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잘 주무셨습니까”…잘 자야 면역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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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잘 주무셨습니까”…잘 자야 면역력 키운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1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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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 바이러스 감염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

요즈음처럼 잠 못 드는 밤이 있을까.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를 잠 못 들게 하고 있다. 바이러스 공포뿐 아니라 그 여파로 불거지는 경제 대혼란, 생업 곤란 등이 이어지면서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우리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배출해 치매 예방에 좋다.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며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생체시계-일주기 리듬이 정상화되며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좋은 수면은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해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

오는 3월 20일은 세계수면학회(WASM)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3월 세 번째 금요일)’이다. 올해 슬로건은 ‘더 나은 수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계(Better sleep, better life, better planet)로 정했다.

◆면역력 향상된다=최근 코로나 19로 면역력 중요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숙면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수면 박탈이 선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수와 기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후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CD4+ T 세포(CD4+ T cell)의 수 감소를 일으킨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보면, 수면 박탈군에서 인플루엔자 A, A형 간염 백신 접종 이후 면역 반응이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했다.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면역기능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화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도를 높인다.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 방법이 없다.

신원철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사진=강동경희대병원]
신원철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사진=강동경희대병원]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교수는 “감염증을 스스로 이겨내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잠을 잘 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 예방한다=질 좋은 수면은 치매를 예방한다. 반대로 잠을 못 자면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50대 이후에 불면증이 발생하면 치매가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는 글림파틱(Glymphatic)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깊은 잠을 잘 때 작동해 낮에 뇌가 활동하면서 생긴 뇌의 노폐물을 정맥으로 배출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작은 단백질도 이때 함께 뇌에서 배출된다. 실제로 2012년 한 연구에서 뇌척수액 속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측정했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계속 베타 아밀로이드의 농도가 높아지다가, 자정이 되면서 점차 감소해 아침 9시쯤에 가장 농도가 낮아지는 것이 관찰됐다.

◆기억력 향상된다=시험 기간에 밤샘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잠을 자는 것이 기억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기 쉬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깊은 잠을 잘 때 이뤄진다. 신원철 교수는 “사람의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며 “비렘수면 동안에는 육체적 피로 해소와 함께 깨어 있을 때 학습한 기억이 정리되고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잠자는 동안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잘 자는 것은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이어트 도움된다=한 연구에서 이른 시간에 식사를 섭취하는 사람과 늦은 시간에 식사하는 사람 420명을 20주 동안 관찰한 결과, 일찍 식사를 한 사람은 4kg 이상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야간 근무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보다 비만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생체시계와 일주기 리듬이 비만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잠을 자야 하는데 음식을 섭취하면 이를 소화하기 위해 많은 장기가 활성화되고, 수면을 준비하는 생체시계와 불일치하면서 인슐린 저항과 비만이 초래될 수 있다. 잠자는 시간보다 5~6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고 숙면하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비만을 막는데에도 도움 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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