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코로나19 구조조정 '칼바람', 항공사 '정리해고'...두산·호텔·유통·석유화학·차부품 등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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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코로나19 구조조정 '칼바람', 항공사 '정리해고'...두산·호텔·유통·석유화학·차부품 등 '도미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4.03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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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750명 정리해고 시작...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위기감 '공습'
- 유통,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 산업계 전반 구조조정 본격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 여파로 항공, 호텔, 석유화학 등 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희망퇴직을 공고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메일은 직원들에게 보냈다.

먼저 오는 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공고‧접수하고, 오는 24일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통보한다.

정리해고는 다음달 31일 진행될 예정이다. 희망퇴직이 구조조정 목표보다 적으면 정리해고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규모는 전체 직원 1680명 가운데 45%인 750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노사 회의를 통해 현재 적정 인원을 930명 정도로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을 이달 1일자로 계약 해지했다. 지난달 말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모두 잠정 중단하는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임직원 급여를 2월에는 40%만 지급하고 3월에는 지급을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또 보유 항공기 23대 가운데 이미 2대를 반납했고, 8대도 리스 계약을 종료하고 반납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전 직원 45% 750여명 정리해고 '희망퇴직'

이스타항공

대한항공은 전날 노동조합과 긴급 노사협의회를 열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최대 6개월의 순환 유급휴직 시행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안은 대한항공의 비상경영체제 논의 가운데 직원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급휴직의 경우 임금의 70% 정도가 지급되고,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회사는 인건비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오는 6월 30일까지 3개월 동안 외국인 조종사 387명에 대해 의무 무급휴가를 실시했다. 또 임원 급여 반납과 1~2년차 인턴을 포함한 객실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단기 무급휴가도 시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전체 노선의 90% 정도가 운항 중단됐다.

한편 대한항공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유럽 대부분 지역 등에 대해 입국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현재 운항 중인 인천-나리타(경유)-하와이 노선 운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오는 13일부터 5월 31일까지 △워싱턴 △보스턴 △댈러스 △시애틀 △하스베이거스 △호놀룰루 △토론토 △밴쿠버 등 미국과 캐나다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대한항공, 전 직원 6개월 유급휴직 추진...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연기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7일로 예정된 1조 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했다. 납입일은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일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의 합의 일'로 변경됐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1차 납입이 연기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호텔업계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고급호텔들이 잇따라 한달간 유급휴가를 실시하고 임시 휴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관광산업 전반이 휘청거리고 있어 호텔업계 또한 지점 매각·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신세계 그룹, 호텔신라 등 일부 대기업 계열 호텔에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이들은 호텔산업을 중심에 놓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어 점포 매각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5성급 호텔·운영업계 줄줄이 도산·매각…고급호텔 위기

코로나 확산 사태 이후 이용객이 예년 대비 90%까지 급감하면서 실제 문을 닫는 호텔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방은 물론 서울의 중소형 호텔들은 이 위기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HTC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 법인인 ㈜에이치티씨(HTC)는 지난 26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HTC는 현재 청풍리조트, 삼성전자 영덕연수원, 라마다앙코르마곡호텔, 호텔아벤트리부산 등 30여개 사업장을 운영 중인 회사다.

호텔 매매 전문 부동산 사이트에는 최근 중·소형 호텔을 매매한다는 게시글이 서울지역에만 수십건 올라와 있다. 3~4성급 호텔들은 물론 5성급 호텔인 '쉐라톤 팔래스 강남'의 매각설까지 돌고 있다. 이와 맞물려 직원 등 인력 감축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기업 계열 호텔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30일 근무 인력을 제외한 직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다음 달 1일부터 1개월 유급 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롯데호텔은 이미 3월초부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진들이 급여를 10% 반납하기로 했다. 또 이달 국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4월 한달간 유급휴가'를 권고하기로 했다.

롯데·신세계·호텔신라...임원 급여 10% 반납, 유급휴가 등 비상 대응

이에 반해 롯데와 신세계, 호텔신라는 180도 다른 행보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룹 총수가 호텔 산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십시일반 '긴급수혈'에 나서며 뒷바라지도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유통 구조조정과 호텔 확장 계획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산업에 대해 국내 매장 200곳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온라인 사업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호텔산업은 해외 신규 호텔 추가 개장 등 더욱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도 활용해 현재 약 1만5000개인 전 세계 호텔 객실을 5년 뒤엔 2배인 3만개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 6월 미국 시애틀에 호텔을 개장하고 영국에서도 호텔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는 조선호텔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 약 99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24억원. 올해 코로나19 등 여파로 손실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긴급수혈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라는 슬로건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내년 중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호텔산업이 핵심이다.

신세계는 에버랜드(33만0578㎡) 보다 10배가 훌쩍 넘는 약 418만㎡ 부지에 120만㎡ 규모의 멀티테마파크와 4∼6성급 호텔 5곳을 건설할 예정이다. 스타필드·골프장 등도 들어선다.

호텔신라는 기존 고급호텔 계열인 '더신라'와 비즈니스 호텔 '신라 스테이', 해외 진출을 위한 브랜드 '신라 모노그램' 등 핵심 3축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신라스테이 12번째 호텔인 신라스테이 삼성을 1일 예정대로 개관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신라 모노그램 1호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해 멀티 브랜드, 멀티 프라퍼티 운영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며 "전사적으로는 공사가 시작된 전통호텔과 부대시설 건립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의 경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이자 신동빈 경영체제 구축의 마침표로 지목되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호텔롯데는 이르면 올해 초 상장이 예상됐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면세점에 이어 호텔부문의 영업실적까지 극심한 타격을 받아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광풍에 호텔롯데의 해외진출 사업은 '속도조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일(현지시간) 호텔롯데는 코로나19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롯데 뉴욕 팰리스를 오는 5월18일까지 휴업하기로 하고 90%에 달하는 직원들을 기간 동안 일시해고 하는 등 해외 곳곳에서 운영중단에 들어갔다.

올해 6월 예정된 롯데호텔 시애틀의 개관도 잠정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같은 기간 예정된 부산 해운대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은 예정돼로 개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의 경우는 정용진 부회장의 '미래 청사진'에 따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소비·레저문화의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는 유통업과 호텔·레저산업 등 관련 분야를 총망라한 '복합리조트' 산업을 향후 신세계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전세계적 코로나 사태 여파로 기존 산업 패러다임이 모조리 뒤흔들리고 있어 대규모 거점 중심의 소비·레저 문화 양상도 향후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텔·레저 산업의 미래도 '예측불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두산그룹, 감량 경영....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구조조정 

두산그룹은 '감량 경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고강도 구조조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삼정KPMG 등에 자문을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열사 상당수를 매각, 군살 빼기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박정원 두산 회장

두산그룹 중간 지주사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건설 매각 투자안내서(티저 레터)를 배포했다. 투자 유무 의사를 묻는 매각 초기 절차다.

계열사 추가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9년 사업보고서 기준 두산중공업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조753억원·6조202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 476.79%에 이른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얘기다. 중추인 두산중공업 경영 위기는 두산그룹을 뒤흔들 수 있다.

두산그룹으로서는 유동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 대출을 약정한 이유다. 두산그룹은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도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규모 구조조정 선례도 있다. 두산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20개 넘던 계열사를 순차 정리했다. 2001년 두산 계열사 수는 16개까지 쪼그라들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우리나라 대기업의 모범사례로 꼽았을 정도다. 이에 비해 2019년 기준 계열사 수는 23개로 늘었다.

하지만 계열사 매각이 정상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IMF 때와 달리 두산건설 외에 우량 매각 자산이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두산중공업 핵심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물망에 오르고는 있지만 캐시카우여서 매각은 부담스럽다.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에 나설 수도 있지만 궁극적 해결 방식은 아니다. 결국 인원 감축과 조직 규모 축소, 주요 계열사 지분 일부 매각 등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 SK종합화학-롯데케미칼 등 일부 공장 가동 중단

석유화학 업계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지난달 26일 SK종합화학이 나프타분해(NCC)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도 울산공장 일부 공정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울산공장 파라자일렌(PX) 공정은 가동률을 낮출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당 공정에서 근무하는 일부 인력은 여수·대산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여수화학단지

여수공장과 대산공장에서는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증설, GS에너지와 합작한 롯데GS화학 공장 설립, 중질유·나프타분해시설(HPC) 등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에 대해 중국의 PTA·PX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 등에 따른 업황 불황과 최근의 코로나19, 대산공장 폭발사고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종합화학은 SK울산콤플렉스 내 나프타분해(NCC) 공정을 12월부터, 합성고무제조공정(EPDM)은 2분기 안에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SK종합화학의 NCC공장은 대한석유공사 시절인 1972년 국내 최초로 상업 가동을 시작해 48년 동안 제품을 생산한 시설이다.

자동차부품업계, 임금 삭감 및 국내 공장 휴업 등 검토

국내 자동차부품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임금 삭감과 국내 공장 휴업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산하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에서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등 10곳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가동 중단 등 위기감이 감돈다

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업체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잇따른 공장 폐쇄 등으로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했고, 앞으로 매출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해외 공장을 운영하는 곳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생산비용이 급증해 부품 수급을 위해 추가 항공 운송비를 부담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는 부품업체 상당수가 다음주부터 자금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질 것으로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해외 공장 생산 중단 여파에 타격을 입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유럽공장이 최근 문을 닫았고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차 본국 공장도 가동이 중단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사실상 국내 공장 가동률로 버티는 상황이다.

대구 자동차부품업계도 2월부터 줄어든 납품 규모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2월 이후 납품 규모는 전년 대비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해당 업체는 현재 평일 오후 8시까지만 공장을 가동하고 주말 가동도 대폭 줄인 상태다.

이 업체 대표는 "생산량 60% 정도가 국내 납품이고 나머지는 체코와 러시아 등 유럽 쪽으로 간다. 지난달 초까지는 국내 물량이 줄었다면 2주 전부터는 해외로의 납품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며 "이대로면 직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정부에 소비 진작책 마련과 함께 긴급 운영자금 등 유동성 지원에 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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