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영 前 국방장관 "韓美, '포괄협상 방식'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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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영 前 국방장관 "韓美, '포괄협상 방식' 검토해야"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2.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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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위비협상·인도태평양전략·호르무즈 파병·전작권 전환 등 연계해 포괄협상하는 방식 검토 필요"
- "인도·태평양 전략 입장 결정해야 할 때...中 등과는 외교 노력으로 관계 개선해야 "
- "모병제 실시, 세심한 노력 필요...4차 산업혁명 기술·여군 역할 확대로 전력 균형 지켜야"

지난 달 14~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제6차 회의가 또 결렬됐다. 제7차 회의가 이번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데 여전히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방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미국은 즉각 환영을 표했다. 

올해는 국방예산이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감소와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국방과 안보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을 만나 올 한해 국방과 안보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김태영 제42대 국방장관.
김태영 전 국방장관.

-이번달 열릴 방위비 협상이 또 결렬되면 주한미군부대에 근무하는 내국인들의 급여 지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방위비 협상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는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토)국가들과 일본에 앞서 방위비 협상을 하고 있다. 이점이 힘든 점이다. 금액상으로는 일본이나 나토 국가들에 비해 훨씬 적은데 우리나라와 협상결과가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올해 대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요한 선거 전략일 수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번 한번만 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분담금 협상을 해야한다. 한번 큰 폭으로 인상을 하거나 새로운 항목을 인정하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또 미국 민주당이나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해 반대하거나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위비 협상을 다른 사안들과 묶어서 포괄협상으로 전환하는 대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파병과 작전 협조, 인도태평양전략과 연계한 남중국 자유항해보장문제, 전시작전권 전환 사안 등을 포괄적으로 협상하게 되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급여 지급 등의 문제는 별도 구분해 협의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도 이런 방식으로 방위비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포괄협상을 하자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입장이 먼저 결정돼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상기해야 한다. 정확히 하자면,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안보가 미국의 안보가 되려면 미국의 안보를 우리 안보문제로 여겨야 한다. 입장을 정해야 중국이나 러시아에 이해를 구하고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들이 확정될 수 있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관계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외교 역량도 필요하다. 이런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외교적 결정을 할 때 국내 정치적 여론에 기반한 결정보다는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은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 관점에서 국익을 최우선한 결정을 해야 한다. 

-최근 모병제와 성전환 군인이 화제가 됐다. 저출산에 대한 전력 유지를 위한 대안이 있다면. 

 모병제를 하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꼼꼼히 짚어가면서 대책을 세워가면서 해야한다. 

병력은 감소하는데 근무기간도 18개월로 줄었다. 게다가 진급도 이전보다 많이 빨라졌다. 계급에 비해 전투능력이 이전보다 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은 이등병과 일병의 진급기간이 각각 6개월이다. 우리나라 이등병은 2개월만에 일병이 된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에 과학적 훈련과 장비를 통해 전투능력을 더빨리 향상시킬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여군에 대한 문호도 개방하고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장비 등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예전에 호주를 방문했다. 호주군은 10만명이 채 안되는데, 여군이 제법 많았다. 여군 장교에게 머무는 동안 안내를 받았는데, 호주에서는 여군이 보초 근무도 하고 직접 운전도 했다. 남·녀 간에 업무 구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군에 있는 시설과 장비들은 여군들이 사용하기에 부적합할 수도 있다. 여군들이 군인으로 역량을 펼치려면 세심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4차산업혁명 기술을 군에 적시에 적절히 접목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과학화를 중심으로 전력을 강화해야 병력 감소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북한군은 110만명이고, 복무기간도 우리보다 훨씬 길다. 우리 병사들은 18개월이면 전역하는데, 북한 군인들은 10년 가까이 군 복무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개인의 전투력은 높다고 봐야한다. 그러니 과학기술로 그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민간의 기술발전 속도가 더 빠른 분야들은 기존의 형식이나 절차와 상관없이 즉시 전력에 적용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새 그런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성전환 군인에 대해서는 군에 있을 때 경험해보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은 성별 구분이 군내에 뚜렷하지 않아서 우리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영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약력

육사 29기, 군복무(1973년~2009년), 육군대장,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의장, 제42대 국방부장관을 지냈다.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문희상 의원조차 "잘된 인사"라고 했을 만큼 청렴하고 모범적 인품으로 주변의 신망이 두텁다고 알려져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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