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변경’에 발전공기업 부채↑…"에너지전환 때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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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 변경’에 발전공기업 부채↑…"에너지전환 때문 아니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3.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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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 비용서 부채로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부채 비율 늘었다기엔 미미한 수준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활발히 필요한 시점
남부발전이 사업을 추진한 태백 귀네미풍력단지 내 풍력발전기의 모습. [사진=한국남부발전]
남부발전이 사업을 추진한 태백 귀네미풍력단지 내 풍력발전기의 모습. [사진=한국남부발전]

지난해 발전 5개 공기업의 부채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30일 관련한 부채비율이 공시될 예정이다. 당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지난해 회계기준 변경으로 비용 처리하던 운용리스가 부채에 반영된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생기는 공공기관 부채증가 4조9000억 원 중 4조5000억 원이 발전 5사를 비롯한 한국전력그룹사 몫이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까지 발전5사 부채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발전5사가 문재인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관련 투자를 하면서 빚어진 '부채증가'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발전5사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현황을 보면 신재생으로 불거진 부채비율 증가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가 지난해 9월 펴낸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발전 5사를 포함한 한전그룹사 부채 규모는 2019년 12조3000억원(회계기준 변경 4조5000억 포함) 증가한다. 이에 따른 증가 비율은 한전그룹사를 통틀어 20.9%p다.

발전 5개사를 살펴보면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증가는 각각 7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금액을 밝힌 서부발전 약 7800억 원, 중부발전 8272억 원을 고려해 보면 이에 따른 부채 비율 상승이 약 20%p 정도가 될 전망이다.

기재부의 전망치를 보면 발전 5사 부채 비율은 그 뒤로도 늘어날 확률이 높다. 중부발전이 2019년 232%에서 2023년 218%로 줄어드는 걸 빼면 나머지 발전사 부채 비율은 35~49%p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발전 5사 부채비율 증가 어떻게 봐야 하나

문제는 부채의 비율이라기보다는 그 내용이다. 앞으로 늘어날 부채가 어떤 항목으로 채워지는 지가 중요하다. 발전 5사는 주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이다. 기후변화 극복 등 측면에서 에너지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데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선봉장이 돼야 한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초기에는 설비투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연료비나 운영비가 적기 때문에 이익이 되는 구조”라며 “석탄발전은 30년을 생각하고 자산을 반영하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 등으로 일찍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면서 손익분기점이 되기 전 부실자산이 돼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인한 단기적 부채 비율 상승은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필연적 관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환경오염 문제로 석탄화력발전이 국제적 부실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2019년 9월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서 예상한 발전5사의 부채 비율. [자료=기재부]
2019년 9월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서 예상한 발전5사의 부채 비율. [자료=기재부]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해 풍력·태양광 비중(18%)이 석탄 발전량(15%) 비중을 추월했을 정도다. ‘에너지전환’에 있어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해 3분기 추정치로 8.6%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 2년 동안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이전까지 설치된 누적설비의 절반 정도를 늘린 성과다.

공공부문 부채 비율도 아직은 여유로운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9%로 이를 산출·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7개국 중 2위 수준(부채비율이 낮을 수록 순위가 높음)이다. 일반정부 부채 역시 OECD 평균인 109.2%의 절반 이하 수준인 40%로 33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발전사 관계자는 “부채비율 증가는 회계기준 변화와 발전설비 보강, 화력을 포함한 발전 설비 건설 등 종합적 요인때문이지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발전 5사 신재생에너지 투자 미미한 수준

발전 5사는 재생에너지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있을까. 지난해 4월 발전 5사들이 내놓은 201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남동발전을 제외하면 총발전설비용량에서 신재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다. 남동발전이 2.55%로 가장 높고, 나머지 발전사 들은 0.75~0.8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2018년 발전 5개 발전공기업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신재생설비 현황. [자료=발전5사]
2018년 발전 5개 발전공기업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신재생설비 현황. [자료=발전5사]

세부 투자 내역을 살펴보더라도 신재생 설비 투자로 부채 비율이 늘었다고 보기는 무리다. 서부발전은 2018년 총 투자비 6404억 원 가운데 신재생발전설비 건설사업에 1079억 원을 투자했다. 화력발전인 태안 9, 10호기 773억, 발전설비 보강사업에 3402억 원이 쓰였다.

중부발전 역시 주요 투자 내역으로 표시한 1조4263억 원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투자된 돈은 993억 원에 불과하다. 탄소배출권 구매 등으로 표시된 무형자산 520억 원을 더하더라도 10% 정도다. 신서천화력 1, 2호기 4326억 , 서울복합 1, 2호기 2217억  등과 발전설비 보강사업에 쓰인 3219억 원과는 비교되지 않는 수치다.

남동발전 역시 화력발전 설비보강사업에 4075억, 이외 정보통신과 업무설비 등에 1614억 원이 투자되는 동안 신재생 건설 사업에는 567억 원이 쓰였다. 동서발전 역시 계획예방정비공사 등 발전설비보강 사업에 3055억, 그 외 지분투자사업 등에 1067억 원이 투자됐다. 신재생 설비 건설에는 693억 원이 투입됐다.

남부발전은 발전설비보강 사업에 3239억 원을 썼고 삼척화력과 태양광, 연료전지 등 발전설비 건설사업에 3133억 원을 투자했다. 3133억 원 가운데 삼척화력 부분을 빼면 다른 발전사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 정부 수치보다 더 높아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2018년 말 기준 대부분 1% 미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 5사 사장들은 대다수가 '거창한 계획'만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달성 확률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겠다는 발표가 유행처럼 나왔다.

선두주자는 남부발전으로 ‘뉴 코스포 3030(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30%)’ 정책을 수립해 풍력·태양광·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7080메가와트(MW)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부발전의 2018년 기준 신재생설비용량 100MW를 10년 만에 70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수준이다. 매년 600MW 가까운 설비를 증설해야 하는 것으로 2017년 상반기와 비교해 1년 6개월 동안 50MW 남짓 늘어난 것을 고려해보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수치다. 2018년 남부발전의 총발전설비용량은 1만1259MW였다.

다른 발전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부발전이 지난해 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3025(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25%) 로드맵을 수립했고,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과 유향열 남동발전 사장 역시 3025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발전5사 모두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제시한 재생에너지 20%보다 높은 25~30%를 달성하겠다고 내세운 상황이다.

발전5사가 에너지전환 계획에 있어 현재를 자세히 검토한 뒤 실현가능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세웠는지 검토가 필요한 지점이다. '장밋빛 미래'가 아닌 '구체적 현실'에 기반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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