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메디톡스, '보톡스 균주 분쟁' 법정 밖 난타전...승자 없는 ‘진흙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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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메디톡스, '보톡스 균주 분쟁' 법정 밖 난타전...승자 없는 ‘진흙탕 싸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3.06 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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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보톡스 균주 분쟁’ 미국 ITC 예비 판정 결과 발표 앞두고 양측 근거 없는 진실 공방
- 승자 없는 폭로전 ‘진흙탕 싸움’에 이미지만 깎여...메디톡스, 연이은 외우내환에 ‘속앓이’
대웅제약, 메디톡스 각사 CI
대웅제약, 메디톡스 각사 CI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분쟁’이 법정 밖에서도 소모적인 난타전을 이어가면서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6월 ‘보톡스 균주 분쟁’ 미국 ITC 예비 판정 결과 발표 앞두고 양측 근거 없는 진실 공방

지난해 1월 메디톡스와 글로벌 파트너 앨러간은 대웅제약과 대웅제약 측 미국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Evolus)를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주장하면서 대웅제약 ‘나보타’ 수입 제한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이후 양측은 ITC 재판 진행 과정을 통해 각각 상반된 주장과 입장을 밝히면서 장기간에 걸쳐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도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에 관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며, 향후 ITC 판결에 따라 국내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 ITC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으며 오는 6월 5일 예비 판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판결은 10월 6일이지만 예비 판정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올해 상반기에는 승패가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 예비 판정 결과 발표를 불과 석 달 가량 남긴 지난 4일 메디톡스 측이 언론을 통해 대웅제약에 일격을 가하면서 다툼이 확대됐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ITC 심리 과정에서 “ITC 소속 변호사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주장을 언론에 전했다.

이어 "ITC 재판부의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ITC 소속 변호사가 심리 과정에서 메디톡스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면서 "대웅제약 측 미국 변호사들도 공개심리에서 ITC 소속 변호사의 입장이 메디톡스 의견과 동일하다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인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찾아와 합의를 요청했으나 결렬됐다”며 “에볼루스만 동의하면 결렬된 합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싶다”고 공격했다.

대웅제약 측도 "지금까지 재판과정에서 메디톡스의 균주 소유권, 침해사실 및 산업피해 주장 어느 하나 제대로 증명된 바 없다"며 "메디톡스는 ITC에 제출한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메디톡스 측이 이번 재판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 점에 대해 "미국 ITC 소송의 성립요건 중 하나는 현존하는 미국 산업에 적법한 피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며, 메디톡스의 이노톡스(MT10109)는 아직 임상단계에 불과해 만약 ITC가 이노톡스를 미국 ITC 관할권상 표준에 속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판단하면 이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축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웅제약 측은 “지난 ITC 심리에서 다수의 위조된 서류가 메디톡스의 증거로 포함됐다”며 "이러한 심각한 위법행위는 앞으로 있을 ITC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와 관련해서도 "에볼루스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오히려 메디톡스 측이 먼저 에볼루스에 합의를 제안했고, 에볼루스는 자신이 합의를 할 사항이 아니어서 이러한 내용을 알려와 즉시 거절한 바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메디톡신 제품 [사진=메디톡스]
메디톡신 제품 [사진=메디톡스]

 

▲승자 없는 ‘진흙탕 싸움’에 이미지만 깎여...메디톡스, 연이은 외우내환에 ‘속앓이’

양측이 독기를 품고 숨가쁜 공방을 펼친 이날 메디톡스 주가가 장중 한때 20%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대웅제약은 10% 이상 곤두박질쳤으며, 결국 종가 기준으로 메디톡스가 14.51% 오른 데 반해 대웅제약은 9.91% 내린 채 장을 마쳐 최종 승기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다음날 메디톡스 주가는 6.87% 하락 마감해 전날 오름폭의 절반 정도를 반납했으며, 대웅제약은 1% 올라 반등에 성공했다.

이처럼 양측이 ITC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공방만 주고받자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까지도 부정적인 시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양사의 기업이미지만 깎이는 행위라는 의견이다.

특히,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향한 선제공격에 나선 날 영업이익이 무려 70% 감소한 지난해 실적을 내놔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영업비밀침해금지 관련 미국 ITC 소송 및 국내 소송 등으로 인한 지급수수료의 증가”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도 소송비용으로 막대한 금액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5일에는 법무법인 오킴스가 피해자들의 요청에 의해 메디톡스와 주요 임원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또는 주주대표소송 등을 제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오킴스는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관련 소송을 주도하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제품을 허가 전 불법으로 유통하고 생산 멸균작업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실험용 무허가 원액을 생산에 사용하고 일부 제품에 대해 품질 기준 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이 같은 제보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아 자체조사를 진행했으며, 청주지검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의혹으로 메디톡스 생산본부장이 구속됐으며, 지난달 27일에는 청주지검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해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의 휴대전화와 컴퓨터까지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폭로전 형태의 다툼이 계속될 경우 양사의 감정적인 골만 깊어지게 할 경우 승자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양사의 기업가치는 ITC 소송이 마무리된 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 영향을 미쳐온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과는 알 수 없으나 일단 ITC 소송이 마무리된다면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최대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송이 마무리되면 소송비로 인한 실적악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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