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500조 시대...부동산 왕국 현실에 맞는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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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500조 시대...부동산 왕국 현실에 맞는 정책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2.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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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폭증과 서울 아파트 폭등의 상관관계
디레버리징 쇼크 도외시할 수 없는 한은
자료=한국은행 제공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통화금융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의 가계신용금액은 1572조6599억원에 달한다.

가계신용은 쉽게 말하자면 사채를 제외한 가계의 모든 빚을 가리킨다.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보험사, 연금기금, 카드사, 할부사, 증권사 등에서 빌린 주택구입용 대출, 일반대출, 카드론 등을 의미하는 가계대출은 1482조원 수준이다.

신용카드사나 할부금융사를 통해 카드나 할부 구매액을 가리키는 판매신용은 91조원이다.

가계부채의 수준을 가늠할 때 흔히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명목 GDP는 1893조4970억원이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기준연도 개편에 따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대폭 하락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4.6%에 달한다.

구계열에 따라 2018년을 비교해 보면 100.5%에 달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부채의 과다 여부 임계치를 GDP 대비 85% 수준(2011년)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은 75% 수준(201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BIS는 지난 2017년 1월 한국을 포함해 주요 54개국의 1990년~2015년 사이 가계부채와 소비, 경제성장 간의 단기, 중장기 영향을 점검한 결과, 중장기 소비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가계부채 비율 임계치를 GDP 대비 각각 60%, 80%로 제시한 바 있다.

어떤 경제주체의 부채가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소득 대비 부채, 자산 대비 부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등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자료=OECD 제공
자료=OECD 제공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과 2017년의 비율을 비교해 보면 증가폭이 43%p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높은 편인데,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호주, 스웨덴에 이어 6번째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주택보유에 대한 세제혜택, 연금시장 발달 등으로 전통적으로 가계부채 보유 성향이 높은 걸 감안하면 한국의 위치를 짐작케 한다.

많은 국가에서 이와 같은 가계부채 과다를 정책적으로 줄이려드는데, 이는 과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유럽의 재정위기 등과 같은 충격 때문이다.

이른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정책이다.

지렛대라는 뜻의 '레버리지'는 금융계에서 익히 잘 알려진 표현이다. 재무구조상 자기자본 대비 차입비율을 볼 때, 빚을 지렛대 삼아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요컨대 가계 과대부채는 경제적 충격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이를 조정한다는 의미인데, 생각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선 디레버리징 정책은 단기적으로 실질 성장률이 둔화되는 영향을 낳는다.

디레버리징 정책의 몇몇 사례를 보면 경제주체들의 지출 감소를 유도하는 긴축의 방식,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고인플레이션 방식 등을 볼 수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핀란드(1991~1998), 말레이시아(1998~2008), 미국(1933~1937), 한국(1998~2000)의 경우가 긴축을 통한 디레버리징 정책을 추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스페인(1976~1980), 이탈리아(1975~1987), 칠레(1984~1991)의 경우엔 고인플레이션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방식의 차이와 결과와는 별개로, 모든 사례들이 디레버리징 정책 초기 2년~3년 동안은 실질 성장률이 감소했다.

나라 차원에서의 특징이 그러하고, 개별 가계 차원에서도 국가적 정책의 향방에 따라 변화를 크게 겪을 수밖에 없다.

가계는 부채 상환을 위해 소비를 감소시키거나 저축을 감소시키는데, 상황에 따라 금융자산의 운용이 증가할 수도, 혹은 실물자산 운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국가 사례에서 단기적으로는 금융자산 운용이 감소하고,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자료=통계청(가계금융복지조사) 제공
자료=통계청(가계금융복지조사) 제공

 

문제는 한국의 경우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가계자산의 구성에서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의 경우,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일종의 버퍼 역할을 해서 경기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연령대로 보면 30대~40대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점 등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자산 축적보다는 실물자산 획득이 자산 증식의 주요한 수단이 된 현실을 감안하면, 30대와 40대의 경우 원금상환 부담이 증가해 가처분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과 생활비로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얘긴즉, 부동산 보유 여부를 가리키는 것이다.

특히 금융부채만 보유한 고령층의 경우,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적인 점 등을 보면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상환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이나 고자산가는 예외로 두더라도, 30대~40대의 경우 미래소득이 높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증식 상황이 과도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리금분할상환 등의 가계부채 조정은 특히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연동해, 가계가 우선적으로 금융자산 운용의 축소나 처분을 고려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큰 가구의 경우, 정기예금이나 저축성 보험 등의 금융상품 중도해지도 늘어날 것이다.

상환에 대한 부담이 높은 가구일수록 금융자산을 보수적·단기적 운용하는 데 반해, 상환 부담이 낮은 가구는 소위 안정자산부터 위험성 높은 투자형 상품까지 다양하게 분산투자할 것이다.

결국 이런 예상들은 디레버리징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과 함께 '금융안정'을 주요 과제로 추가했다.

앞서 말한 디레버리징 정책, 과도한 가계부채 축소와 같은 적극적 개입이 금융안정을 위해 추진됐던 것이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2011년 말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가 명시됐다.

자료=통계청(가계금융복지조사) 제공
자료=통계청(가계금융복지조사) 제공

 

여기서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것은 '부동산'과 관련한 한국의 특수한 현실이다.

국내 각종 가계대출은 총액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부동산을 사거나 빌리기 위한 비중이 높다.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었던 2014년~2016년 사이의 통계는 결국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을 보여주는 사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당 시기는 또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맞물리는데, 아슬아슬한 판국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진다.

공급정책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강화가 결국 가격 폭등의 원인이었다는 해석도 들린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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