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귀족' 오명, 현대차 노조가 달라졌다...중도 실용 노선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위기 돌파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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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귀족' 오명, 현대차 노조가 달라졌다...중도 실용 노선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위기 돌파 '앞장'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2.20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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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 실용 새 노조 집행부, '노조 리스크' 벗고 품질과 생산성 강조
-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고객 신뢰에 노사 따로 없어
- 이상수 노조위원장, 중도 실리 중심 현장 노동자 출신...자동차 산업 변화 공감대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울산공장 등 가동 중단 사태에서 노조가 먼저 위기 인식

"4차 산업시대에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많이 줄어드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어서 현재의 (고용안정을)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2019년 12월,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

“노사가 함께 뭉치는 모습을 통해 고객 신뢰를 담보해 내야한다”(2020년 1월 17일 현대차 노조 소식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강성' '귀족노조' 이미지를 벗고 달라졌다.

현대차는 그간 '노조 리스크'가 큰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거대한 흐름에 따른 변화를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룬 게 달라진 점"이라면서 "지난해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를 제치고 중도 실용 후보가 당선된 것이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최고경영진 '세대교체'와 함께 노조의 변화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

현대차 노조의 변화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울산공장 등 가동 중단 사태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7일 소식지에서 "여전히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공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품질과 생산성 확보로 고객 불안을 잠재워야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앞장 서는 모습은 과거 '투쟁' 일변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조업 중단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일부터 국내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이후 부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 가동과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휴업이 더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품공급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며 “부품공급 차질로 또다시 휴업이 장기화하면 고객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2020년 임단협 투쟁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생산 차질로 판매가 줄어들면 노조 입장에서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유리할 게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 직원의 자율주행차 시연 장면

노조는 “팰리세이드를 필두로 GV80, 그랜저 신차들의 선방으로 시장 환경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노사 모두에게 크나큰 손실”이라며 “적어도 고객들의 조기출고 요구가 많은 팰리세이드, GV80, 그랜저, 투싼 차종을 필두로 여타 차종에 대한 부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노사 화합을 비롯해 조합원의 생산성 만회로 ‘안티 현대’를 지우고 고객 신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경영의 한 축으로 책임도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큰 변화 중 하나다.

반면 노조는 “회사는 기초질서 지키기를 빙자한 조합원에 대한 불필요한 도발과 관성화된 이념공세를 중단해야 한다”며 “회사는 조합원에 대한 사기 진작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그간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가 이념과 진영의 볼모가 돼 대중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측면도 있지만 사측이 과거 관성으로 도발하거나 이념 공세를 취해선 안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는 현대차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위기를 가져왔다

정의선 체제 이후 현대차는 수평적 기업문화를 비롯 비전 재정립, 인사제도 개편 등 재계에서 혁신을 주도해왔다. 현대차는 그간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였으나 자율 복장제, 타운홀 미팅 등 여러 변화가 직원들의 변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조의 근본적 변화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도 '천군만마'와 같은 모양새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코로나19 사태를 비롯 악화된 가운데 내부적으로 단합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 제 8대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이상수 후보가 당선됐다.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가 '중도 실용'을 선택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방향과 일치한다는 관측이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상수 위원장은 실리·중도 노선의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 의장으로 2009년 3대 집행부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당선 간담회에서 "국민이 안티가 되고 차가 안 팔리면 회사는 망한다" "공약한 대로 노조도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필름으로 사진 찍던 카메라(회사)들 지금 다 망했다"며 "시대의 변화에 회사(현대자동차)가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노동조합 조합원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20조원을 투자한다. 세계 전기차 3대 메이커를 목표로 삼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노조가 호응하지 못하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꿈꾼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고용안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많은 구조에서 신규 인력 채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비정규직 노조는 최근 법원 판결을 근거로 모든 사내하청 직원의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현대차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모비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쾌속 질주를 할 수 있을 지는 어쩌면 '마지막 퍼즐의 완성', 노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이상수 노조 위원장은 "인위적인 정리해고나 인원감축으로 새 발전을 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현 고용이 유지되는 선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공유하면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단순히 한 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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