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트럼프 압박에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건설 결정…삼성전자,파운더리 사업에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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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트럼프 압박에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건설 결정…삼성전자,파운더리 사업에 영향 불가피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5.15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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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美 애리조나에 최신 5나노 반도체 공장 건설
미국의 중국 압박 가속화에 따른 작용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몰려있어...삼성전자, 투자 불가피 전망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가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TSMC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업계 최대 고객인 미국 인텔이나 퀄컴 등의 물량을 수주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국이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대만,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자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행정부는 TSMC에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해왔는데 결국 미국 측이 원하는 '투자 선언'을 이끌어낸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약 120억 달러(약 14조7천억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5㎚ 공정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21년에 착공해 2024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TSMC는 파운드리업계 1위 기업이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같은 미국 업체에서부터 중국 화웨이에 이르는 많은 기술기업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이 실제로는 TSMC에서 생산된다. TSMC가 위탁 생산하기 때문.

TSMC의 주력 생산 시설은 현재 대만에 구축돼 있다. 

TSMC가 생산비가 높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분된 블록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상을 반영한다는 관측이다.

TSMC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정부 및 애리조나주와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맺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TSMC가 미국에서 직접 생산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한 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2.7%로 상승했다. 삼성전자(17.8%)는 2위였다.

TSMC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같은 기간 약 48%였다. 삼성전자는 18% 안팎에 정체돼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가 미국에 공장까지 완공할 경우 인텔, 퀄컴, 애플 등의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더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파운드리 분야 시장점유율 순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노골적으로 TSMC의 미국 투자를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생산 계획에 대해 "공급망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 공정) 전부를 미국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공장 유치를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의 공화당 소속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오는 11월 상원 선거에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지만 이번 공장 설립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TSMC의 공장 설립 논의는 이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급속히 진전됐다.

TSMC 입장에서는 공장 설립으로 트럼프 정부에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TSMC는 미국이 설계한 반도체 생산 공정에 따라 생산된 반도체를 중국의 화웨이에 판매할 경우 미국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 규제가 통과되지 않게 로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가 통과될 경우 상무부는 미국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중국 화웨이에 TSMC의 반도체 수출을 금지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미국 내각의 고위 관료들은 지난 3월 말 규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지만 상무부는 발표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보류 중이다.

TSMC는 규제에 적용을 받을 경우 수익이 떨어지고 자금 부족으로 미국에 공장 신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의 TSMC 경쟁사들이 TSMC 로비가 통할 경우 역차별을 우려하는 등 걸림돌도 있다.

미국 업체들은 현재도 반도체와 첨단 제품들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상무부의 수출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규제가 TSMC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부는 군사용 반도체를 미국 회사가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달 인텔은 국방부에 상업용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설립을 통한 군사용 반도체 생산을 제안했고, 이에 국방부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역시 TSMC의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애리조나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이다.

TSMC가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 반도체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려면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규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할 수 있을 지도 결정된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안에 구축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나 TSMC 등의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은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 전략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 한국의 삼성전자 등을 계속해서 압박해 왔다.

삼성전자도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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