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지구의 죽음’…메가 가뭄 온다
상태바
[기후변화를 품다] ‘지구의 죽음’…메가 가뭄 온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17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실가스 증가→지구 가열화→메가 가뭄→기근 급증
2006~2007년 호주 여름 가뭄 당시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의 한 들판이 메말라 있다. [사진=사이언스/JASON EDWARDS/NG IMAGE SALES]
2006~2007년 호주 여름 가뭄 당시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의 한 들판이 메말라 있다. [사진=사이언스/JASON EDWARDS/NG IMAGE SALES]

“가뭄은 ‘지구의 죽음(Death Of the Earth)’이다.”

T.S. 엘리엇(Eliot)은 이렇게 썼다. 가뭄은 생명에 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물 부족으로 작물이 시든다. 나무가 죽는다. 강과 호수가 메마른다. 기근에 시달린다. 인류는 점점 설 땅을 잃는다.

전 세계 주요 문명은 물과 관련 있는 곳에서 발생했다. 이집트(나일강), 메소포타미아(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인더스강), 황하(황하) 문명 등이 그렇다. 물이 있는 곳에서 인류는 번성했다. 그것도 아니면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관개시설 마련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인구가 늘어나고 기후변화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인류는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 지하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가뭄으로 사람과 환경이 바뀌고 있다. 지구 가열화(Heating)가 가속화되면서 이젠 가뭄도 그냥 가뭄에 머물지 않는다. 이른바 ‘메가 가뭄(Mega Drought)’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 같은 거대 가뭄은 단지 목마르고 식물이 말라 비틀어지는 비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천만 명 인류가 기근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몰살되는 위기감까지 느껴지고 있다.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지는 16일(현지 시각) 이 같은 가뭄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가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기후위험센터(Climate Hazards Center)는 ‘인도주의 지구 시스템 과학(humanitarian earth system science)’을 실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국제개발처(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후위험센터는 기본 기상 모니터링에서 가뭄과 기근이 발생하기 몇 개월 전에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밑바탕으로 ‘기근 조기 경보시스템 네트워크(Famine Early Warning Systems Network)’를 구축하고 매년 USAID와 40억 달러(약 4조8680억)를 원조하고 있다.

USAID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은 약 8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로 본다면 약 8500만 명에 이른다. 지구 가열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지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가뭄과 폭풍은 전 대륙에 걸쳐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폭풍과 가뭄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돼 대책 마련에 국제지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이언스 지는 이 같은 가뭄을 해결하고 지구 가열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 사실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지구 가열화 데이터를 도입해 보면 미래 가뭄은 ‘메가 가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언스 지는 “미래에 다가올 가뭄은 최근 수십 년 동안보다 더 자주,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면 가뭄 위험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가 줄어들면 지구 가열화가 멈출 것이고, 지구 가열화가 약화하면 가뭄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가뭄으로 나무가 말라 죽는 것은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됐다. 나무는 지상 생물 다양성을 만드는 이른바 ‘기초시설’에 해당된다. 나무는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만들어 낸다. 높은 캐노피를 만들어 그 밑에서 다른 생물들이 자랄 수 있는 보호막도 형성해 준다. 이 같은 나무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바로 ‘물’이다. 나무는 물 스트레스가 심하면 곧바로 고사해 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언스 지는 “지구의 지상 생물 다양성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나무가 가뭄으로 고사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며 “나무의 ‘물 스트레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뭄에 대처하는 전 세계 시스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가뭄 연구는 특정 지역에 집중돼 이뤄졌다. 유럽과 미국, 전 세계 열대우림의 중심인 아마존 지역 등이었다. 사이언스 지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위험지역은 지금 매우 넓게 퍼지고 있다”며 “가뭄에 대해 예측하고 사전에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