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론' 행보,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화답...반도체 냉전 속 중국행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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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론' 행보,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화답...반도체 냉전 속 중국행 이유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5.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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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중국 방문 메시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 이재용 위기론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
- 대국민 사과 후 '뉴(New) 삼성'에 대한 의지...국내외 광폭행보
- 문 대통령 '한국판 뉴딜' 3대 성장동력...전기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 이재용, 전기차 분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회동 협력 시대 열어
- 중국 반도체 사업장 방문...21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 앞둔 행보
- 미국과 중국 반도체 전략무기화...삼성, 미국에 대규모 투자 가능성 대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멈췄던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선 데에는 국내외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고, 해외에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냉전' 속에 이뤄진 해외 출장이어서 이 부회장의 중국행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국내외 광폭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없다"며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설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을 찾아 중남미 사업을 점검한 이후 100여일 만에 이뤄진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다.

이 부회장이 엔지니어들도 꺼려하는 중국 출장길에 직접 오른 것은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재점화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중국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데에는 전략적 상징적 측면에서 3가지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다. 

전략적 상징적 측면 3가지 이유...대국민 사과 후 '뉴 삼성'에 대한 의지

우선 '뉴(New) 삼성'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해외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이다. 매주 빅 뉴스가 쏟아진 셈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행보는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구상과 겹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기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분야를 '한국판 뉴딜'의 3대 신성장산업으로 선정했다. 

수소차를 포함한 전기차의 경우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자주 만나면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반도체는 삼성은 물론 문 대통령에게도 각별하다. 핵심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표된 '반도체 비전 2030' 선포식에 직접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2030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Foundry), 팹리스(Fabless)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고용하는 등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협력 분위기도 감지된다. 70년 라이벌 관계였던 재계 1~2위인 삼성가와 현대가 뉴리더가 공개적으로 만나 새로운 협력 시대를 연 것도 문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

따라서 이 부회장이 선제적·적극적 현장경영 행보는 '뉴 삼성'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는 물론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라는 의미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냉전 대응...21일 중국 양회 앞두고 지도층에 강한 인상

두번째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냉전' 대응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지속과 반도체 자급화 추진 등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오는 21일 개막하는 최대 정치행사 양회를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의 방문 소식은 중국 지도층에 강한 인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방 정부 뿐 아니라 중국 중앙정부에서도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10월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양국 간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당시 리커창 총리는 "우리는 삼성을 포함한 각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수년간에 걸친 삼성과 중국의 협력은 첨단기술 협력이 고부가가치의 성과를 반드시 가져올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이 가능하게 된 것은 기업인에 대한 입국 간소화 조치 덕분이다. 중국은 이달 초 한중 외교당국이 기업인 입국 패스트트팩(입국 절차 간소화)에 합의했다.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가운데)

중국을 찾는 기업인이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입국 이후 14일 동안의 의무격리가 면제되도록 한 것.

이 부회장도 출국 전과 중국 입국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미국에게도 당근책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관련 추가 제재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도 발끈하며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거라는 성명을 내놨다. 

미중 갈등 속에 반도체가 전략 무기가 되면서 삼성 등 우리 기업들도 난처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미국 기술 활용을 억제하는 데 고도의 허점이 있었다"며 "이번 규제는 그 허점을 맞춤형으로 교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칩의 90% 이상을 생산해온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재빨리 미국 편에 섰다.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발표한 데 이어, 화웨이의 반도체 위탁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칩셋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해 미국 정부의 궁극적 목적이 중국의 통신망 장악을 견제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만 하고 TSMC에서 제작 생산하는데 이를 막아버린 것이다. 

반도체를 전략 무기 삼은 두 강대국의 충돌에 한국 기업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이 주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 역시 줄어들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을 국유화해 집중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던 셈이다. 

문제는 사드 사태에서 격었던 상황처럼 삼성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지는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대응 방안을 내놔야할 시간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만 TSMC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도 미국 텍사스 오스틴공장에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형 인수 합병보다는 기존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합작 투자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IR)에서 밝힌 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은 113조원 수준이다.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오디오 회사 하만(약 9조2천억원) 매입을 넘어서는 투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투자 발표에 앞서 바이오 등 미래성장동력 분야에서 국내 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2분기 영업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검찰, 이 부회장 소환 임박...'위기론' 이건희 회장과 닮은 정면 돌파

세번째는 이 부회장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해소다. 

검찰은 1년 6개월간 이어져 온 삼성 수사를 곧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달 들어 한때 삼성의 2인자였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소환하는 등 사장급 이상 전직 임원들이 줄소환됐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비공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도움을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재용 부회장

하지만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정면 돌파한 상황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위기론' 행보에 대해 지난 2010년 3월, 그의 부친 이건희 회장이 퇴진 약속을 뒤집고 경영에 복귀한 후 행보와 닮은 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과감한 신사업 도전'과 ‘새로운 삼성’을 선언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이 오버랩된다는 얘기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위기론’으로 잠재웠다.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가 빨라진 것은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도 배경으로 보인다"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운영과 대국민 사과 등 일련의 노력은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에서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속에서 국내외 광폭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은 이 부회장에게 기회가 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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