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싱가포르의 몰락… 개학 말하기 이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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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모범국’ 싱가포르의 몰락… 개학 말하기 이른 이유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4.21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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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개학 2주 만에 재택수업 전환… 확진자 수 폭증
방역당국, 사회적 거리 두기 중요성 끊임없이 강조
싱가포르 이주노동자 사례 참고해 취합검사법 시행 계획도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좌석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좌석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COVID-19)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신규 확진자는 2주 넘는 동안 50명 아래, 최근 9일 동안은 30명보다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이를 4주 동안 이어진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효과로 보고 있다. 사정은 나아졌는데, 방역당국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방역 모범국 평가를 받던 싱가포르에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지난 20일 1426명이 추가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하루 기준으로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선 건 처음으로 누적 확진자가 8014명이 됐다. 싱가포르는 지난 15일 447명, 16일 728명, 18일 942명 등으로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신규 확진자 대다수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로 알려졌다.

단순 확진자 수 비교로는 우리나라의 21일 0시 기준 1만683명보다 낮다. 도시국가 싱가포르 인구가 580여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율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확진자 증가 추세를 생각하면 싱가포르의 증가 폭은 더 가파르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초반 방역을 성공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방역 모범국’이다. 코로나19 발생 초반 외국으로부터 유입을 차단하는 등 미리 문을 걸어 잠갔다. 남다른 위생 수칙과 감염자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등 수준급 방역·의료 체계로 주목받았다.

싱가포르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 3월 23일 개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싱가포르는 ‘학교 안이 더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기존에 계획돼 있던 개학을 계획대로 진행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지 열흘 남짓 지난 이후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21일 싱가포르 금융지구로 이어지는 도로에 차량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EPA/연합뉴스]
21일 싱가포르 금융지구로 이어지는 도로에 차량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EPA/연합뉴스]

방역 모범국의 자신감은 2주 만에 무너졌다. 싱가포르는 지난 7일부터 싱가포르 대부분의 사업장은 문을 닫고, 학교는 9일부터 재택수업으로 전환했다. 개학 이틀 만에 한 유치원에서 약 20명이 집단 감염하는 등 빠른 일상 복귀가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높아졌다.

방역당국은 이미 여러 차례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하며 일상 복귀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 16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싱가포르는 비교적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다가 학교를 개학하고 일상으로 복귀한 뒤 1개월간 확진자가 14배 증가했다”며 “싱가포르 사례는 저희가 예의주시하고 분석하고 여러 가지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끝나더라도 개학은 최후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현재 등교 개학 시기와 방법을 다음 달 5일까지로 예정된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의 방역 체계 여부와 연계할 방침이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에 추진할 방역 체계인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안의 초안을 오는 22일 발표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상황은 최근 싱가포르 이주노동자 급증 사례를 본 방역당국이 이에 대한 선제적 대처를 지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주노동자 30만여 명이 기숙사 수십 곳에 모여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현재 이를 통한 감염 전파를 우려하고 있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우리나라는 증상이 있으면 누구나 검사받을 수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외계층이 있다”며 “대표적으로 미등록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검사를 받기 어려운 계층”이라며 고위험군 검사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방역당국은 이주노동자 등 계층에 샘플링 검사를 적용해 위험도를 낮추고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최대 10명의 검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방안인 취합검사법(Pooling)을 활용할 방침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부터 10일간 수도권 지역 요양병원 관련 종사자와 간병인, 신규 입원환자 등을 중심으로 취합검사법 방식의 조사를 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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