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페트병으로 물속 항생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됐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률이 높다. 이른바 슈퍼박테리아 출현 가능성이 큰 국가로 분류돼 있다. 환경부 발표 자료를 보면 축산폐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 일반 강물에서도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직무대행 윤석진) 물자원순환연구센터 정경원 선임연구원, 최재우 책임연구원팀은 물속 항생물질 유출 시에 발생하는 환경 독성과 항생 내성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한 고효율 흡착 소재를 개발했다.

최근 물속 항생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금속-유기구조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열분해공정을 통해 합성한 다공성 탄소복합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다공성 탄소복합소재는 물속 항생물질을 흡착해 제거한다. 일반적으로 MOF 합성을 위해 고가의 유기 리간드(organic ligand)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을 통한 실제 현장 적용에는 한계점이 있었다.

KIST 연구팀은 수거된 폐페트(PET)병에 주목했다.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페트병은 테레프탈산(terephthalic acid)과 에틸렌 글리콜(ethylene glycol)을 중합해 만든 고분자 물질이다. 테레프탈산은 금속-유기구조체(MOF) 합성을 위한 유기 리간드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KIST 연구팀은 버려지는 페트병으로부터 고순도의 유기 리간드를 추출했다. 이를 이용한 고효율 흡착 소재 합성에 성공했다.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한 항생물질 제거 방법을 찾았다.

이번 흡착 소재 개발은 중화반응을 통해 고순도의 테레프탈산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알칼리 가수분해 공정이 도입됐다. 이때 가수분해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초음파와 상간 이동 촉매(phase transfer catalyst) 공정을 결합했다. 연구팀은 최적 설계를 통한 공정으로 고순도 테레프탈산을 100%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추출된 테레프탈산을 이용하여 다공성 탄소복합소재를 개발하였으며, 이때 철(Fe) 기반의 금속-유기 구조체를 전구체로 사용해 소재에 자성을 부여함으로써 흡착공정 후 외부 자기장을 통해 쉽게 분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환경 소재를 만들었다.

KIST 연구팀은 세균 감염치료를 위한 항생물질인 ‘테트라사이클린’에 대한 물속 흡착효율을 검증한 결과, 일반 환경 수 조건(pH 6)에서도 약 90분 동안 100% 제거할 수 있었다. 다공성 탄소복합소재 1g에서 약 671mg의 흡착성능을 보였다. 이는 학계에 보고된 테트라사이클린 흡착성능 중 최고 수준이다. 또한 흡착-탈착 공정을 5회 반복해 재이용해도 초기 성능 대비 약 90% 이상의 흡착성능을 보임으로써 높은 안정성과 폭넓은 수처리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정경원 박사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고효율 흡착성능과 재사용에도 성능을 유지함으로써 폭넓은 수처리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IST 최재우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다공성 탄소복합소재는 환경 소재뿐 아니라 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며, 고부가가치 환경 소재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Composites Part B:Engineering’ 최신호(논문명: Synthesis of magnetic porous carbon composite derived from metal-organic framework using recovered terephthalic acid from 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waste bottles as organic ligand and its potential as adsorbent for antibiotic tetracycline hydrochlorid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