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경험치는 쌓이는데 레벨은 안오르는, 재미 없는 22년차 게임에 남아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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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경험치는 쌓이는데 레벨은 안오르는, 재미 없는 22년차 게임에 남아 있는 이유는?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4.03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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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게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 나온다. 

넥슨 고전 RPG '일랜시아' 사용자인 박윤진씨는 오는 5월 29일과 31일 양일 홍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리는 '제20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2년간 자신이 촬영한 '일랜시아'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상영한다. 상영시간은 70분이다. 

그는 '일랜시아'를 '넥슨이 버린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21주년을 맞이하는 '일랜시아'는 운영진이 떠났고 각종 불법 매크로와 핵이 난무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꽤 많은 사람이 게임에 남겨져 있다며 왜 자신들은 버려진 일랜시아를 떠나지 못하는지 게임 속 친구들을 실제로 만나 그 대답을 들어본다는 것이 영화의 골자다.

실제 그는 오프라인으로 사용자들을 만났고, 약 15명 정도를 인터뷰했다. 그는 "경험치는 쌓이는데 레벨은 안 오르는 재미없는 세상에서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했다"며 제작 동기를 밝혔다. 그가 얘기하는 재미없는 세상은 게임이 아닌 현실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이라고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만렙을 찍고 고인물이 되어버린 게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관리가 되지 않으니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며 수긍했다. 

넥슨의 장수 RPG '일랜시아'는 일본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기존 게임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고, 장신 정신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세계, 사냥하고 싶은 사람은 사냥을 하고, 요리하고 싶은 사람은 요리를 하고, 세계 각지를 탐험하고 싶은 사람은 탐험을 하는, 닥치고 레벨업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과연 그가 말하는 '버려진 게임'은 사실일까? 일랜시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3월 31일자 공지가 올라와 있다. 업데이트 관련 공지도 1월이니, 22년차 게임인 점을 감안하면 많이 늦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메뉴를 보면 마지막 공지가 2014년으로, 7년간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영화까지 찍었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다른 게임은 어떨까? 글로벌 인기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마지막 업데이트 일자가 4월 1일이다. 일랜시아와 많은 차이가 있다. 내용은 문제를 수정하는 유지보수에 불과하지만, 3월 19일 업데이트를 보면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업데이트다. 아이템 입수가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이템 수를 대폭 늘렸다는 내용이다. 

사실, 20년이나 된 오래된 게임에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블리자드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인 대형 업데이트 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콘텐츠가 있어야 수정할 일도 생길 터. 일랜시아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형 업데이트 계획이다. 

넥슨의 경우 사실 매출은 크지 않지만 20주년이 넘는 장수 게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일랜시아를 남겨뒀을 수 있다. 넥슨이 많은 게임을 내는 만큼 많은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일랜시아의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게임을 내는 것보다는 일랜시아의 '재개발계획'을 통해 다시 게임을 내는 것이 더 큰 성공을 부를 수도 있다. 

사실 이번 이슈로 넥슨의 '일랜시아'가 부각이 됐지만, 업데이트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떠 오른 노인 문제처럼 장수 게임이 겪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내달 상영될 이 작은 영화가 게임 업계 관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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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욱 2020-04-03 11:36:53
내언니 전지현 응원합니다. 일랜시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