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기로에 선 예탁결제원, 관치금융으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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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기로에 선 예탁결제원, 관치금융으로 회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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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새로운 리더십 절실

 

전자증권제도 도입 이후 미래를 대비한 조직 변화를 꾀하고 있는 예탁결제원이 기업은행 이후 또다시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의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제22대 사장 선출과정의 막바지에 들어섰다.

지난 1월 3일 후보 공개모집 원서가 마감된 이후, 10일 면접을 치렀고 14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 선출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결의했다. 

29일 임시주총을 거쳐 금융위원장의 승인으로 선임절차가 마무리된다.

예탁결제원의 이번 사장 선출에는 현 노조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한국예탁결제원지부 제해문 지부장은 "사장 선임 절차가 이렇게 깜깜이식으로 진행된 것은 46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급변하는 내외 환경 속에 보신주의에 빠진 관료출신 사장이 아닌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주요 후보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주요 후보

 

변화의 내용은? 민간과 경쟁심화

예탁결제원은 지분의 70%를 한국거래소가 소유하고 있는 기타공공기관이다.

지난해 9월 전자증권 제도가 도입되며 예탁결제원의 비즈니스 환경은 독점에서 경쟁으로 바뀌었다.

예컨대 코스콤이 추진 중인 주주명부 기반 비상장주식 거래시스템 '비마이 유니콘' 사업과 카사코리아가 추진 중인 부동산 수익증권 토큰화 사업은 예탁결제원의 핵심 업무인 전자등록기관 업무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대차중개, 채권결제, 전자투표 등 예탁결제원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수행하는 부가서비스 업무에 핀테크 기업들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오픈뱅킹 플랫폼이 구축된 것처럼, 증권분야도 오픈 플랫폼 구축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협회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체거래시스템(ATS)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래소가 지분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예탁결제원은 둘 사이 경쟁관계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거세지는 외풍, 술렁이는 내풍

외부의 거센 도전은 조직 내부가 단단히 결집할 때 이겨낼 수 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노조의 발제로 '미래발전추진단(비전 2030)'을 구성해 조직 혁신을 기획하고 있다.

미래발전추진단은 내외 현재 예탁결제원이 직면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스스로를 진단한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집단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냉소적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총액인건비 제약으로 이해의 상충은 첨예화되고 있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미래와 자기 자신의 미래를 구분하며, '파이 나누기'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현실이다.

여기에 타 금융기관·공공기관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과 같이 인력이 고령화되고 그에 따라 후선조직은 비대해지며, 결국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조직은 이원화되고, 이는 또다시 협업체계를 무너뜨리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

아울러 이사회를 비롯한 지배구조가 낙후되었다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결국 앞서 언급한 외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 내부의 면역력을 키워야 할 텐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관치금융의 맹점

'낙하산 인사' 자체가 문제의식의 본질은 아니다.

"이왕에 올 거면 힘을 가진 실세 낙하산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한 금융기관 관계자의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고도로 분업화, 전문화되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어느 조직이나 말단 업무부터 미래를 위한 포석까지 두루 능력을 갖춘 리더를 찾고, 뽑는다는 것은 수월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권력의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차지한 조직의 수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는 다 거론하지 못할 정도로,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보여지고 있다. 심지어 부임하기 전부터 임기 후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리더들도 부지기수다.

결국 리더십의 부재는 1차적으로는 조직 구성원이 감당해야 하고, 2차적으로는 해당 기관의 고객들,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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