수소 기술 회사들과 연이은 협력으로 '수소 드라이브'를 걸었다.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개발 등 혁신기술을 상용화시켜 제조원가와 수소 생산 비용을 대폭 낮춘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언택트 시대에 대응한 전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회와 구성원을 위한 안전망을 새로 짜야 한다"며 "생존을 위한 R&C(자원과 역량) 확보와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회적 가치 비전

또한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중국과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 해외 8개 지역 주재 구성원들과도 화상 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경영 현안을 점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2공장 설립을 위해 8900억원 출자를 결의했다. 최 회장의 대규모 배터리 투자 프로젝트 일환이다. 

최 회장은 지난 달 그룹 창립 67주년 화상 추모사에서는 선대 위기 극복 DNA를 통한 100년 기업 성장 의지를 내비쳤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SK는 지난 24일 스타스테크를 비롯한 200개 기업이 2019년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해 598억원 상당의 사회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고 전했다. 이에 이들 기업에 인센티브 106억원을 지급했다.

최 회장은 "초기에는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것에 대한 외부 우려도 많았으나 이제 국내 공공기관들과 중국 정부기관, 글로벌 기업들까지 화폐가치 측정을 연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5년간은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정책화 방안을 연구하고 해외에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구광모 LG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미래성장동력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 사고 현장을 헬기편으로 직접 방문해 사과하고 안전 대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LG화학의 잇따른 국내외 사고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

구광모 LG 대표(우)와 사장단

구 대표는 "기업은 경영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 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순간에 몰락한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특히 LG는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에 나섰다. LG전자는 올해 말 구미 사업장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길 계획이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TV 공장을 아시아 TV 생산거점으로 육성, 구미사업장은 TV 마더 팩토리이자 컨트롤 타워 역할에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공장 이전 과정에서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구 대표가 위기 극복 의지와 함께 글로벌 도약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도 빨라졌다. 

신 회장은 지난 23일 오후 잠실 롯데월드몰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어드벤처, 롯데마트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신 회장은 소수 수행원만 대동하고 현장을 둘러봤다. 신 회장은 매주 주말에 현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3월 초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이달 초 귀국해 자택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 이후 이달 18일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했다. 

특히 보수적으로 유명한 롯데그룹의 변화가 시작됐다. 

롯데지주는 다음 주부터 매주 1일씩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꾀한 건 국내 대기업 중 롯데가 처음이다.

원격근무에 익숙한 IT기업이 아닌 유통기업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신 회장이 최근 재택근무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신 회장도 앞으로 주 1회는 집에서 일하면서 해외사업장과는 화상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현장경영에 본격 나섰다

롯데지주는 "우리 사회에 폭넓게 확산된 재택근무 등 근무환경의 변화를 장기적인 트렌드로 인식한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진 및 계열사 CEO를 만나 실적개선 변화계획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결과물은 오는 7월 열릴 하반기 사장단회의(VCM·밸류크리에이션미팅)에 공개된다.

재계 총수들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선제적 행보가 그룹 내 위기의식 공유와 함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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