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차세대 게임기 전쟁
상태바
다시 시작된 차세대 게임기 전쟁
  •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3.22 2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세대 게임기가 발매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차세대 게임기가 발매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작년부터 서서히 공개되기 시작한 차세대 게임기의 정보들이 대거 공개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Xbox Series X에 대한 공식 사양과 정보를 공개했고, 소니는 3월 18일, 플레이스테이션 5에 대한 공식 사양과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이 2개의 차세대 게임기는 모두 올 연말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어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연기가 없는 한 올 연말에는 차세대 게임기가 발매되어 게임 유저들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2개의 게임기는 모두 4K 해상도까지 지원하는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고, SSD의 탑재를 통해 로딩 속도와 그로 인한 병목 현상을 없애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CPU는 AMD ZEN 2기반을 사용하고, GPU도 AMD의 RDNA 2 기반의 GPU를 사용한다. 공개된 정보를 통해 밝혀진 것을 보면 Xbox Series X가 더 좋은 성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Xbox Series X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고성능이기 때문에 얼마에 발매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사양이다. 그럼 이번 세대 게임기의 승자는 Xbox Series X가 될까?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알 수 없다! 일 것이다. 왜냐하면 게임기는 결국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 많은 기종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서드파티, 재미있는 게임들을 확보하고, 독점작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당한 가격과 고성능, 쉬운 개발 환경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40여년 동안 게임기의 승자는 언제나 성능 보다 좋은 게임을 많이 확보하는 쪽이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고성능을 가진 게임기가 승자가 된다면 게임기 회사들은 최고 사양의 게임기만 만들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게임기들을 보면 고성능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반드시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성능은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반대로 가격 부분에서 불리한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다. 가정용 게임기는 면도기와 면도날 법칙을 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본체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거나 혹은 적자를 보며 판매를 한다. 대신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 그리고 최근에는 온라인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가정용 게임기들은 반도체 회사들과 몇 백만 단위 수준으로 발주를 하는 대신 저렴하게 공급받고,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의 공장을 통해 일정 수량 이상의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한다. 그 덕분에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게임기를 판매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게임기의 제조 단가는 게임기의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설계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게임기의 제조 단가는 고성능일수록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본체의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아무래도 게임기의 판매에는 부담이 되고, 플랫폼홀더(게임기 제조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판매하더라도 본체 제조 단가가 비쌀수록 감당해야 할 적자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플레이스테이션 3일 것이다. 발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 3는 본체 가격 자체도 비쌌지만 플랫폼홀더가 감당해야 할 적자 규모도 커서 수익을 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 3는 800달러 규모의 생산 단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499달러에 판매하여 한대당 200 - 300달러 정도의 적자를 감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Xbox 360에 비해 개발도 어려워 론칭 초기부터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3는 1억대 판매는 못했지만 9000만대 근처까지 판매하며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이때의 교훈으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4는 직접 반도체를 개발하기 보다는 기성 제품들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개발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2, 3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

다시 차세대 게임기로 돌아와서, 플레이스테이션 5나 Xbox Series X 모두 핵심 부품은 PC 기성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는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능은 Xbox Series X가 더 우수하겠지만 대신 본체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더 비싸거나 혹은 더 많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가 때문에 감수할 적자폭의 범위도 커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Xbox Series X는 여러 모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하위 호환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5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 Xbox One의 게임은 전부 호환되며, 심지어 더 높은 해상도나 프레임, HDR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플레이스테이션 5는 아직 100여개의 플레이스테이션 4용 게임만 지원하며, 더 높은 해상도나 프레임 등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물론 소니도 앞으로 더 많은 플레이스테이션 4 게임의 지원을 약속했고, 향후에는 더 높은 해상도나 프레임, 혹은 HDR 등을 지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Xbox Series X는 하위 호환에 대해서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고, 플레이스테이션 5는 앞으로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전세대 게임기의 호환은 보너스적인 요소이지만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게임기의 발매 초기, 게임의 양이 적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경우는 전 세대 게임들이라고 해도, 더 고해상도, 그리고 안정적인 프레임과 더 좋은 섀이더를 통해 그래픽이 더욱 좋아진다면 다시 플레이해 볼 가치가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해당 세대에 걸맞는 좋은 게임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Xbox Series X는 차세대 게임기에서는 리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플레이스테이션 5는 서드파티들이 제작하는 게임의 경우 Xbox Series X 보다 해상도가 낮거나, 프레임이 부족하다는 등 퀄리티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소니에게는 강력한 퍼스트파티와 좋은 IP의 게임들이 많이 있다. 플레이스테이션3 시절, 위기에서 구해준 일등공신인 너티독과 산타모니카 같은 훌륭한 스튜디오가 있고, 게릴라 게임즈 역시 호라이즌 제로 던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퍼스트파티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5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작과 서드파티와의 협업을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5에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먼저 제공하는 등의 협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5의 다른 무기는 이미 1억대가 팔린 플레이스테이션 4와 그 유저들이다.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의 계정에 DL로 많은 게임을 구입했기 때문에 다른 기종으로 쉽게 이동하기가 힘들다. 특히 소니가 하위 호환에 힘을 실어 준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직 플레이스테이션 5는 더욱 강력한 하위 호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도 HALO나 기어즈 오브 워, 포르자 시리즈 같은 좋은 IP를 갖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퍼스트파티가 소니만큼의 강력한 IP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역시나 서드파티와의 협업을 통해 Xbox Series X만의 독점 콘텐츠나 기간 확보 같은 협업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게임 패스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의 강점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다. Xbox Series X에서도 지금처럼 수많은 대작들이 게임패스로 서비스된다면 라이트 유저들은 굳이 비싸게 게임을 구입하지 않고, 저렴하게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도 게임패스를 지금처럼 저렴하고, 퀄리티 있게 서비스를 해 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는 아무래도 플레이스테이션4 쪽이 유리해 보인다. 메이저 일본 게임 회사들은 이제 양 기종 모두 발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일부 회사들은 플레이스테이션 5에 독점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아직 Xbox가 아시아와 일본에서는 좋은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사아권에서는 항상 Xbox 보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가 강세를 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권에는 크게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또한 현지화 역시 중요한 문제인데, 이 부분 역시 아시아권에서는 소니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약한 부분이다. 그러나 강력한 성능 덕에 Xbox Series X는 리드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러 서드파티의 참여와 이를 통해 강력한 성능을 잘 강조한다면 게임 매니아들은 고가라도 Xbox Series X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360 시절처럼 많은 서드파티를 확보하고, 다양한 게임들과 고퀄리티로 유저들을 유혹시켜야 한다.
 
차세대 게임기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뗐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Xbox Series X가 승자가 될지, 우수한 IP와 퍼스트파티를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5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점칠 수 없다. 하지만 1위를 차지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1위를 지키려는 소니는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보다 양질의 게임들이 탄생할 것이다. 어느 게임기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양 회사의 경쟁을 통해 게이머들은 기대되는, 그리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은 틀림없다. 향후에도 가격, 발매일, 동시 발매 게임 등이 공개되어야 하므로, 게이머들은 올 연말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차세대 게임기의 발매를 기다려 보자.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