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이만희식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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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이만희식 ‘My Way’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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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회피용 기자회견에 국민 분노 극에 달해
이만희 총회장이 큰 절을 하며 사죄하고 있다.[사진=신천지 유튜브 캡처]
이만희 씨가 2일 기자회견에 앞서 큰 절을 하며 사죄하고 있다.[사진=신천지 유튜브 캡처]

초라하다고 생각한 것 나뿐이었을까. 기자회견 내내 속 터지고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한 것은 나뿐이었을까. 어떻게 저런 인간이 30만 신도를 이끄는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도 나뿐이었을까. 손목에 찬 ‘박근혜’ 이름이 박힌 과시용 시계, 두 번 절하고 사과하면서도 기자회견 끝엔 ‘엄지척’을 해대는 모양새.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책임을 돌리는 ‘이만희식 My Way 기자회견’에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이만희식 기자회견’을 두고 “저런 인간을 따르는 신도들이 있다는 게 더 이해가 안 되고 불쌍하다”고 까지 표현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사태는 ‘신천지 대유행(Pandemic)’이 그 원인이다. 신천지교인과 이들로부터 2, 3차 전파된 감염자가 대부분이다. 지난 2월 16일 신천지교회 대구예배를 본 전국 교인이 뿔뿔이 흩어져 전국적 감염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째 신천지교인 확진 이후 ‘감염자 일일 동향’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국내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3일 0시 기준으로도 전날보다 확진자가 600명 증가했다. 이중 대구와 경북에서만 580명이다. 신천지교회에서 시작된 ‘팬데믹’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별로 신천지교인에 대한 전수조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르고 있다.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 세계 약 80개국이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코로나 급증국가’란 오명을 썼다. 경제는 또 어떤가. 도심의 식당은 모두 문을 닫을 처지이다. 여행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여행업계가 줄도산 위기이다. 학교도 2주 다시 연기돼 3월 23일 개학하기로 했다. 모든 국가 시스템이 ‘올스톱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런 마당에 버젓이 얼굴을 들이밀고 ‘미안한데 지금 누구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만희. 그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당장 이만희 검체 채취 여부를 두고도 ‘요란도 이런 요란’이 없다. 이 씨는 지난 2월 29일 가평에 있는 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검사 사본까지 보여줬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사설병원에서 검사한 것은 믿을 수 없다며 보건 당국의 재검사를 받으라고 했는데 거부했다. 이 지사는 직접 가평 신천지교회 연수원을 찾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는 사이에 이만희 씨는 연수원을 나와 다시 과천으로 도망가다시피 이동했다. 이어 과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천은 신천지교회 본부가 있는 곳이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신천지교인 확진 이후 13일 만에 보건 당국에 공식 검사를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검사 한번 받는데 총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식이니 신도들이 검사받는 것은 또 얼마나 숨기고 질질 끌겠는가.

신천지교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단이다. 신도 명단도 뒤늦게 제출했다. 특히 교육생 명단은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이후 공개됐다. 지자체별로 확보한 명단과 다른 부분도 많다. 연락이 닿지 않는 신천지교회 교인도 수두룩하다. 질병관리본부가 통계를 통해 설명했듯 20~29세 확진자가 약 30%를 차지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0대가 많은 것은 20~30대 신천지교회 관련 여성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만희 씨가 진정 ‘미안하고 송구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부분을 말끔히 설명해줘야 한다. 신천지 관련 교회 시설을 당장 감염자 수용시설로 내놓아야 한다. 지자체도 신천지교회 시설에 대한 폐쇄 명령에서 이 시설에 대한 방역 작업 이후 수용시설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 대구는 입원과 수용시설이 부족해 집에서 기다리다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증환자를 즉시 입원시키고 경증 환자는 의료진이 24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 옮기는 것이 급선무이다. 당분간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할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신천지교회 관련 시설을 개조해 생활치료센터로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이만희 씨는 ‘책임회피용 기자회견’만 서둘러 마무리하고 또다시 잠적했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이곳저곳 유람할 처지가 아니다. 지자체별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에서 이후 수사를 받겠는데 이에 앞서 신천지교회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대책을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만이 ‘신천지 대유행’으로 빚어진 국민 분노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2월18일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신천지교인이었던 31번째 확진자로 비롯된 대유행이었다.[자료=질병관리본부]
2월18일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신천지교인이었던 31번째 확진자로 비롯된 대유행이었다.[자료=질병관리본부]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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