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학계 "지급 보증·긴급자금 절실"...일부 국유화 주장은 "엉뚱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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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학계 "지급 보증·긴급자금 절실"...일부 국유화 주장은 "엉뚱한 소리"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3.31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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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사들, 유동성 공급 골자로 하는 호소문 작성 중
- 세계 각국, 항공산업 전폭 지원...미국 상·하원 거쳐 대통령까지 '일사천리'
- 일부 국유화 주장...전문가들 "시대에 역행, 현실성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항공사의 자체적인 경쟁력과 개별적 노력만 운운해선 안 된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부 지원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항공사들이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정비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적사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는 건의문을 만들고 있다. 이번 건의문은 요건을 완화한 긴급자금 지원과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의 지급 보증 등을 골자로 한다.

3월 4주차 국적사 여객은 53만8618명으로 전년동기대비 77.84% 줄었다. 특히 국제선 여객은 5만1542명으로 95.7% 감소했다. 이 상황이 6월까지 지속될 경우 항공사들은 최소 6조30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3개월도 못 간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아무리 쥐어짜도 항공사의 힘만으론 버틸 수 없는 구조"라며 "전 세계 각국이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국내 항공사는 정부 지원이 미미해 경쟁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 각국은 자국 항공사들에 파격적인 지원을 결정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점,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상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긴급 지원 법안(Rescue Bill)'을 가결한 후 27일 하원 가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장 법안에 서명하면서 항공사 지원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여객 항공사들에게 250억달러(30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화물 항공사에는 40억달러(4조9000억원)을, 협력 업체들에게는 30억달러(3조7000억원)을 지급한다. 법안 발효 후 5일 이내에 절차를 공지하고 10일 내에 초도 지급을 완료한다. 

또 대출과 지급 보증도 보조금과 같은 수준에서 이뤄지며 항공 운송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과 항공유 부과 세금도 내년 1월 1일까지 전액 면제키로 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 지원과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 유예, 공항이용료 면제 등을 지원한다. 프랑스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결정했다. 대만은 항공사를 대상으로 10억불(1조1000억원) 규모의 정부 대출을 시행한다.

국내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껏 나온 지원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계를 살릴 방안이 아니다. 국토부 차원에서 조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같은 돌발 위기상황에선 업계 초토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서 긴급자금을 풀어주고 지급 보증을 해줘야 한다"며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별적이지만 적극적인 지원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자율경쟁에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전반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는 항공사에 한해 (3000억 지원 외)추가 지원을 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저비용항공사(LCC) 3000억원 지원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에 400억원 가량만 집행됐다.

[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시아나항공과 LCC 등에 긴급자금을 투입한 뒤 국유화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시아나의 주식과 채권을 모두 소각하는 조건하에 1조원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현대산업개발은 2500억원의 계약금을 내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허희영 교수는 "한마디로 엉뚱하다.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일본항공이 1987년에 뒤늦게 민영화 됐지만 '국민의 기업'으로 만들면서 결국 파산했다.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교수도 "항공사를 국유화 하자는 주장은 시대에 역행하는 견해이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항공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이 예정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국내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결정된 정부안은 ▲3월부터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전액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운항 중단으로 미사용한 운수권·슬롯 회수 전면 유예 등 정도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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