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룰·전자투표 도입 등 강화된 주주권···상장사 "주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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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룰·전자투표 도입 등 강화된 주주권···상장사 "주총 비상"
  • 황동현 기자
  • 승인 2020.02.17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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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56개사 '일반투자' 변경...주주권 행사 강화방침
올해 LG 제외 5대 그룹이 전부 전자투표 도입
27일 개최한 대한항공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참석 주주 중 64.1%만의 참석을 얻어 부결됐다.
지난해 5월 개최된 대한항공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연임을 반대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참석 주주 중 64.1%만의 참석을 얻어 부결됐다. [사진=방송화면 캡쳐]

내달 상장사 주총시즌엔 강화된 주주권으로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이 주주행동에 더욱 적극나설 것으로 전망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5% 룰(기관투자가의 대량보유 공시의무)’이 완화돼 목소리를 내려는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주요 대기업의 전자투표제 도입이 잇따르면서 소액주주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총시즌에는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있었지만 주주제안 안건이 잇따라 부결됐다. 먹튀논란, 단기차익 등 상장사들의 경계의 목소리도 높았다. 현대차 엘리어트의 주주권행사, 대한항공 사태 등을 계기로 주주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올해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띌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현대차, 대한항공 등 주요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위법 행위를 한 이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경영계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5%룰 완화 추진을 강행했다.

5% 룰은 상장사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보유 지분율에 1% 이상 변동이 생기면 이를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5%룰의 보유 목적을 세분화해 기존 경영 참여, 단순 투자 2가지로 분류돼 있던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 일반 투자, 단순 투자 3가지로 늘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금운용위원회가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면서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법률 위반, 배당 정책, 사회책임형 투자 등의 사안에서 기업 가치가 훼손되면 주주 제안을 통해 정관변경·이사해임 등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재계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과도한 경영간섭을 할 수 있고, 헤지펀드들의 경영 공격 등이 우려된다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어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6일에는 노동·시민단체가 국민연금에 주요 재벌기업들의 3월 정기주주총회에 대비한 주주활동을 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양대 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다음달 중순께 주요 재벌기업의 정기주총 개최가 자명한데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주주제안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법상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게 주총 6주 전에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고, 이 규정대로라면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에 행사해야 하므로 최소한 이달 초까지 주주제안을 의결했어야 하나 국민연금기금운용위가 대처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가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국민의 노후자금이 투자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한 재벌 총수 등 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이사회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골든타임을 날려 버렸다”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주주활동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그동안 노동·시민단체가 언급했던 삼성물산·효성·대림산업 등 재벌기업 이사들은 불법승계·사익편취·횡령 등 범죄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정기주총을 통해 직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일반 기관투자자들의 일반투자 목적 주주권 행사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에스엠에 대해 배당 확대와 적자 사업 정리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는 KB자산운용은 에스엠·효성티앤씨·광주신세계·골프존·KMH·컴투스 등 6개 상장사에 대한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부 외국계 기관투자자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의 지분 5.06%를 보유한 프랭클린리소시스는 최근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의 전자투표제 도입도 확산되고 있다. 제도 시행 10년 만에 주주들의 편익 제고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최근 6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간단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전자투표제 시행을 전 상장계열사로 확대한다. 기존 현대글로비스 등 3개사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등 9개사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터진 기업이나 의결정족수 확보가 어려운 코스닥 상장사들은 전자투표 제도 도입으로 소액 주주들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예탁결제원을 통해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한 회사는 581개로 전년보다 12.4% 늘었고,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는 10만6259명으로 전년(3만6141명)보다 194%나 급증했다. 올해는 LG를 제외한 5대 그룹이 전부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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