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기온이 아니라 임상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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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기온이 아니라 임상에 답 있다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3.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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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변화에 따라 침방울에 묻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기간에 영향을 끼칠까. 아직 답을 찾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사진=Nick Gregory/Alamy Stock Photo]
기온 변화에 따라 침방울에 묻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기간에 영향을 끼칠까. 아직 답을 찾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사진=사이언스/Nick Gregory/Alamy Stock Photo]

코로나19(COVID-19)를 두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럭비공’에 비유되지 않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염병이라는 것이다.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사전에 알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 번 던져서 어떤 상황에서 어디로 튀는지 관찰할 수록 그 정확도는 높아진다.

경증인데 전파력은 높고,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인데 또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고.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자까지 있고. 코로나19도 럭비공과 다르지 않다. 임상 보고서를 자세히 파악할수록 그 정체는 하나씩 드러나기 마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온이 오르는) 4월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COVID-19)가 계절성 독감처럼 특정 시기가 되면 줄어들 것이란 ‘장밋빛 희망’을 내놓은 셈이다. 4월이 코앞인데 지금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트럼프는 “(코로나19 감염이) 7~8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자신의 말을 바꾸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온이 오르면 잠잠해질 것이란 분석에 눈빛을 빛낸다. 하나의 희망이자 소망일 수 있겠다.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 지는 최근 코로나19와 계절적 관계에 대해 “시간이 말해줄 것(Time will tell)”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온도와 어떤 관계에 있을 것인지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 과학자들의 시선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현재 중국,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를 휩쓸면서 감염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매우 더운 아프리카까지 위협하고 있다. 여름이 되고 기온이 오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춤할 것이란 연구자 의견이 나온 예도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이 같은 ‘희망 섞인 전망’은 현재 북반구(중국, 유럽, 한국, 미국 등)에 감염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반구는 이제 겨울을 지나 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앞으로 낮이 더 길어진다.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사이언스 지는 “아직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정확히 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임상’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자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임상 보고서이다. 나이별, 성별, 지역별, 기저 질환별, 시간별 등 세부항목으로 나눠 이들이 어떤 임상을 보이는지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분석해 보면 자연스럽게 코로나19에 대한 유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선뜻 ‘코로나19가 온도, 습도 등 자연환경과 연관 있다“라고 말 못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상 파악이 안 돼 있다. 그동안 많은 특정 감염병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형을 분석해 왔다. 그런데도 아직 명확히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감염병에 대해 인류는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

미카엘라 마르티네스(Micaela Martinez) 컬럼비아대 질병 생태학자는 그동안 창궐했던 여러 질병을 연구한 결과 특정 시기에 확산되는 사례를 확인했다. 예컨대 1937년 캘리포니아에서 발병한 천연두의 경우 12월에서 2월까지 비슷하게 증가하다가 3~6월까지 정점을 찍었다. 이후 7~11월까지는 감소추세를 보였다. 1934년 미국의 인플루엔자는 12월~3월까지 급증했고 이후 여름철인 6~8월에는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도에 따라서도 특정 질병의 경우 특정 유형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이 같은 계절적 유형을 보일까. 낸시 메손니에(Nancy Messonnier)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가설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고 인류에게 면역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그 어떤 유형으로도 특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병원체가 환경과 인간 행동 사이에서 반응하기 때문에 여러 임상 특징을 연구하면 실체를 파악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인플루엔자의 경우 겨울에 유행한다. 이는 습도, 온도, 인간 밀접 접촉 정도, 비타민 D와 연관성이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마르티네스 박사는 또 하나의 연구를 하고 있는데 ‘빛의 양’에 따른 면역력 변화이다. 빛의 양에 따라 감염병 저항성에 어떻게 뛰어나고 취약한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특정 질병이 특정 시기에 줄어들거나 확산되는 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체크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질병 감시는 물론 예측과 방어 시스템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의 계절성 유형에 대한 연구 중 온도가 섭씨 5도~11도, 상대적 습도 47~70%에서 전파력이 강하다는 연구가 있긴 하다. 이 연구 결과도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 몇몇 연구자들은 그동안 동물 실험을 통해 계절에 따라 면역력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호르몬 변화에 따른 면역 시스템 변화도 있다. 멜라토닌(Melatonin)은 주로 밤에 분비된다. 전문가들은 멜라토닌을 ‘생체 달력(biological calendar)’이라고 표현한다. 밤이 길면 멜라토닌은 많이 분비된다. 지구는 공전하고 있고 밤과 낮의 길이가 정기적으로 바뀐다. 그만큼 멜라토닌도 일정하게 분비량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멜라토닌 양을 조절하면 면역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계절적 변화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과 관계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침방울이나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 특히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계절에 따라 이때 나오는 침방울에 섞여 있는 바이러스 생존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따른 면역력 차이도 확인됐다. 버밍엄대 연구팀이 276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아침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나머지 절반은 오후에 주사했다. 관찰 결과 아침에 백신을 맞은 실험군에서 항체 반응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유럽, 미국, 감비아, 호주 등 1만 명을 대상으로 채취한 혈액과 조직 조사결과 4000개의 유전자에서 ‘계절적 발현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면역 기능과 관계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이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입할 수 있을까. 아직 그럴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연구자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임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자 2명이 우리나라가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동일집단(코호트) 전향적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임상 데이터가 전 세계 코로나19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도 코로나19에 대한 하나의 유형을 설명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배에는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온 승객들이 한 공간에 탑승했다. 확진자 각 개인의 임상을 연구하면 북반구와 남반구 승객에 따른 비율 등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임상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비극이 재현되고 퍼지지 않기 위해서는 전 세계 임상 결과를 빠르게 모아 분석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것만이 코로나19 유형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기는 길이다. 코로나19는 분명 자연환경과 무관하진 않다. 그 어떤 현상도 자연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온도가 오르면 잠잠해질 것이란 ‘장밋빛 희망’은 당분간 접어두자.

마르티네스 박사는 “전 세계 전문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로 관련 연구에 뛰어들었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더 많은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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