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커피, 그리고 양치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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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커피, 그리고 양치기 소년
  •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20.05.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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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피아 골프클럽에서 커피를 내리는 여직원. 사진제공=비니엄홍
에디오피아 골프클럽에서 커피를 내리는 여직원. 사진제공=비니엄홍

싱그러움을 마음껏 내뿜는 신록의 계절이다. 은은한 커피 향 만큼이나 골프가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커피 한 잔으로 행복할 수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커피의 맛에 즐거움을 느끼고, 골프의 샷 하나에 웃음이 가득하다. 재미난 사실은 커피에도 '원 샷, 투샷'이 등장한다. 

동이 트면 간절한 것은 골프지만, 어둠이 내리면 커피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인 일인가. 때로 생각나는 글이 있다. 

'이슥토록/ 글을 썼다/ 새벽 세 時(시)/ 시장기가 든다/ 연필을 깎아낸 마른 향나무/ 고독한 향기/ 불을 끄니/ 아아, 높이 靑(청)과일 같은 달// 겨우 끝맺음/ 넘버를 매긴다/ 마흔 다섯 장의/ 散文(산문-흩날리는 글발)/ 이천 원에 이백원이 부족한/ 초췌한 나의 분신들/ 아내는 앓고…/ 지쳐 쓰러진 萬年筆(만년필)의/ 너무나 엄숙한 臥身(와신)// 사륵사륵/ 설탕이 녹는다/ 그 정결한 投身(투신)/ 그 고독한 溶解(용해)/ 아아, 深夜(심야)의 커피/ 暗褐色 深淵(암갈색 심연)을/ 혼자 마신다. 시인 박목월(1916~1978)이 노래한 ‘深夜(심야)의 커피’라는 시다.

커피사업을 하는 필자는 골프를 신바람나게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생각하는 것이 있다.

'커피와 골프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하는 것. 물론 심도있고, 역사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한다면 실패다. 하지만 재미삼아 가설이나 전설에 의지한다면 골프와 커피는 '양치는 소년'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양은 종은 다르지만 염소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하자. 목동소년들이 보살피고 기르는 동물이므로.

커피부터 살펴보면~.

'악마의 유혹'으로 불린 커피는 사실 지구상에서 인류가 가장 즐기는 음료 중 하나다.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을까.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커피의 나라는 역시 에티오피아. 인구 약 1억 1500만명으로 세계 12위인 에티오피아는 신의 기운을 주는 곳, 다크레드의 황토 흙과 어우러진 커피나무가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지가 탄생시킨 신의 작품이 커피인 이유다.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 북동쪽에 자리잡은 에티오피아의 고원 도시 카파(KAFFA)에서 ‘커피의 전설’을 발견하게 된다. 

‘칼디’라는 소년이 염소를 이끌고 산기슭에 올랐다.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을 보고는 소년은 이상하다고 여겼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풀과 나뭇잎을 먹고 졸거나 하던 염소들이었는데. 그런데 붉은 열매를 먹고 난 후부터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밤새도록 설치고 날뛰는 것이 아닌가. 목동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음날 염소들이 먹었던 붉은 열매를 따먹어 보았다. 맛이 달콤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부터는 머리가 맑아졌다. 노곤하고 나른함이 사라졌다. 목동은 친분이 있던 이슬람 수도원 원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준 것. 이렇게 전해진 커피는 수도원 신도들 사이로 발빠르게 퍼져 나갔다. 수행 중에 밀려오는 잠을 깨우는 데 '특효약'이었던 셈이다. 커피는 이렇게 해서 예멘을 거쳐 터키와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멀리는 중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로 전파됐다.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반스티안 바흐는 자신이 커피 맛을 느끼며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고,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인 찰스 드 모리스 탈레랑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는 명언도 그가 커피에 취해 남긴 말이다.

한국은 고종 황제가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전후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전해져 커피가 국내에 소개됐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주한미군의 군수물자를 통해 커피가 대량 소개되면서 ‘다방’을 통해 커피문화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재미난 사실은 세월이 흘러 요즘은 라면 먹고 이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손에 들려 있는 것이 커피잔이다.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가 생겨났다. 영어의 EXPRESS(초고속의, 빠른)에서 따온 말로 간편하고 신속히 커피를 마신다는 장점이 있다. 

양으로 러프를 다듬는 중국 타어거 비치 골프클럽. 사진제공=타이거 비치GC
양으로 러프를 다듬는 중국 타어거 비치 골프클럽. 사진제공=타이거 비치GC

골프는 어떨까.

골프는 생각보다 전설이나 가설이 적지 않다. 증명할 수 없기때문에 무엇을 주장해도 맞다, 틀리다를 말하지 못한다. 그냥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것을 2가지로 줄여 보자.

스코틀랜드의 발생설은 양치는 목동에 근거한다. 양들을 몰다가 지팡이로 돌을 쳐서 구멍에 넣던 것이 골프로 발전되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어부설이다. 해안가 어부들이 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면서 뭔가 즐거운 게임을 찾았다. 잔디가 자란 둔덕을 지나가면서 나무를 집어들어 돌을 치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양떼들이 지나간 자리는 자연스럽게 벙커가 형성됐고, 이것이 장애물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친 돌이 토끼구멍에 들어가면 게임이 끝났다. 이것이 링크스코스의 완성이라는 가설이다. 가재잡이 통을 나무로 연결해 홀의 깃대(핀)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어부의 골프발생설이 무게를 얻고 있다.

그런데 초장기 골프장들은 양이나 토끼를 풀어 골프코스의 페어웨이 잔디길이를 다듬었다. 풀이 긴 지역에 양을 몰고가 풀어 놓으면 그곳에 일정부분 풀을 먹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그런 곳이 있다. 대만 실포트그룹이 건설한 중국 청도의 해양 타이거 비치 골프클럽이다. 이 골프장은 링크스의 전형적인 골프코스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2m가 넘는 항아리 벙커가 있다.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나무가 거의 없고, 풀만으로 티잉 그라운드를 비롯해 페어웨이, 그린, 벙커, 해저드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양을 풀어 러프 길이를 조절하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골프가 현재와 같은 골프 경기가 시작된 것은 15세기 중엽 스코틀랜드. 1575년 스코틀랜드 제임스2세는 국민들이 골프에 너무 열중해 전쟁을 위한 활쏘기 훈련을 소홀히하자 골프 금지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점점 발전해 왕후나 귀족들도 흥미를 갖고 골프를 즐겼다. 그 뒤 1754년 22명의 귀족들이 모여서 세인트앤드류스 골프클럽(Saint Andrews Golf Club)을 설립했다. 1834년 윌리엄 4세가 세인트앤드류스 골프클럽에 로열앤드에인션트 골프클럽(Royal and Ancient Golf Club)이라는 명칭을 붙였고, 이 기관은 영국 전역의 골프 클럽을 통합했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13개 항목의 골프 규칙이 성문화됐다.

한국은 1900년 정부 세관관리로 고용된 영국인들이 원산 바닷가에 있는 세관 구내에 6홀의 코스를 만들어 경기를 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졌다. 다만,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그 뒤 1919년 5월 효창공원에 미국인 댄트(Dant,H.E.)가 설계한 9홀의 코스가 생겼고, 1924년 청량리에 새로운 코스가 건설됐다. 

어쨌든 골프가 생긴 전설이나 가설, 그리고 커피전설의 공통점은 뭔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본능에 의해 양이나 염소와 함께 자연스럽게 탄생했다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플레이 중에 커피를 맛보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글/김성동 카페 띠아모 대표이사/칼럼니스트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golf@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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