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흰기러기(Snow G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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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흰기러기(Snow Geese)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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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공위성이 2002년에 찍은 지구. 지구 가열화로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사진=NASA]
테라 인공위성이 2002년에 찍은 지구. 지구 가열화로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사진=NASA]

1995년 11월 바람이 거세게 불던 어느 날, 미국 몬태나주 버테(Butte) 외곽의 산꼭대기. 한 무리의 흰기러기(Snow Geese) 떼가 이곳 산꼭대기 호수에 내려앉았다. 캐나다에서 날아온 흰기러기들이 잠시 쉴 곳을 찾은 것이다. 호수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흰기러기들이 잠시 몸을 부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지역주민들은 한밤중에 때아닌 흰기러기의 요란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호숫가에 도착한 주민들이 목격한 것은 충격이었다. 300여 마리에 이르는 흰기러기 사체들이었다. 죽은 흰기러기들이 호수에 둥둥 떠다녔다.

산꼭대기에 있는 호수는 예전에 구리광산이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1950년대까지 전 세계는 구리 채굴 경쟁이 펼쳐졌다.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1940년 구리 값이 폭락하면서 채굴 방식이 바뀌었다. 아예 산 자체를 폭파해 대량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몬태나주 버테에 있던 광산도 그중 하나였다. 이 광산은 1982년 문을 닫았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버려진 이 광산 구덩이에 빗물, 눈, 지상에 있던 물이 오랜 시간 합쳐지면서 큰 호수가 만들어졌다. 겉으론 그저 호수였다. 실상은 보통의 호수가 아니었다. 이 호수에는 구리, 카드뮴, 아연, 비소 등 중금속들로 가득했다. 호수는 호수인데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탄생한 것이다.

흰기러기들이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다. 그들의 눈엔 그저 눈 덮인 호수였다. 지친 날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중금속으로 가득 찬 물을 마신 흰기러기들은 하나, 둘 죽어갔다. 흰기러기 사체를 분석한 결과 유황 산이 기러기 내장을 모두 녹여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짐 안탈(Jim Antal) 박사가 쓴 ‘기후교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전 지구촌이 죽어가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중국 우한에서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먹다가 발생한 비극일까. 중국의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때문일까. 최초 감염원과 전파 경로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이번 코로나19도 인류가 자초한 비극이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앞으로 인류에 더 전파력이 강한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것이란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기후변화와 글로벌 교류 시스템에 있다. 이 중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후폭풍은 만만치 않으리라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감염병 확산과 신종 전염병을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측은 2015~2016년 발생했던 ‘슈퍼 엘니뇨’ 당시 전염병이 퍼졌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인근의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2015~2016년 당시 ‘슈퍼 엘니뇨’로 미국의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에서는 한타바이러스, 탄자니아에서는 콜레라, 브라질과 남동아시아에서는 뎅기열이 급속히 퍼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지구 가열화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상승하면 말라리아, 뎅기열 등과 같은 감염병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구 가열화가 진행되면서 감염병을 매개하는 곤충과 동물이 인류에 더 가깝고, 더 많이 접근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의 2002~2016년까지 월별 발생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2015년 전염병 사례가 가장 높았고 2016년에는 한타 바이러스 사례가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NASA 기후변화 연구결과 확인됐다.

엘니뇨로 미국 남서부 지역의 강우와 온화한 기온 상승으로 식물 성장을 촉진했고 한타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설치류에게 더 많은 음식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설치류 개체군 폭발로 대변과 소변 오염을 통해 치명적 질병에 걸릴 수 있는 인간과 더 자주 접촉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북극곰이 동족을 잡아먹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 또한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 북극은 지구 가열화가 다른 지역보다 3배 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빙(바다 얼음)이 급격히 줄었다. 북극곰은 해빙 위에서 물개 등을 대상으로 사냥해 먹잇감으로 삼는다.

해빙이 사라지니 북극곰의 사냥터가 사라졌다. 이들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북극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가 최근 보고되고 있는 동족 포식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까지 내려와 먹잇감을 찾기 위해 집을 습격하는 경우이다. 북극곰이 점점 인류에 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고 이로 인한 여러 가지 감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과 인류의 접촉이 더 밀접해지고 있다. 야생동물과 ‘밀접 접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다 지구촌은 교역과 여행 등으로 24시간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다. 한번 감염되면 전파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인류는 ‘대량 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다. 만들고 소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석유와 석탄을 무자비하게 사용했다. 개발을 위해 산림을 훼손하고 불태웠다. 열대우림인 브라질 아마존이 파괴될 정도로 인류는 무자비했다.

그 후폭풍이 지금 인류를 덮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환경과 산림을 파괴하는 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몬태나주 버테 산꼭대기에 있는 ‘죽음의 호수’를 닮아가고 있는데.

코로나19는 그 시작이다. 한참을 날아 잠시 쉴 곳을 찾기 위해 눈 덮인, 눈으로 보기에 그저 평범한 호수로 보였던 몬태나주 버테에 내려앉은 흰기러기 떼. 다음날 집단사체로 발견된 그들. 인류가 지금 흰기러기 떼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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