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적자 늪' 탈출 계획 속도...디스플레이·스마트폰 '체질개선'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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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적자 늪' 탈출 계획 속도...디스플레이·스마트폰 '체질개선' 박차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3.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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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조단위' 적자 사업에 대규모 브랜드 전략 수정
- LG디스플레이 4분기 연속, LG 스마트폰 19분기 연속 '적자'
- "체질개선 성공한다면, 내년엔 턴어라운드 가능"
LG전자 측은 전기밥솥 시장에 재진출한다는 루머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은 LG 트윈타워 전경. [LG 제공]
LG 트윈타워 전경. [LG 제공]

LG가 적자를 보는 사업에 칼을 빼 들었다. 대규모 전략변경을 실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 전략을 도입했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분야는 LG그룹에서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업이다.

두 사업은 그간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연간 손실액만 ‘조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이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511억 영업 손실을 내기 시작해,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적자액 3조900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손실 332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적자폭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시장에선 올해도 9000억 원 가량의 영업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상황이 긴급한 것은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한 영업손실이 4분기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연간 누적 손실은 1조3593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30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한 모델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LG전자&nbsp;전광판 앞에서 LG G8X ThinQ 소개하고 있다<br>
모델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LG전자 전광판 앞에서 LG G8X ThinQ(씽큐)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이 LG전자 G시리즈의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전망이다. [LG전자 제공]

LG그룹 입장에선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턴어라운드(흑자전환)이 당장 이뤄지진 않더라도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내외적으로 요구됐다.

다행히 두 사업 모두 턴어라운드 잠재력은 충분하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는 대표적인 ‘기술 집약 사업’으로 꼽히는데, LG가 그간 쌓아온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색 재현율이 높다고 평가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LG 스마트폰 역시 음향과 내구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GㆍV 버리고 모델별 이름 부여...전방위 전략 변경

LG전자는 자사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브랜드인 GㆍV 시리즈를 버렸다.

LG전자는 5G 폰은 V 시리즈로, 4G 프리미엄폰은 G 시리즈로 이원화해 시장에 출시하고 있었다. 중저가 라인은 K와 Q 시리즈란 이름을 사용했다.

5월에 출시 예정인 5G 기종부터 모델별 이름이 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매스(대중) 프리미엄’ 제품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플래그십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지만, 가격은 저렴하게 출시된다. 업계에선 이 제품이 국내에서 5G를 지원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중 유일하게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765G 칩셋 등이 장착된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확대해 비용도 낮춘다.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50%인 1500만~2000만대 가량이 ODM을 통해 생산된다.

이연모 LG전자 MC사업본부장. [LG전자 제공]
이연모 LG전자 MC사업본부장.

LG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구성된 태스크포스(TF)의 의견이 반영됐다. 이 팀은 LG스마트폰의 브랜드, 사양, 디자인, 가격 등 전반적인 전략을 검토한다.

LG전자가 최근 5G 전략 스마트폰인 ‘V60 씽큐’ 출시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은 것도 이 TF팀의 결정으로 보인다. V60 씽큐는 LG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V50과 V50S 씽큐에 이은 세 번째 5G 스마트폰이다.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던 듀얼 스크린이 핵심 가장 큰 특징이다.

LG전자는 얼리어답터 등의 구매층이 이미 타사 제품들의 출시로 포화상태이고, 5G 시장을 둘러싼 보조금 과열 등을 고려해 출시를 포기했다.

LG전자가 가닥을 잡은 전략은 ‘유동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GㆍV시리즈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사양에 대한 부담감과 출시 시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시장 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중저가 시장만을 공략하기에도 더욱 적합하다. 다만, 초고가폰과 브랜드는 별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LG폰의 대규모 변화는 올해 이연모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시작됐다. 이 부사장은 그간 북미영업을 담당했다. 북미는 세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LG전자가 거의 유일하게 실적을 내는 곳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된 이후 6번째로 MC사업부의 수장을 맡게 됐다.

LG전자 V60씽큐 5G 제품 이미지. [LG전자 글로벌 뉴스룸 제공]
LG전자 V60씽큐 5G 제품 이미지. [LG전자 글로벌 뉴스룸 제공]

◇LG디스플레이, OLED 영역 확대...수익성 개선에 사활

LG디스플레이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이유는 LCD 패널의 가격하락에 있다. 중국 업체들이 ‘IT굴기’를 외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가격경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LCD 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 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구조와 인력 배치는 전반적으로 LCD 패널 생산에 맞춰져 있어 타격이 불가피했다.

LG디스플레이의 적자 극복 방향은 명확하다. 문제가 확실하기에 해답도 선명했다. 탈LCD, OLED 사업 전환이 그것이다.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호영 사장은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산업 내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도 OLED 중심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 추진 과제는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국내 8세대 LCD 전용 라인은 생산을 중단했다. 올해 연말까지 국내에서의 범용 LCD TV 생산도 모두 중단할 예정이다.

OLED 사업은 확대한다. 지난해 8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 8.5세대(2200mmx2500mm) OLED 패널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LCD에서 OLED로 사업 전환을 꾀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핵심 시설이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광저우 공장은 1분기 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6일 전세기를 띄워 290명의 OLED 전문인력을 이곳에 긴급파견하기도 했다.

정호영 사장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산업 내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도 OLED 중심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 추진 과제는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런 변화는 조금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TV사업 내 OLED TV 매출비중이 2018년 24%에서 2019년 34%로 증가했다.

OLED TV를 만드는 세트업체들도 느는 추세다. 일본 샤프, 미국 비지오, 중국 샤오미 등이 올해 OLED TV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에게 패널을 공급하는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15개 업체에서 OLED TV 제작을 고려했으나, 올해 19개 업체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LG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사업은 높은 기술력을 지녔지만 그간 시장 대처에 실패해 영업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체질 개선으로 마케팅ㆍ시장 공략 등에 성공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엔 충분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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