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의 대가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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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의 대가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
  • 정우택
  • 승인 2011.07.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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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m가 넘는 폭우로 서울의 강남과 광화문 대치동이 물에 잠긴 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면산 산사태도 그렇다.

전철 안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강남도 별 수 없구나.”고 말하자 다른 사람은 “자연파괴로 인한 재앙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다”고 거들었다.

이 말은 정비가 잘 된 강남이라고 물에 잠기지 말라는 법도 없고, 저지대 오류동 이라고 해서 늘 물에 잠기기만 하라는 법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아침 신문은 강남역이 물바다가 된 것을 크게 보도했다. 강남 물바다가 뭐가 그리 큰 얘기거리가 된다는 말인가? 의정부나 포천 부천 등이 물바다가 된 것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또 뭔가?

  우면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 무분별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진흙이 말해준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신문의 논조대로 라면 강남이나 대치동 같은 곳은 물에 잠기면 안 되고, 광명이나 포천 의정부 부천 구로 등 등 주변 변두리는 물에 잠겨도 된다는 뜻인가? 아무튼 기자들의 머리는 읽는 게 아주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번 폭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00년 만에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한 것 말고도 서울의 강남 광화문 대치동 선릉 분당 등 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통하는 지역이 온통 물바다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의 요지중의 요지로 배수시설도 잘 되고 비가 와도 큰 문제가 없던 곳이다. 그만큼 안전지대였다.

우면산도 산사태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우면산 자락도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춘천 가는 길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있어도 우면산은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곳, 안전지대로 통하는 곳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 지역이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언론인들조차도 강남이나 우면산 선릉 대치동 분당 등은 사고가 없는 곳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1호선 오류동 역은 툭하면 물에 잠겨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의정부나 포천은 물바다가 되고, 광명과 구로동 인천 등 저지대는 늘 침수가 되는 것으로 기자들의 머릿속이 아예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가 준 가장 큰 교훈은 아무래도 “물은 공평하다” 거나 “자연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이 없다”는 것일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보면 강남이나 강화문, 분당, 대치동 선릉 등은 물에 잠기면 안 되었다. 우면산에도 산사태가 나면 안 되었다.

그러나 자연은 사람들, 특히 기자들의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비가 많이 오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강남이든 강북이든, 잘 사는 동네든 못 사는 동네든 별 수 없다는 것이다. 부천 오정동에 사는 사람이 집안에 들이 닥친 물을 퍼내는 것이나 우면산 산자락에 사는 사람이 물을 퍼내는 것이나 다 같지 않은가?

자연은 차별이 없다. 일본 동북해안에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해일은 모든 사람을 삼켜버렸다. 지위나 인물, 재산이나 명예를 따지지 않았다. 모두 꼭 같이 삼켜버렸다. 다 같이 울고, 다 같이 아파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허리케인으로 1년에 수천 채의 가옥이 하늘로 날아간다. 회오리 바람이 집을 부수고, 모든 것을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람도 다친다. 이때도 바람은 차별이 없다.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곳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자연에게 같은 피해를 준다.

          열심히 수해복구에 나선 군인들.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자연을 훼손하면 언제 어떤 재앙이 올리 모른다. 사진  = 뉴시스 제공

태풍도 마찬가지다. 일본이나 대만 중국 동해안, 필리핀, 우리나라는 일년에 몇 번씩 큰 태풍을 겪는데 이때도 태풍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잘 났건 못났건, 돈이 있든 없든, 얼굴이 예쁘든 그렇지 않든, 회사의 사장이든 말단 종업원이든 차별 없이 고통을 준다.

서울을 한 순간에 마비된 것은 가장 큰 원인은 한번에 비가 몰려서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게 있는데 그게 바로 자연파괴, 환경파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인간의 입맛에 따라 마구잡이로 파괴하다 보니 우면산에 산 사태가 나고, 광화문고 강남, 대치동이 물 바다가 된 것이 아닌가?

이번 폭우는 그래서 ‘겸손하라’는 교훈을 준다. 사람이 잘난 것 같지만 별 것 아니고, 좋은 곳에서 사는 것 같지만 그것도 막상 큰 일이 터지면 별 것 아니다. 강남 사는 사람들은 안양천 주면 사람들만 물이 넘쳐 고통 받을 것 같지만 실제는 나의 일이 되고 말았다.

반대로 안양천 주변에 사는 사람은 툭하면 물이 넘쳐 나만 고통 받는 것 같지만 가장 살기 좋고, 가장 피해가 적다는 강남이나 대치동 분당지역 사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인생은 돌고 돈다는 것인가? 새옹지마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인가?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인가? 밤이 되면 아침이 오고,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인가? 성경에 보면 땅에서 부자로 살던 사람이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지고, 땅에서 다른 사람이 버린 음식을 주워 먹으며 살던 거지는 죽어서 천국에 가는 얘기가 그래서 있는 것인가?

우리가 세강에 잠간 살면서 이런 것, 저런 것을 따지지만 막상 큰 위기나 재난이 오면 우리가 자랑했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도 그렇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같다. 아무 것도 가져 갈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다.

우린 돈이 많다고 너무 자랑할 것도 아니고, 권력과 명예가 있다고 너무 목에 힘을 줄 것도 아니다. 잘 나간다고 교만할 것도 없다. 반대로 돈이 없다고 기가 죽을 것도 없고, 힘없고 배경이 없다고 주눅이 들 것도 없다.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을 돌아보며 소박하게 살면 된다. 그게 하늘의 뜻일 것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모두가 공평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생명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또 지켜야 할 게 있는데 바로 자연이다. 아름다운 자연, 있는 그대로 보고 감상하고 즐겨야 한다. 자연을 지키는 게 인간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 폭우는 잘 보여주었다.

정우택 기자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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