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영업비밀침해 소송 중인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과 고의적 포렌식(디지털 증거보존) 명령 위반을 해 공정하고 효율적 재판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ITC는 22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소송 관련 조기패소 ‘예비결정’의 근거가 적시된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의 고의적 증거인멸이 공정하고 효율적 재판을 방해했다”면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한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판결문 내용을 따져보면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고 소송의 모든 쟁점이 이 증거들을 통해 판단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하면서 LG화학의 소송 진행에 피해를 준데다 판사가 공정하고 효율적 재판을 진행하는 데도 방해가 됐다는 설명이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직원의 PC 휴지통에서 발견된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이 엑셀 시트에서 ‘LG사’,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여개가 나열됐다.
이밖에도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의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관련 배합과 사양에 대한 자료가 첨부돼 있었다.
또한 판결문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ITC는 “이번 조기패소 결정이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예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ITC는 다음 달 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해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ITC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오는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저작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 여부와 수입 금지 등의 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