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시대의 사랑
상태바
[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시대의 사랑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0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택트 시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섹스테크

[박진아 = 오스트리아 비엔나] 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 생명체를 잉태하기 위해 준비하는 때다. 과거 고대 로마인들은 새해의 첫 달인 3월을 대비하며 2월부터 정결과 정화의 시간을 갖고 다가올 봄을 준비했고, 4월엔 춘분과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Eostre)’를 기리며 다산(fertility)를 기원하는 부활절을 쇴다. 봄은 우리에게도 설렘의 계절이다. 이유없이 마음이 들뜨고 정처 없어지기도 하는 봄열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낮이 길어지고 일조량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뇌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교제(dating)와 짝짓기(mating)의 계절 봄, 식물계가 새싹과 꽃망울을 틔우며 벌과 새를 유혹하는 사이 동물계의 암수들도 이성을 유혹하고 경쟁자들과 각축한다. 인간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봄철은 이성과 연애에 관심 많은 선남선녀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는 시절이다. 그러나 올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유럽 전역의 강력한 봉쇄령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속에서, 겨울을 마감하고 야외활동과 연애로 ‘봄 깨기(breaking spring)’를 손꼽아 기다리던 유럽인들에게 2020년 봄은 여간 갑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베아테 우제 에로틱 뮤지엄. 오늘날 물리적 섹스숍 매장은 이제 거의 다라지고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베아테 우제 에로틱 뮤지엄. 오늘날 물리적 섹스숍 매장은 이제 거의 다라지고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유럽에서의 공공활동 봉쇄령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리던 사교활동을 모조리 앗아갔다. 군중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은 물론, 축구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와 클럽의 영업이 중단됐고, 두 사람 이상 모이면 안된다는 사회적 격리 명령이 철저히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도 봄철 실내에 갖힌 선남선녀들은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지배를 당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로부터 강요되는 사회적 봉쇄, 사교생활로부터의 격리와 고립으로 인한 심적 충격을 받으면 배우자나 고정 연인과 심적・육체적 친밀감을 강화하며 위안을 찾으려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매년 1월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의 2020년 행사에서 소개된 로라디칼르로(Lora DiCarlo)의 성인용품은 미국 여러 드럭스토어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성인용 완구는 하이테크 전자제품으로 본격적인 주류 가전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Courtesy: Lora DiCarlo
매년 1월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CES)의 2020년 행사에서 소개된 '로라디칼르로(Lora DiCarlo)'의 성인용품은 미국 여러 드럭스토어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성인용 완구는 하이테크 전자제품으로 본격적인 주류 가전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Courtesy: Lora DiCarlo

인간 대 인간의 교류와 접촉이 법적으로 금지된 지금 간만의 호황을 맞고 있는 비즈니스 부문은 다름아닌 성인용품 업계다. 독일 최대의 피임 및 성인용 위생용품 제조업체인 리텍스(Ritex)는 유럽에서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3월 한 달 사이에만 1,270 만 개가 팔리며 예년 같은 시기 대비 매출이 2배 늘었다고 보고했다. 전세계 콘돔 총 생산량중 20%를 생산해내는 카렉스(Karex) 말레지아 공장이 열흘 동안 생산 중단에 들어갔고, 중국과 인도의 경쟁 생산사 폐쇄, 공급망 차질, 소비자들의 사재기로 현재 전세계 콘돔 공급량은 평상시보다 50%가 감소한 상태다.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창업된 '키루' 하이테크 에로틱 테크 스타트업은 본래 원거리 커플들을 위한 온라인 소통플랫폼과 성인용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Courtesy: KIIROO®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창업된 '키루' 하이테크 에로틱 테크 스타트업은 본래 원거리 커플들을 위한 온라인 소통플랫폼과 성인용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Courtesy: KIIROO®

각종 수동식 또는 전자자동 성인용 장난감 매출도 전세계적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긴 실내생활의 무료함을 온라인 사랑나누기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여태까지 성인용품이란 주로 독신이나 떨어져 사는 원거리 커플들이 주 고객층이라는 고정관념도 허물어지고 있다. 한때 급격한 매출감소로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던 독일 최대의 성인용품 리테일러인 베아테 우제(Beate Uhse)는 코로나19 폐쇄령 이후 특히 놀이기구 부문에서 90%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영국 시장에서도 예년보다 속옷과 성인기구 판매율이 30% 이상 증가했다(자료: 파이낸셜타임스)

위바이브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인터넷 모바일 테크를 응용해 세련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용품으로 마케팅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Courtesy: WeVibe
위바이브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인터넷 모바일 테크를 응용해 세련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용품으로 마케팅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Courtesy: WeVibe

테크가 가미된 고가대 성인용품 시장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껑충 뛰올랐다. 별안간 원거리 커플이 돼버린 요즘 남녀들은 조화로운 관계유지를 위해 하이테크 인터랙티브 성인용 장난감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예를 들어, 키루(KIIROO)의 인터랙티브 장난감들은 인간의 감각 데이터와 첨단 햅틱 기술을 이용, 디지털 비디오로 파트너와 교류할 수 있는 독자개발 텔레딜도닉스 기술을 자랑한다. 위바이브(We-Vibe)는 성인용 장난감을 현대적이고 세련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가젯으로 포지셔닝하고 특히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인터넷 연결된 모바일 앱으로 제어할 수 있고, 비밀보장 온라인 주문방식과 포장・배송 등 고객 사생활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은 수 년 전부터 연인을 위한 데이팅 앱을 소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 페이스북이 4월 8일 공개한 ‘튠드(Tuned)’ 커플용 비밀 인스턴트 메시징 앱. 사용자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신뢰 실추를 겪은 페이스북에 사용자들은 사적 연애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Courtesy: facebook
페이스북은 수 년 전부터 연인을 위한 데이팅 앱을 소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서 페이스북이 4월 8일 전격 공개한 ‘튠드(Tuned)’ 커플용 비밀 인스턴트 메시징 앱. 과연 사용자들이 사용자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신뢰 실추를 겪은 페이스북과 사적인 연애 데이터를 공유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Courtesy: facebook

4월 6일, 오스트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와 확산율이 안정화됨에 따라 약 한 달 만인 4월 16일부터 상점 영업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점 영업금지와 폐쇄령이 더 장기화될 경우 사상 최대로 불어난 실업자 수, 소비경제 위축, 재난지원비로 인해 누적될 국가경제 손실이 막대해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조심스런 결정이다. 뒤따라 독일과 스위스도 조심스럽게 탈 코로나19 폐쇄령 탈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하의 오스트리아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봉쇄령이 완화되는 즉시 그동안 못다한 1) 야외 스포츠 및 여가 활동, 2) 봄철 쇼핑 3) 야외 레스토랑 및 맥주홀 방문, 4) 여행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자료: 갤럽 오스트리아, 2020년 4월 8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정부 차원의 봉쇄령 초기 소비자들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과 생필품 사재기라는 비상 소비행위로 허둥댔다. 봄여름을 앞둔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제 갑갑했던 코로나 시절을 뒤로하고 크고작은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로 작은 즐거움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무르익고 있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