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Who’s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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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Who’s WHO?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1.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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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비난 쏟아져
[사진=WHO]
[사진=WHO]

“Who is WHO?”

세계보건기구(WHO)는 누구인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두고 WHO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WHO인가’라는 궁극적 질문에 맞닿아 있다. WHO는 소개 글에서 “모든 곳, 모든 이들을 위해 보다 나은 보건을 제공한다(Better health for everyone, everywhere)”라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한 더 낫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We are building a better, healthier future for people all over the world)”라고 강조했다. WHO 회원국은 194개국이다. 전 세계를 여섯 개 지역으로 나누고 150개 사무실이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WHO를 보면 ‘더 건강하고,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말이 무색하다. 지난 23일 소집된 1차 긴급위원회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어야 했음에도 미뤘다. 안일한 대처였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

그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현재 감염자만 1만 명에 육박한다. 사망자는 200명이 넘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가 31일 오전 9시 현재 집계한 것을 보면 국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총 9805명, 사망자는 21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본에서는 무증상 병원체보유자 2명까지 확인됐다.

‘사람 간 전염’으로 전 세계에서 2차 감염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한을 다녀오지 않았는데 감염된 ‘2차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무증상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 백신과 치료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손 잘 씻고, 기침 예절 지키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상식적 의학지식 이외에 궁금한 게 너무 많다.

부랴부랴 WHO는 30일 긴급위원회를 재소집했고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했다.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상식적 의학지식이 아닌 WHO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 간 전염’은 왜 일어나는지, 변종이 생긴 것인지, 백신과 치료제는 언제쯤 나오는지, 무증상자는 왜 나온 것인지, 국제적 공조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다.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고 강력한 국제공조로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게 WHO의 역할이다.

그렇게 하라고 194개국에서 십시일반 지원금을 내놓는 것일 게다. WHO 사무총장의 최근 기자회견을 보면 중국에 대한 무한한 신뢰(?)만을 강조하고 근본적 대책에 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아 전 세계 보건을 책임지는 기구의 수장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지금의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에 대한 인식보다 중국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았다. WHO 사무총장으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중국에 대해 ‘최고로 잘 대처하고 있어’ ‘중국에 가봤더니 잘 하고 있더라’ ‘중국을 무한 신뢰한다’ 등으로 치장해 버리는 기자 회견문은 낯뜨겁다. 이를 읽는 전 세계인들은 “그렇게 잘하고 있는데 사태가 이 지경이냐”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비상사태 선포 이후 30일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번 중국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분명히 해 두겠는데 이번 (비상사태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Let me be clear: this declaration is not a vote of no confidence in China)”라며 “WHO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중국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자는 게 아닌데 이 상황에서 ‘Let me be clear’라고 굳이 말했어야 했을까.

사무총장의 ‘중국어천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러 면에서 중국은 실제로 비상 대응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고 있고 과장이 아니다(In many ways, China is actually setting a new standard for outbreak response. It’s not an exaggeration)”라고 까지 언급했다. 중국이 WHO에 엄청난 금액의 지원금을 내놓고 있어 눈치를 보는 거라면 이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다.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현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WHO에 대해 전 세계인들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무총장이 기자 회견문 끝에 언급했던 ‘공포보다는 사실에, 소문보다는 과학에, 낙인보다는 연대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 위기극복을 위해 WHO는 ‘Who’s WHO?’라는 궁극적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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