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가상화폐(CBDC), 한은이 주저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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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가상화폐(CBDC), 한은이 주저하는 까닭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1.31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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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아니지만, 미래대비 필요"...달라진 온도차
한국은행 [사진=녹색경제신문 DB]

 

2020년 전 세계 각 산업·경제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ICT 기술과 기존의 전통적 산업을 어떻게 융복합하느냐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있다.

금융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2009년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가상통화의 등장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주목도도 커졌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성숙도가 낮은 국가나, 현금 이용이 최근 크게 감소하는 추세를 발 빠르게 따라가는 국가에서는 이미 CBDC 발행을 실험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나 다양한 기관·단체, 학계와 관련 전문가 집단들도 연구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아직 CBDC의 발행에 대해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한국은행법'을 비롯해 관련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밑작업은 종종(?) 정쟁에 밀려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CBDC의 발행은 단순히 중앙은행의 변화만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종합적인 시각과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기관들과 최근 다수의 핀테크 기업들이 촘촘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CBDC 발행동기를 찾기는 어렵다.

이는 미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한국이 참고할 주요국 중앙은행들 역시 마찬가지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방향이 뒤집히진 않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소극적 입장과는 변모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하여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국제기구에서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BDC, 도대체 무엇?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가리켜 CBDC로 정의한다. BIS는 2018년 CBDC를 두고 "기존의 지급준비예치금도 그 형태상 CBDC와 유사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중앙은행이 새로 발행하는 전자화폐라고 보는 게 쉽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일반적으로 거래에 쓰는 소액결제용(general-purpose) CBDC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거래에 쓰이는 거액결제용(wholesale only) CBDC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적 방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현금과는 달리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고, 이자 지급, 보유한도 설정, 이용시간의 조절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책적 유도가 가능하다.

CBDC의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미래의 화폐',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부상하기엔 신뢰성이 부족하고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이미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적 방식의 화폐가 갖는 장점 역시 부각된 게 사실이다. 결국 장점을 살리고, 한계를 관리해 나갈 방법을 찾는다.

요약컨대, 신뢰성이 높으며 효율적인 통화시스템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화폐에서 비롯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CBDC 형태로 구현할 경우 효율성 및 안정성이 담보되고 관련 기술의 전이효과가 발생할지에 대해 실험 및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주요국에서 CBDC 발행 및 사용이 보편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이고 종합적 관점에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CBDC 논의의 첨단을 걷는 국가

앞서 말했듯, CBDC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거액결제 시스템에 대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 국가 중 캐나다의 사례가 눈에 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실시간 총액결제와 증권청산결제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구축하는 'Jaspe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매일 업무개시 시점에 지급준비금의 일부를 별도 계정으로 이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예탁증서 방식을 통해 동일금액만큼 디지털토큰을 발행한다.

Jasper 프로젝트에선 이를 CADcoin으로 부른다.

은행은 매일 업무개시 때 지급준비금을 CADcoin으로 교환하고, 이를 여타 은행과의 거액결제 때 사용한다.

중앙은행은 업무시간 종료 때 당일 발행 CADcoin을 환수하면서 본원통화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CBDC가 분산원장기술 방식을 통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끼리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MAS도 캐나다의 CADcoin과 비슷한 방식의 거액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Ubi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앞서 언급한 내용과 동일한 내부 실험모형 구축을 마무리하고 캐나다 중앙은행, 영란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외환동시 결제시스템에 대한 연구로 확대되고 있다.

CBDC가 보다 폭 넓게 사회전반 및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사례는 소매용 형태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미 연준의 'Fedcoin' 발행이다. 미 달러화와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에 의해 독점적으로 발행이 이뤄지지만, 거래 시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처럼 분산된 형태를 취한다.

사전에 발행량이 고정돼 있는 비트코인 등과는 달리 현금처럼 소비자의 보유 수요에 맞춰 발행되면 Fedcoin의 가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현금, 지급준비금과 더불어 본원통화를 구성하는 제3의 공식 통화(sovereign currency)의 성격도 갖게 된다.

스웨덴의 경우도 현금 사용의 급격한 축소에 따라 이를 대체할 'e-Korona' 발행의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중국도 2014년부터 디지털토큰 형태의 CBDC 발행을 준비해 왔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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