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20만 사망 ‘충격 보고서’… 퍼거슨 박사 “한국 사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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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20만 사망 ‘충격 보고서’… 퍼거슨 박사 “한국 사례 따라야 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0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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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코로나19 주춤하더라도 ‘제 2 대유행’ 올 수도 있어
ICL 퍼거슨 박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50만, 220만 사망자가 나올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자료=네이처]
ICL 퍼거슨 박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50만, 220만 사망자가 나올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자료=네이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영국에서 50만, 미국에서 220만 명이 코로나19(COVID-19)로 사망할 것이다.”

지난 3월 말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ICL) 연구소가 내놓은 ‘충격 보고서’였다. 닐 퍼거슨(Neil Ferguson) ICL 수학 전염병학자는 영국에서 빠르게 코로나19(COVID-19) 전파가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 당국자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미국과 영국 당국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다소 과장된 수치이더라도 이 ‘충격 보고서’는 ICL에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다. 3월 중순 관련 영국 정부 관료들에게 보고를 한 36시간이 지나지 않아 퍼거슨 박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열과 기침이 난다’는 내용을 올렸다. 이후 퍼거슨 박사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양성으로 확진됐다.

코로나19 모델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퍼거슨 박사 조차도 코로나19 감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퍼거슨 박사는 확진 판정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한숨이 나온다. 어제 약간 건조하고 계속된 기침이 있었고 이후 고열이 있었다. 현재 웨스트민스터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다"고 전했다.

퍼거슨 박사는 한국의 사례를 ‘가장 모범적’ 코로나19 대응 사례로 꼽았다. 퍼거슨 박사는 2일(현지 시각) 과학전문 매체 네이처 지에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세 가지의 이상적 대응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한국은 높은 수준의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두 번째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 이들을 신속하게 추적하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셋째 강제적 이동제한이 아니라 자율적 사회적 분산을 통해 한국은 매우 훌륭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박사는 “전 세계가 이런 세 가지를 실천하고 있는 한국 사례를 따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ICL 팀은 코로나19에 대해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앞으로 코로나19 확산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있다. 이는 정책 결정자에게 매우 중요한 데이터이다. 이를 통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퍼질 것인지에 대한 윤곽을 그릴 수 있다. 방어 전략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닐 퍼거슨 박사.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사진 ICL]
닐 퍼거슨 박사.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사진 ICL]

다만 ICL 연구팀도 당혹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라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많다는 데 있다. 변수가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모델링을 하는데 어려움을 던져준다. 실제 ICL 팀은 처음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은 인플루엔자처럼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코로나19는 증상이 가볍거나 심지어 무증상 환자가 많다는 변수가 등장했다.

그동안 여러 감염병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이 많았는데 모든 모델링은 크게 세 가지에 기본을 둔다. 첫째 개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S), 둘째 감염됐다(I), 셋째 감염됐는데 회복됐다(R) 등이다. 이 같은 SIR을 통해 모델링을 시도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항목은 R 항목이다. R에 해당되는 사람의 경우 면역력이 생겨 더는 감염되지 않는 그룹이다.

이 같은 보고서를 토대로 3월 말 ICL은 정부가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영국에서 50만, 미국에서 22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란 ‘충격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실제 영국과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큰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정책을 바꾸는 데 ICL 연구팀의 모델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ICL의 모델링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추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재생산지수(R0) 수치도 계속 업데이트했다. R0는 감염자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전파력을 볼 수 있는 지수이다. 3월 16일에는 2.4명이었는데 3월 26일에는 3.3명으로 변경됐다. 이후 3월 30일에는 3~4.7명 범위로 확대했다.

ICL 연구팀은 이 같은 코로나19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든 국가는 감염된 환자 치명률이 일주일에 10만 명당 0.2 명에 도달하기 전에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신속한 진단 등의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에서 50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초기 보고서를 내놓았던 ICL 연구팀은 “영국이 강력한 대응과 적절한 전략을 내놓는다면 영국에서 총 사망자는 2만 명 이하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2일 상황보고서를 보면 영국의 현재 총 확진자는 2만9478명, 사망자는 2532명이다.

퍼거슨 박사는 “전 유럽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사람의 이동을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코로나19가 주춤거리게 할 수는 있는데 언젠가는 ‘제 2의 대유행’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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