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이스터섬 ‘몰락’…기후변화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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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이스터섬 ‘몰락’…기후변화도 다르지 않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1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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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 2020년 1~2월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 기록
2019년 2월 이산화탄소 농도는 411.75ppm이었다. 2020년 2월은 414.11ppm을 기록해 또다시 최고 기록이 깨졌다. [자료=WMO]
2019년 2월 이산화탄소 농도는 411.75ppm이었다. 2020년 2월은 414.11ppm을 기록해 또다시 최고 기록이 깨졌다. [자료=WMO]

남미 칠레에서 서쪽으로 약 3600km 떨어진 남태평양. 망망대해 한가운데 섬이 하나 있다. 면적은 163㎢ 정도. 제주도 면적이 약 1845㎢이니 제주도의 11분의 1 정도 크기이다. 이스터섬(Easter Island)이다. 이곳은 거대한 석상인 ‘모아이’로 유명하다. 작은 석상부터 어마어마하게 큰 석상이 곳곳에 서 있다. 이곳에는 ‘문명의 종말’을 고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때 2만 명 가까운 사람이 살았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

이곳을 연구한 지리학자와 인류학자 등 전문가들은 이스터섬 몰락 원인의 한 가지로 이런 시뮬레이션을 내놓았다.

“이스터섬에 인간이 처음 상륙했다. 이후 섬에 있던 풍부한 자원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어느 순간, 인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자원 고갈이 심해졌다. 분쟁이 격화됐다.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곳 주민들은 더 큰 ‘모아이’를 건설했다. 석상을 운반하기 위해 큰 나무들이 무참히 베어졌다. 이스터섬의 자원 고갈은 더 가속화됐다. 마침내 나무 한 그루도 살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고 말았다. 생태계는 파괴됐다. 이스터섬 문명이 종말을 고한 것이다.”

남태평양의 조그마한 섬의 정착과 발전, 쇠퇴를 알려주는 시나리오이다. 지구가 지금 ‘이스터섬’의 전철을 밟고 있다면.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며 기후변화 심각성을 전 세계에 긴급하게 알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현재 지구 온실가스 농도는 300만 년 전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300만 년 전 지구는 지금보다 온도가 3도 정도 더 높았다. 당시 해수면은 현재보다 15m 정도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때보다 온실가스 농도가 더 높으니 당연히 지구에 끼치는 악영향은 가늠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020년은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하는 중추적 시기”라며 “너무 늦기 전에 전 세계가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가뭄, 산불, 홍수, 극심한 폭풍이 전 세계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재산과 먹거리를 파괴하고 있다”며 “우리는 (근본 대책은 만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 피해 규모를 계산만 하면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WMO는 기후상태에 관한 여러 지표를 분석했다. 육지와 바다에서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얼음이 녹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사회 생태적 개발, 인간 건강, 식량 안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관측된 한 데이터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산화탄소 수치를 분석하는 하와이의 마우나로아(Mauna Loa)에서 확인된 것을 보면 2020년 1~2월 이산화탄소 수치가 최고 수치에 도달했다.

영국 기상청의 분석 자료도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앞으로 10년 동안 기온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진단했다. 그 결과 2020~2024년 평균 기온은 1850~1900년보다 섭씨 약 1.06~1.62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해의 10% 정도 기간은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UN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Glasgow)에서 기후 회의를 열 계획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2010년의 온실가스양을 기준으로 약 45%를 감축하는 노력을 각국은 서둘러야 한다”며 “2050년에는 이를 통해 탄소 배출 ‘0’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만이 지구 가열화(Heating)를 막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책과 노력이 없으면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기온 1.5도 상승 제한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70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른 여러 나라도 관련 정책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지구 가열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스터섬을 만약 지구에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지구에 인간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지구에 있던 풍부한 자원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어느 순간, 인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자원 고갈이 심해졌다. 분쟁이 격화됐다.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도자들은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을 앞다퉈 건설했다. 지구 자원 고갈은 더 가속화됐다. 마침내 지구에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고 말았다. 지구가 ‘문명의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총.균.쇠’로 유명한 학자(지리학자 겸 생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이스터섬의 몰락을 두고 “이스터섬은 돌도끼로 전체 섬을 황무지를 만들었는데 그때 인구가 2만 명에 불과했다”며 “지금 인류는 70억 인구이고 (돌도끼가 아닌) 기계톱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 지구 문명 종말은 이스터섬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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