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두 가지 시선..."최고경영진 불법 조사" VS "이재용 구속 면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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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두 가지 시선..."최고경영진 불법 조사" VS "이재용 구속 면피용"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2.06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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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6시간 마라톤 회의 첫 시작...준법감시위원회 권한 등 운영 규정 마련
- 준법감시위 "후원금 모니터링하고 최고경영진 불법행위 감시할 것"
- 박용진 의원 "재판부의 재벌 총수 봐주기 공판 진행 강력히 규탄"
- 재계 "삼성이 어떤 선택을 해도 비판하는 식은 적절치 않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자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긍정론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조직이라는 비판론이 동시에 일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상 준법 여부를 감시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5일 오후,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위원회 운영 규정 마련과 향후 활동 방향 관련 6시간 동안 첫 회의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날 서초타워 앞에선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규탄 집회가 열렸다.

삼성 준법감시위를 두고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하는 셈이다. 

공판 출석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앞서 삼성그룹 내 7개 주요 계열사들은 '삼성 준법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공동 체결에 이어 각 계열사의 이사회 의결 절차를 지난 3일 마무리했다.

협약 참여 7개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이다. 참여 기업은 단계적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외부에 설치된 독립기구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의 준법체계 감시 제도 마련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에 삼성은 두 달여 간의 논의 끝에 지난 1월, 진보 성향인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날 첫 회의에서 삼성 준법감시위는 위원회 권한 등에 대한 사항을 정하고 운영 규정에 담았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7개 계열사가 대외적으로 후원하는 돈 지출과 관련해 사전 또는 사후에 통지받고 모니터링 하게 된다. 또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사전 또는 사후에 통보받아 점검할 예정이다.

삼성 준법감시위 1차 회의 장면 [사진 연합뉴스]

그리고 합병, 기업공개 등 계열사들과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뤄지는 각종 거래와 조직 변경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고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할 방안도 마련했다.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해당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위험을 고지하는 방식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최고경영진이 관여된 준법의무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와 시정 조치 등을 요구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직접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각 계열사들이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적시해 통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 준법감위 권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계열사들이 재권고조차 수용하지 않으면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그 사실을 준법감시위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 7개 계열사의 준법프로그램 현황과 내용 등을 청취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며 "앞으로 위원회의 활동 방향 측면에서 보완하고 개선해야될 것들은 추후에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준법위 위원은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의 외부인사, 그리고 내부인사로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시민단체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준법위는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해 '이재용 재판 양형 봐주기'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왼쪽 네 번째)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범죄 진상규명 및 법원의 공정한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는 처음부터 재판부가 제안했고 재판부는 당초 "양형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부정했다는 것. 하지만, 지난달 17일 공판에서는 이 제도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된다면 양형조건으로 고려될수 있다고 했다. 이는 사법부와 삼성이 짜맞춘 양형봐주기 공판이는 주장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6명과 시민단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외부기구인 준법위가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재판부의 재벌 총수 봐주기 공판 진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 첫 회의가 열린 서초타워 앞에서도 규탄은 이어졌다.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도 5일 "준법위 설치로 대한민국 법질서를 우롱하고, 이재용 구속을 면하고자 하는 삼성의 초법적 공작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준법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지금 당장 암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부터 중단시켜야 한다"며 "삼성 무노조 경영의 피해자인 김용희씨와 이주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과천 철거민 등 피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현재 진행 중인 고공농성 등 관련자들의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 경우 삼성 준법감시위가 삼성그룹 관련 외부 문제의 창구 역할과 문제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기존 삼성 내 대외협력 부서 등과 역할이 모호해지고 '옥상 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삼성은 반도체 불황 등 대내외 위기 상황 속에서 속앓이를 하는 신세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의 월급은 결국 삼성에서 주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지만 무보수로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에서 애매하다. 재판부가 삼성에 요구한 것인 만큼 삼성에서 비용을 포함한 제반 지원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재계 관계자는 "삼성으로는 재판부에 따라 준법감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삼성이 준범감시위를 만들지 않으면 왜 안하느냐고 할 것 아니냐. 지금은 준법감시위를 '이재용 봐주기용'이라고 비판한다. 삼성이 어떤 선택을 해도 비판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재계 단체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만큼 기업의 준법경영 실현 의지를 믿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 판단에 압력을 가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여론몰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신세란 얘기다.

삼성 준법감시위 2차 회의는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위원회가 다뤄야 할 주요 쟁점들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다음 공판은 오는 14일 열린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이 끝나지 않는 한 삼성 준법감시위를 두고 그 역할에 대한 긍정론과 비판론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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