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에도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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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시대에도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건재'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4.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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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 내연기관차 매력 상승 요인 분석 나와
전기차·배터리 단기 충격 있어도 중장기 흐름 변치 않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육상 유전.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육상 유전.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COVID-19)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에도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건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 극복과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단기 충격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가 가진 저렴한 연료비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산업도 위기에 빠지면서 미국·유럽에서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오는 점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유가는 사상 최저라는 수식어를 여러 차례 갈아치웠다. WTI는 지난 20일(현지시간) –37.63달러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선물 만기일이 겹치면서 6월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이긴 했는데, 이후 6월물도 배럴당 15달러를 밑돌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60달러 수준이었던 걸 생각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 전 전기차의 연비 절감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충전 비용은 그대로인데, 주유 비용은 싸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가 코나 일렉트릭과 코나 1.6 디젤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절감효과가 유가 하락 전 53%에서 유가 20% 하락이 반영된 4월 기준 37.3%로 줄어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국 완성차 업계 사정이 나쁜 점도 전기차 시장에는 불리한 점이다. 지난 4일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ACEA) 등 3개 단체는 유럽연합(EU)에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배출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미국 교통부는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연비 수준을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23.2km/L)로 향상하는 것에서 2026년까지 갤런당 40.4마일(17.2km/L)로 낮추며 배출가스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마련한 연평균 연비 개선율 5% 기준이 연평균 1.5%로 낮아졌다.

벤츠의 첫 전기차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QC.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의 첫 전기차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QC.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그렇다고 해도 환경규제라는 글로벌 방향성을 쉽게 거스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전기차 보조금 등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에너지전환 합의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안이다. EU는 2030년 이후 순차적으로 내연기관을 퇴출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EU는 판매되는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당 평균 130g/㎞에서 95g/㎞로 크게 강화할 예정이었다. 배출기준을 초과하면 1g당 95유로(약 12만원)의 벌금을 판매 대수만큼 내야 한다. 2025년부터는 이 배출기준이 70g/㎞로 강화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최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규제에 대한 단기적 완화는 있을 수 있는데,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도요타 등 굵직한 완성차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기는 쉽지 않다.

전기차 자체 경쟁력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가격 부담이 꾸준히 개선됐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인데, 그 가격이 2010년 1Kwh당 1000달러 수준에서 2016년 273달러로 73% 낮아졌다. 2026년에는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자체 기술적 보완에 더해 충전 인프라 구축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터리 3사가 여전히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화학이 23일 5억 5000만 유로(약 7000만 원) 규모 그린론을 조달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도 공격적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에서 각각 2, 5, 6위를 차지하는 등 그동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이날 정부가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규제 혁파를 발표한 점도 고무적이다. 정부는 전기차의 경우 총 16개 과제를 도출해 차량 5개, 충전·배터리 7개, 개인형 이동수단(PM) 4개 등 세 영역으로 나눈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친환경차 분야 고용 창출과 성장 지원 등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는 보유단계와 운행단계에서 환경개선 부담금과, 환경세 등 부담이 없는 데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며 전기차 시장의 선전을 기대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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