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왜 그렇게 생겼을까?
상태바
[TECH meets DESIGN]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왜 그렇게 생겼을까?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6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세대 도미넌트 자동차 디자인은 기능주의 미니멀리즘

2019년 11월 21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스페이스 X 본사 바로 옆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Tesla Design Studio)에서는 테슬라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 마지않던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지난 2018년 연말부터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런 머스크가 발표를 미루어오던 테슬라 사이버트럭(Cybertruck)의 프로토타입이 전격 공개된 날이다.

발표 무대의 검정색 디지털 액정 프레젠테이션 보드에는 디지털 시계가 초단위로 째깍대고, 무대 위에 오른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세상에는 공해를 유발하는 휘발유 자동차가 너무 많다며 홀로그램 여성과 함께 대화하는 것으로 신차 공개행사를 시작한다. 드디어 머스크가 사이버트럭을 무대로 불러들이며 소개한다. “이 차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나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이자 ‘기술적 선언작’이 될 것이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본격적으로 고하는 100% 전기구동 픽업트럭이다. 1년 가까이  사이버트럭 발표회를 애타게 기다렸던 테슬라 팬들은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 디자이너들 역시 아직까지 소비자 자동차 시장에서 보지 못한 기이하고 독특한 사이버트럭을 보고 찬반호악으로 이내 갈려 논쟁을 벌였다.

 사이버트럭. Courtesy: Tesla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은 누가봐도 첫 눈에 파격적이다. 머스크가 밝혔듯 사이버트럭은 분명 <블레이드 러너>(오리지널 1982년 개봉) 속 주인공의 '스피너' 순찰차와 닮았다. 거칠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차체는 <매드맥스> 속 무법천지 디스토피아 황야를 폭주하는 배틀트럭을, 몇 번 접어놓은 박스같은 심플하고 매트한 표면감은 배트맨이 모는 배트모바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차체의 덩치가 크고 완만한 곡선이 위주인 요즘 SUV 자동차 디자인 룩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인들에게 사이버트럭의 직선 위주의 각진 몸체와 비정형적 비율은 어색하고 기이하다 느껴질 만하다. 그러나 사이버트럭의 그같은 기상천외한 외형 뒤에는 지속가능성-환경친화성-기능주의를 고려한 고심과 작업이 반영돼있다.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은 테슬라 전기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의 수석 디자이너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Franz von Holzhausen)이 설계했다. 앞뒤 좌석 모두 각각 3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총 6인승 실내 구조이며, 운전은 한 대의 디스플레이 스크린 인터페이싱에서 100% 풀 오토파일럿 자유주행 시스템으로 제어된다.

사이버트럭의 엑소스켈레톤 프레임.

몸체는 프레임과 바디가 하나인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이다. 엑소스켈레톤이란 기존 자동차들이 대체로 바디-온-프레임(body-on-frame) 즉, 섀시 위에 바디를 얻는 구조인 것과 다르게 차대(Chassis, 車臺)-차제(Body, 車體) 일체형 구조를 뜻한다. 이같은 차체 프레임은 전기차 내부의 부품 장착 공간을 보다 넓게 확보해주어 전기구동차에 탑재될 건전지팩과 기타 장비 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설계 솔루션이다.

무엇보다도 사이버트럭의 미니멀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모양새는 차제 시트의 재질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사이버트럭의 차체용 소재는 초고강도 30X 콜드-롤드 스테인레스 강철 합금이다. 본래 머스크는 스페이스X 스타십(starship) 우주선과 팔콘9호 외벽에 썼던 알루미늄 리티움 합금을 사용할 생각이었으나 그보다 더 강한 30X 콜드-롤드 스테인레스를 채택했다고 한다.

사이버트럭 인테리어. 최대 6인승 좌석 배치. 완전자율주행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모니터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Courtesy: Tesla
사이버트럭 인테리어. 최대 6인승 좌석 배치. 완전자율주행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모니터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Courtesy: Tesla

이 초강력 시트는 높은 강도 때문에 스탬핑 공정에서 굴곡을 가하면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트를 누르거나 굽히는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차체 외형이 박스처럼 각지고 극도로 단순한 모양으로 스타일링된 이유는 바로 그래서다. 그 결과 사이버트럭 차체는 9mm 총 총탄을 막아낼 수 있고 자동차 문에 장착된 아머 글래스(armor glass) 유리창은 대형 쇠망치로 가격해도 깨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 

30X 콜드-롤드 스테인레스 강철의 또다른 장점은 흠집이 잘 나지않아 장기적으로 부식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것. 그 말은 흠집제거를 위한 차제 도장작업이 불필요하고 따라서 대기공해의 원인이던 맹독성 페인트와 도장재 사용을 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에 재료 혁신을 통한 공정과정 간소화 및 생산비 절감을 보여준 솔루션 사례라 할 만하다.

Courtesy: Tesla
픽업트럭의 불안정한 핸들링을 보완해 주는 삼각형 지붕 구조. Courtesy: Tesla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에서 또다른 인상적인 특징은 지붕이 삼각형이라는 점이다. 통상 픽업트럭은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 차 바퀴가 크고 프레임 위치와 무게중심이 높아 특히 고속 주행시 핸들링이 불안정하거나 뒤에 실은 짐의 중량에 따라 안정성이 변동하다는 단점이 있다. 삼각형 지붕 구조는 재질의 특성상 차체가 무거운 사이버트럭이 고속질주나 코너링 시에도 납작하게 설계된 차제 앞뒤의 평평한 표면이 기압을 견뎌내고 차의 체중을 효율적으로 배분시킬 수 있도록 안정적인 삼각형(triangular/truss) 본유의 물리적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 자동차 시장의 픽업트럭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인들(특히 교외 및 시골거주인)은 한 번 픽업 트럭 주인은 영원한 픽업 트럭 주인’이란 말이 있다. 대지가 크고 평균 주행거리가 길며 자동차를 단순한 목적지로의 이동 외에 레저활동, 물품운송과 보관 등 다목적 일상 용도로 차를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 차종의 수요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높다.

그같은 시장 구조에서 이 획기적 디자인의 사이버트럭이 본격 출시된다면 큰 매출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출고까지 주문자들은 4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사전 주문량이 밀려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이제까지의 비슷비슷한 덩치 위주의 픽업 트럭 디자인에서 벗어난 새로운 디자인에 굶주려 있는데다가 지금까지 축적돼온 자동차 전지 충전 인프라 구축과 자율주행 기술의 안정성 보강과 세련화가 완성된다면 사이버트럭이 새로운 도미넌트 자동차 디자인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끝으로, 실무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순수한 미학적 측면에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제까지와는 아주 색다른 형태와 기능주의를 표현한 제품이 선보였다는 점은 두 말 할 것 없이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두리뭉실하고 불필요한 곡선 위주의 그게그것 같아 보이는 무개성 자동차 디자인에 식상해져 있는 소비자들에게 테슬라의 색다른 디자인은 매력적인 차별화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정치사회적 불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위축되는 경제심리의 위협 속에서 사이버트럭 디자인은 일면 현대 소비자인들이 갈구하는 방어와 보호 욕구를 반영하는 기호학적 징후일지 모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