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우드 숲’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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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우드 숲’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6.10.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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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주장환논설위원) 역사적으로 야만의 시대라 부르던 11세기 잉글랜드는 기아에 허덕이며 봉건 영주의 착취에 신음하고 있었다. 중부 코벤트리라는 지역에서 레오프릭이란 영주가 농노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징수하자 영주의 아내 고다이바가 이에 항의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돈 역사적 에피소드도 이때 생겨났다.

▲ 셔우드 숲의 함정은 성장과 분배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영국 BBC의 '로빈후드 시즌3'.

이 당시 셔우드 숲을 근거지로 삼아 왕이나 영주에게 뇌물을 갖다 바치는 부자와 관리 및 귀족, 혹은 가난한 사람을 현혹시켜 돈을 갈취해 가는 성직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등장했는데 바로 로빈후드다.

로빈후드의 강도질(?)로 숲은 풍요로워졌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하나 둘 모여 들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로빈후드가 숲에 진을 치고 돈을 뺏는다는 소문이 나돌자 숲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른 길로 우회하여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숲은 빼앗을 것이 점점 없어지고 마침내는 먹을 것도 못 구해 허덕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경제학에서는 이걸 로빈후드 효과(Robin Hood effect)라 부른다. 즉,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부를 재분배할 경우, 오히려 전체적인 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부자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의적의 이미지는 우파적 시각에서 좌파의 사회적 부의 분배와 동일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우파적 시각에서 부는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부자에게서 가난한 자에게로 순환되어야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전체적 사회의 부가 유지되고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우리 속담과도 통한다. 이들은 돈을 가난한 자에게 듬뿍 주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유태인의 속담에 ‘물고기를 한 마리 준다면 하루밖에 살지 못하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한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빚을 직접 갚아 주는게 아니라 그 빚을 갚을 방법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진보적 복지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요즘 정치권은 성장론 바람이 불고 있다. 저성장이 여전한데다 양극화에 대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국민성장’을 내세우자 안철수 의원은 ‘공정한 기회'를 통한 성장-분배의 제도적 선순환’을 내세웠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성장과 복지의 상생 추구’를,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공존의 경제를 통한 더불어성장’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혁신성장’을,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를 통한 빈곤 및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여야를 넘어 ‘성장’을 핵심 아젠다로 내걸며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심산으로보이나 이들 성장론은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고만고만하거나 비슷비슷하다. 이들 대부분은 과거에 복지(분배) 우선론을 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젠 성장론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우리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튼 성장론이든 분배론이든 한국형 성장-복지전략은 기존의 복지형태의 함정을 넘어서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셔우드 숲의 실수를 벗어나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주장환 논설위원  whanilj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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