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기조에 LG계열사 주총 '전자투표 엇박자'..."정관 변경에 시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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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기조에 LG계열사 주총 '전자투표 엇박자'..."정관 변경에 시간 부족"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3.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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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전환 강조해도 계열사 경영 큰 변화 없어"...주총 전자투표제 도입은 한 곳 뿐
- 경쟁 그룹사 코로나19 대처와 대조적..."주주 친화 경영 의지 없는 듯"
- LG전자 "주주 의결권 행사 대책안 권유해와"
- LG유플러스, 코로나19 대응 소극적이란 비판도...ICT기업 이미지 실추
구광모 LG 대표 신년사 영상 캡쳐.
구광모 LG 대표 신년사 영상 캡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ㆍDigital Transformation)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을 주재하며 한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소통ㆍ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구 대표는 LG그룹에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과 실행 의지를 지난해부터 대내외적으로 지속해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LG의 주요 계열사의 행보는 구 대표의 이 같은 방침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있지만, LG계열사들은 침묵하고 있기 때문.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까지 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LG그룹은 유독 기존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LG그룹 13개 계열사(상장사 기준) 중에서 ‘로보스타’만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LG그룹은 현재 전자투표제를 주총에 도입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계열사별로 기업 정관을 바꿔야 도입이 가능한데, 이미 예정된 주총 시간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그룹 관계자는 1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관을 변경해서 주총을 진행하기에는 현재 시간적 제약이 있다”며 “주총장에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측정,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배치, 좌석 배치 등 다양한 예방책을 계열사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그룹 진행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과 주총에 전자투표제 도입하는 것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전자투표시스템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 설명[사진=연합뉴스]
삼성증권 관계자가 전자투표시스템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LG그룹 상황과 별개로, 주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가전ㆍSW(소프트웨어)ㆍ통신 등의 분야에서 경쟁구도를 그리는 삼성ㆍSK그룹이 선제적으로 주총에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IT그룹’ 이미지가 강한 LG가 유독 이 부분에선 뒤처지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가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기업 가치 창출의 기조로 내걸고 있지만, 계열사들의 경영 방침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며 “대기업별로 도입하고 있는 주총 전자투표는 복잡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이건 그룹에서 도입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LG그룹에는 LG CNS와 LG유플러스 등 전자투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계열사가 있음에도, 도입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LG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는 A씨도 “LG가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고객과 주주들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변화’에는 의지가 없어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주총대표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전자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주총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낮추면서, 주주 친화적인 운영 방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올해 첫 도입”...LG전자 “주주 의결권 행사 대책 있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18일 개최되는 주총도 외부장소(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전자투표를 독려하며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ㆍ삼성증권도 올해 주총에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LG전자의 경우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예정대로 주총을 개최한다. 일정과 장소의 변경 가능성을 공시를 통해 알리긴 했지만, 아직 변동 사안은 없다. 외부 장소까지 마련한 경쟁사(삼성전자)와 사뭇 다른 행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임장 제도 등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대리 행사할 방안들을 권유하고 있다”라며 “전자투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지속해서 시행해 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주총에서 전자투표 참여율은 낮은 편이었고, 비교적 다른 기업에 비해 대주주들의 비율이 높아 전자투표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SK그룹도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9개 기업에서 전자투표제를 시행한다. SK는 지난 2018년 국내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있는 3개사를 포함해 총 12개 모든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전면 도입했다. CJ그룹, 한화, 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도 전자투표제를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 열린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정호 사장이 SK텔레콤 본사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주주들에게 경영성과, 사업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지난해 3월 열린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정호 사장이 SK텔레콤 본사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주주들에게 경영성과, 사업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 LG유플러스, 경쟁사보다 코로나19 대응 미비?...ICT기업 이미지 타격

LG계열사 중 LG유플러스는 이번 주총 강행으로 “이미지까지 하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5G를 상용화하면서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을 펼치고 있다. ICT기업임에도 옛 방식의 주총을 고수하고 있어 “주주 소통에서 경쟁사보다 유독 뒤처지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업계 최초로 2018년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오는 26일 여는 주총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시간적·거리적 제약 조건으로 주총에 직접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의 편의를 돕고, 주주와의 열린 소통으로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기”위한 결정이다.

KT도 그간 주총에 직접 참석자 외에는 서면투표제만 운용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30일로 예정된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처음 도입한다. 구현모 KT 사장이 이 주총을 통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는 주요 안건이 예정돼 있음에도,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 대응에도 비교적 경쟁사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LG 직원들이 노트북으로 구광모 회장의 올해 신년사 디지털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 [LG 제공]
LG 직원들이 노트북으로 구광모 회장의 올해 신년사 디지털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 [LG 제공]

◇ 구광모식 ‘디지털 전환’은 진행형...“고객·주주가 체감할 수 있어야”

구광모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는 올해 시무식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구 대표의 신년사를 디지털 영상으로 담아 메일 등으로 세계 임직원에게 전달됐다. 오프라인(현장) 시무식에서 디지털 시무식으로 변화하며 ‘디지털 전환’을 강조한 셈이다.

LG그룹의 ‘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마키나락스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기업은 제조업 특화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LG전자는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서울대와 교육 협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최고전략책임(CSO) 산하에 디지털 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DX담당'을 신설하며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IT대기업 관계자는 “LG가 AIㆍ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환에 기반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대중들이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변화에는 대단히 소극적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무식보다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총과 같은 행사에서 의지를 보였으면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산법인 477개사가 3월 셋째 주(15∼21일)에 정기 주총 전자투표 시스템(K-eVote)을 이용한다. 여기엔 ‘디지털’과 크게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 전경. [LG 제공]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 전경. [LG 제공]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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