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 소송 판정승 LG와 타협점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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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배터리 소송 판정승 LG와 타협점 찾을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2.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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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C,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
SK이노 “LG화학, 산업 생태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칼자루 쥔 LG화학 “SK이노와 대화 가능성 열어뒀다”
LG화학 연구원들이 자체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이 자체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1년 가까이 끌어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일단락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양사 관계도 전환점을 맞았다. 최고경영자(CEO) 회동이 결렬되는 등 평행선을 달리던 관계의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패소 판결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화해의 손길을 보낼지 주목된다.

LG화학이 미국 ITC에 조기패소 판결을 요구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소송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 모독 행위가 나타났다는 게 이유였다. LG화학은 미국 ITC에 제출한 67쪽의 요청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ITC 소송을 제기한 지난해 4월 29일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자료로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사내 메일을 들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이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는 등 내용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조사한 ITC가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ITC의 이번 결정은 행정판사가 내린 ‘예비 결정’이다. 3월 초로 예정된 변론 등의 절차없이 오는 10월 5일 진행될 ‘최종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LG화학이 조기 패소 판결을 신청할 당시 별다른 입장문을 내지 않았던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일단 ITC의 공식 결정문이 18일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걸 받아본 뒤 이의제기나 LG화학과의 합의 등 자세한 계획을 세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정문을 보고난 뒤 세부 대처 전략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구체적 전략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6일 조기 패소 결정과 함께 내놓은 입장문을 보면 앞으로의 전략을 추정해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결정문을 검토한 뒤 앞으로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주목할 부분은 그 뒤에 이어진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국면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강조한 건 드문 반응이다. LG화학의 조기 패소 요청 이후에도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 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조기 패소 판결에 대한 내부의 위기감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는 언제든 열려 있다는 반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당사의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절차”라면서 “SK이노베이션과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SK이노베이션이 한 걸음 물러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관점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공장 설립 등 측면에서 보면 SK의 패소가 유리한 게 없는데도 LG의 조기 패소 요청이 받아들여진 건 그만큼 증빙 자료 등이 그만큼 정확했다는 뜻”이라며 “SK 입장에서는 미국에만 2조 넘게 투자된 만큼 막대한 손실 등을 고려하면 LG와 어떻게든 합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1조9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공장을 짓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초 약 1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내 지어지는 배터리 1·2 공장에만 3조 가까운 돈이 투입되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짓고 있는 공장이 활성화하려면 이번 패소 결정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SK가 LG와의 합의를 위해 나서는 한편 LG도 정복자 역할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합의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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