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거울 뉴런과 코로나19
상태바
[정종오 칼럼] 거울 뉴런과 코로나19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05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들어도 우리 힘냅시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힘들어도 우리 힘냅시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래전 읽은 책 중에 비토리오 갈레세(Vittorio Gallese) 교수와 관련된 내용이 떠오른다. 비토리오 갈레세 교수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에서 공부했다, 신경과학자이다. 그는 이른바 ‘거울 뉴런(Mirror neuron)’으로 주목받았다. 거울 뉴런이란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마치 내가 느끼는 것처럼 읽어내는 뇌 신경 세포를 말한다. 부모가 ‘자식의 아픔이 내 아픔’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내가 타인의 고통을 보고 체험하면서 공감하는 신경 세포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우리나라, 이란 등에서 코로나19(COVID-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동안 없었던 남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금 전 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스템이 마비되다시피 됐다.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넘쳐난다. 식당 문은 열었는데 손님은 거의 없다. 거리도 한산하다. 꽃가게 주인은 졸업과 입학이 무더기 연기되면서 시들어가는 꽃만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자영업자의 버텨내기가 언제까지일지 가늠조차 힘들다. 회사에도 확진자 한 명만 나오면 문을 닫는다. 많은 직장인이 재택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가 고통에 빠졌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는 ‘거울 뉴런’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느낀다. 고통에 빠진 타인을 보면서 ‘내 고통’으로 공감한다. 이 공감은 고통을 같이 나누는 곳으로 승화한다. 거울 뉴런은 다른 동물보다 인간에게서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코로나19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국민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구지역에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지역 의료진들이 앞다퉈 자원해 대구로 달려갔다. 타인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공감된 까닭이다. 정년, 퇴직을 앞둔 간호사들도 쉬는 대신 팔을 걷어붙였다. 의료진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고통 나누기’에 동참했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의 한 숙박업체는 자신이 운영하는 곳을 코로나19 관련 의료진에게 무료로 내놓았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이 조금이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거울 뉴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숙박업체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전국 시민들이 지원품과 기부금을 보내왔다. 숙박업체 사장은 “의료진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한다는 공지 이후 전국에서 지원품과 기부금이 쏟아졌다”며 관련 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 ‘거울 뉴런의 연쇄적 공감 반응’이 일어났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힘을 보탰다. 자신도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가는 처지인데 그동안 모은 동전, 1만, 5만 원 등 꼬깃꼬깃 접은 성금을 한 구청에 보내왔다. 고사리손으로 빼뚤빼뚤 “힘내세요, 대구!” “의료진들, 고맙습니다” “코로나19, 이길 수 있습니다”는 응원 편지가 곳곳에서 대구에 도착하고 있다.

비토리오 갈레세 교수의 ‘거울 뉴런’이란 말이 떠오른 것은 지금 이탈리아 상황도 만만치 않아서다. 이탈리아 정부는 4일(현지시각)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전날보다 사망자는 28명 늘어난 107명, 확진자는 587명 증가한 3089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107명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치이다. 이탈리아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고 확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탈리아가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굳이 ‘거울 뉴런’이란 용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몸에서 작동한다. 인간이라면 그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게 이 세상의 고통과 싸울 수 있는 밑바탕일 것이다. 고통 속에서 인류는 늘 하나로 뭉쳤다. 그 위기를 극복한 뒤 인류는 더 단단해졌다. 더 성숙해지고 진화했다고나 할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이 같은 시스템이 시작됐고 전 세계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본 국민적 ‘고통 공감과 함께 나누기’는 특히 강했다.

다만 신천지교회와 관련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서만은 ‘거울 뉴런’이 작동하지 않음을 느낀다. 누구든 감염될 수 있는데 신천지교회는 달랐다. 신천지교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 급증하고 있었음에도 뒤늦게 교인명단을 내놓았다. 마지못해 교주인 이만희 씨가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자신의 궁전’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해대는 모양새에서 ‘분노’를 느꼈다.

자료 부족으로 신천지교회 집단감염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신천지교회 신도들에게 집단 세뇌 등으로 ‘거울 뉴런’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비토리오 갈레세 교수는 “인간은 ‘거울 뉴런’을 다른 동물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울 뉴런’이 상대적으로 많으냐, 적으냐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