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연꽃에서 실마리…LED 집적도 한계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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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연꽃에서 실마리…LED 집적도 한계 돌파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5.1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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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전도성 접착제 개발…유연 전자소자 고밀도 집적에 적용
유년회로기판 위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RGB LED 및 전자칩 집적소자(a),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마이크로 LED 대면적 고밀도 집적(b), 유연 PET 기판 위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유연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c). [사진=성균관대 김태일 교수]
유년회로기판 위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RGB LED 및 전자칩 집적소자(a),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마이크로 LED 대면적 고밀도 집적(b), 유연 PET 기판 위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유연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c). [사진=성균관대 김태일 교수]

회로의 집적도 한계를 돌파할 똑똑한 전도성 접착제가 개발됐다. 연꽃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태일 교수(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 공학부) 연구팀이 초소형(전극 15μm) 전자소자의 고밀도 집적을 위한 전도성 접착제를 13일 내놓았다고 발표했다. 소자가 마이크로 단위가 되면 소자 간 거리도 좁아지고 전극도 작아진다. 소자 배열이나 전극과 연결이 더 까다로워진다.

금속 와이어나 전도성 필름을 이용한 패터닝 방식이 소자의 구성요소(LED, 트랜지스터, 저항 등)를 기판에 집적하는 데 주로 쓰인다. 이 방식은 고온․고압에서 진행돼 기판이 변형될 수 있는 유연한 기판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유연함이 필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초소형 신경 자극 소자 같은 생체 의료기기에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저온․저압에서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30μm×60μm) 마이크로 LED 수천 개를 유연기판 위에 집적하는 데 성공했다. 신용카드보다 작은 기판(5cm x 5cm)에 100μm 간격으로 60 만 개의 마이크로 LED를 배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상용기술 대비 20배 이상 집적도를 향상한 것이다.

비결은 고분자 접착제와 나노금속 입자로 만든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해 소자와 소자 또는 소자와 전극을 수직으로 연결한 것이다. 스핀 코팅이나 UV 노광 같은 비교적 간단한 공정을 이용하는 데다 공정 온도와 압력을 섭씨 100도, 1기압 이하로 내려 기판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을 줄였다.

그 결과 수천 개 이상의 초소형 마이크로 LED를 99.9% 이상의 고수율을 유지하며 대면적으로 전사할 수 있었다. 나아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한 열충격이나 고온다습 환경에서의 신뢰성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결합의 안정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연꽃표면에서 물을 튕겨내는 발수 현상에서 힌트를 얻었다. 접착제 표면의 습윤성(wettability)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이용했다. 기판을 덮은 유동성 있는 얇은 접착제 피막의 안정성이 피막의 두께나 소자, 전극의 표면특성에 따라 달라져 서로 접촉하거나 떨어지도록 조절한 것이다.

연구성과는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4월 16일 자(논문명: Nanoscale Dewetting-Based Direct Interconnection of Microelectronics for a Deterministic Assembly of Transfer Printing)에 실렸다.

김태일 교수.
김태일 교수.

◆김태일 교수 미니 인터뷰

“웨어러블 전자소자, 생체 사용 의료용 기기 등에 응용”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이 궁금하다.

“최근 전자소자 집적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구성요소는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작아지고, 다기능 고성능 소자를 위해서 제한된 기판 위에 이를 고밀도로 집적해야만 한다. 현재 기술은 그 한계가 뚜렷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전자소자를 유연 기판 위에 집적하기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연 기판 위에 전자소자를 고밀도, 대면적으로 집적 가능한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연구하게 됐다.”

-이번 성과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기존 기술들은 고온고압 공정, 느린 처리속도, 약한 물리적 안정성 등의 문제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전자소자를 유연 기판 위에 집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는 유연 기판 위에서도 저온, 저압 공정을 통해 마이크로 전자소자의 대면적, 고밀도 집적이 가능하다. 외부 충격과 급격한 온도, 습도 변화에도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유연 기판 위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전자소자를 저온, 저압 공정을 통해 고밀도로 집적할 수 있다는 장점은 매우 획기적 장점이다. 최근 유연한 웨어러블 전자소자, 생체 사용이 적합한 의료용 기기 등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는 앞서 언급한 장점으로 이를 위한 중요 요소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대형 디스플레이를 위한 기술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대면적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고밀도 집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후속 연구계획은.

“고분자 접착제의 조성, 도전 입자의 표면 개질 등을 통해서 대면적 전자소자 집적의 수율을 개선해 대형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유연 기판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다기능 웨어러블 소자, 생체삽입형 소자 등에 적용하면 기존에 연구에서 발견된 다양한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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