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134개 피부질환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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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134개 피부질환 진단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09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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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피부질환 분류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
검버섯으로 오인하기 쉬운 기저세포암(Basal cell carcinoma)을 AI가 정확히 진단한 결과(왼쪽)이며, 아토피피부염으로 오진하기 쉬운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포진상 습진(Eczema herpeticum)을 AI가 정확히 진단한 모습(오른쪽)이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검버섯으로 오인하기 쉬운 기저세포암(Basal cell carcinoma)을 AI가 정확히 진단한 결과(왼쪽)이며, 아토피피부염으로 오진하기 쉬운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포진상 습진(Eczema herpeticum)을 AI가 정확히 진단한 모습(오른쪽)이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134개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 연구팀(공동연구자 아이피부과 한승석 원장, 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 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일우 교수)은 최근 134개에 달하는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34개 질환에는 흔하게 발생하는 피부병의 대부분 포함된다. 100개가 넘는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말 글로벌 기업 G사에서 개발한 피부질환 진단 AI도 26개 질환군을 분류하는데 그쳤다. 국내 AI 기술 경쟁력이 선두 그룹에 뒤처져 있는 상황에서 피부질환 연구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피부질환의 병변은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다양하다. 기존의 진단 AI는 제한된 질환 몇 가지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피부종양의 악성 여부 파악 등 단순 분류에만 그쳐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피부종양의 양성과 악성을 구별하도록 훈련받은 AI에게 아토피 피부염 사진을 보여주면 악성질환으로 오진하는 사례도 있었다. 비의료인도 쉽게 구별 가능한 질환이라 할지라도 직접 훈련받지 않으면 판별에 실패하는 한계가 있었다.

더 많은 피부질환을 분류하고 진단할 수 있는 AI의 개발을 위해 나정임 교수 연구팀은 합성곱 신경망(CNN)이라는 특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22만 장에 달하는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피부병변 사진을 학습시켰다. 개발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은 피부과 전문의에는 못 미치는데 레지던트와 동등한 수준으로 피부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항생제 처방 같은 일차적 치료 방법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134개의 피부질환을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피부암 진단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피부과 레지던트 26명과 전문의 21명이 3501개의 사진 데이터를 진단한 결과, 단독으로 진단했을 때의 민감도는 77.4%였는데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했을 때는 86.8%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비의료인 23명을 대상으로 피부암을 감별하게 해본 결과, 처음에는 민감도가 47.6%에 불과했다.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는 87.5%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의료인과 의료진의 피부암 진단 특이도 역시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약 1% 증가했다.

기존 연구가 AI와 의사의 진단능력을 단순 비교한 것에 그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AI가 의사의 진단능력을 향상할 수 있으며 비의료인이 AI의 도움을 받으면 피부암을 2배가량 더 잘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한편 의사, AI, AI의 도움을 받은 의사 중 AI의 보조를 받은 의사가 가장 진단능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이 AI의 조력을 받는 것이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나정임 교수는 “AI의 정확성은 사진의 초점, 구도 등에 따라 영향을 받기는 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인간의 지성이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의료진은 AI의 도움을 받아 피부질환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계에서 AI와 의사는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며 의사의 진단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조력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ID(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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