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미국이 안타깝다
상태바
[정종오 칼럼] 미국이 안타깝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15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두고 도널드 트럼프의 ‘좌충우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민에게로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앤서니 파우치 소장(오른쪽 끝)이 팔짱을 낀 채 듣고 있다. [사진=사이언스/Al Drago/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장(오른쪽 끝)이 팔짱을 낀 채 듣고 있다. 파우치 소장도 최근 해고 위기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사이언스/Al Drago/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두고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비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관련해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와 아베가 코로나19와 정말 싸워보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과학 전문매체 네이처 지는 지난 2일 전 세계지도자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바다에 떠 있다(world leaders are all at sea)’고 표현한 바 있다.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10여 일이 지났건만 도널드 트럼프는 여전히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방어와 해결책 고민보다는 특유의 ‘관심 돌리기’로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네이처와 사이언스 지 등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네이처 지는 트럼프가 WHO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은 국내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는 WHO 지원 중단 배경에 대해 “코로나19에 대해 WHO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네이처 지는 트럼프의 이 같은 선언을 두고 “이번 (트럼프의) 발표는 미국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며 “미국에서는 지금 2만60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생명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매년 WHO에 약 4억 달러(약 4864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액수는 WHO의 연간 예산 28억 달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큰 지원국이다.

한편 또 다른 과학 전문매체인 사이언스 지는 트럼프의 WHO 중단 선언에 대해 “짧게 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이언스 지는 “보건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이번 선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언스 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 있는 사람들은 이번 트럼프의 선언에 대해 공포감마저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데비(Devi Sridhar) 영국 에든버러대 보건 전문가는 “WHO는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나라와 환자 지원을 하는 국제 보건단체”라며 “우리는 이 같은 역할을 하는 WHO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이 거센 것은 사실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국제보건비상사태’ 선언을 늦게 했다.

늑장 대처와 뒤늦은 사태 수습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지 않다. WHO 사무총장의 늑장 대처 등에 대한 책임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WHO 지원 중단으로 연결하는 것은 ‘짧은 시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남미 등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들 대륙은 보건 시스템이 열악하거나 가난한 나라들이 많다. WHO가 각국의 지원을 받아 취약한 지역에 대한 국제 보건을 책임지고 있다. 지원금을 중단한다는 것은 이들 나라에 제대로 된 대응이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해 WHO의 문제는 사무총장에 있는 것이지 WHO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여전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자신과 행정부에 쏟아지는 비판을 ‘어떻게 하면 다른 곳으로 돌릴까’라는 생각에만 빠져 있다. WHO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할 게 아니라 WHO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미국 코로나19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홍보 동영상’을 틀었다. 이에 미국 방송 매체 CNN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이 대통령 업적을 포장하는 정치적 홍보 무대로 전락했다”며 생방송을 중단해 버렸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특별 대책이 있긴 한 것일까.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는 사이 미국민들은 하나, 둘씩 생명을 잃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와 달리 미국 사회는 여전히 과학적 판단과 현명한 대책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데 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