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에너지부 만들어야 한다"…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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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후에너지부 만들어야 한다"…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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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반대 심했는데도 정치 뛰어든 건… 에너지 운동 확산 의지 때문
"시민단체, 환경 피해 입은 사람들과 끈 놓지 않고 가겠다"
1호 입법은 에너지 전환 기본법…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필요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조직이 필요하다. 기후에너지부가 만들어져야 한다."

20년.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이 환경운동을 해온 시간이다. 인생 2막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해 9월 그는 정치를 택했다. 주변 반대가 컸다. 유능한 전문가이자 왕성한 활동가를 잃은 시민사회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스스로 그 심정이 이해됐다. 그럼에도 정치의 길에 선 건 에너지 운동의 ‘확대’와 이상의 ‘실현’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원칙과 정치권의 현실 구현 원리를 한 바퀴처럼 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사진=정의당]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사진=정의당]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을 앞두고 분주한 이 본부장을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앞뒤로 일정이 있다고 했다. 정치를 하기 이전 시민사회 활동가 때부터 몸에 밴 바쁨이었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시민사회에서도 기후·에너지 문제를 공부하고 알리는 활동가가 많지 않다. 한 명의 활동가가 바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본부장은 1996년 환경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 현장에도 팀을 꾸려 참여했다. 단체를 만들어 환경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000년부터다. 청년환경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단체는 2010년 에너지정의행동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시민단체 활동 20년을 일단락 짓고 당에 넘어왔다는 그에게 정치인으로서의 포부와 계획을 물었다.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명과 암, 기후변화라는 큰 위기를 맞은 세계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다음은 이헌석 본부장과 일문일답

-시민사회 활동을 오래 했다. 정의당 입당 결심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심상정 대표가 제 영입을 두고 삼고초려라는 말을 하셨다. 제가 두 번 이상 거부했던 것 같다. 시민단체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했는데, 결국 정치를 하게 됐다. 최종 결심을 하게 된 건 에너지 운동을 확산해보자는 의지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구분돼 있는데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가 원칙과 이상이 있다면 정치권은 그걸 현실로 구현하는 곳이다. 두 개가 조화롭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제가 밑바닥부터 일해왔기 때문에 20년 된 활동가가 다른 곳에 간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주변 동료들에게는 정치를 통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면 운동에 도움 되는 일 아니겠냐고 설득했다. 과정들이 꽤 오래 걸렸다. 그분들도 지금은 제 생각과 의지를 이해하고, 많이 도와주고 있다.

-정치인으로 나선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변절이나 변질로 비춰질 수 있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이런 이슈들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활동가와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만 다를 뿐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가끔 힘을 남용하는 일이 있고, 타협해야 하는 일도 생기다 보니 변절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결국 활동으로 평가받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저는 시민단체에 남은 많은 분들이 제 초심을 지키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환경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과 연결된 끈, 이걸 놓지 않고 간다면 초심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입법을 하고 싶나.

에너지 전환 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에너지 관련 법안들이 뒤섞여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합된 법안이 필요하다. 현재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판할 때 나오는 얘기가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법률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또 기후에너지부라는 단일 부처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는 환경부가 기후, 산업부가 에너지를 하는 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환경부가 규제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법안과 행정의 힘이 모두 필요하다. 앞서 말한 에너지전환기본법과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 두 가지를 세우는 걸 중요한 목표로 잡고 의정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

-탈원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 사회가 탈원전 늪에 빠져 있다. 기승전 탈원전이 됐다. 참 아까운 3년을 버린 것이다. 논의 포인트는 탈원전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기후 문제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화석연료와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으로부터의 탈피다. 실제 우리가 쓰는 많은 에너지원 가운데 원자력은 하나일 뿐이다. 핵발전을 최대로 해도 전기만 생산할 수 있어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데 한계도 크다.

정치가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는 에너지 관련 정치가 부재하다. 21대 국회에서 해야 할 것은 에너지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의 부활이다. 특히 에너지원은 없고, 소비는 많은 상황에서 국가 에너지 믹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의를 원내에서부터 다시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벌써 70여개국 가량이 탄소 배출 제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 제로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탄소 배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과 효율을 높이는 이런 논의들이 먼저 돼야 한다. 탈원전 논의는 오히려 나중에 해도 된다. 총량과 총수요를 줄이는 논의가 돼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 내에 정권이 바뀌는 만큼 새 정권에서 안착하기 위한 입법을 국회에서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잘한 점과 못한 점에 대해 평가한다면.

에너지 전환이라는 의제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고 정책을 추진한 점을 굉장히 높게 사고 싶다. 역대 정권을 보면 정치 문제 등이 중요 이슈였다. 에너지 정책은 주로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사회적 갈등이 생겼을 때 나서는 수준이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 국정 과제로 올라와 있다. 이런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아쉬운 점도 여기서 나온다. 촛불로 당선된 정권이고, 당선된 지 얼마 안 돼 정책을 발표했는데, 공약이 많이 후퇴됐다. 좀 더 준비해서 발표를 하는 게 좋지 않았겠나 생각이 든다. 실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공약이 많고, 사회를 봉합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그린뉴딜경제위원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이헌석 본부장. [사진=정의당]
지난해 11월 8일 열린 그린뉴딜경제위원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이헌석 본부장. [사진=정의당]

-정부가 ‘탈원전’이라고 선언해 버렸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것도 있지 않을까.

엄밀히 따지자면 탈원전도 아니다. 신고리 5, 6호기 이후 신규 원전을 안 짓겠다는 정도다. 과도하게 논란을 감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누가 보더라도 탈원전 정책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실제 멈춘 발전소가 없다. 재판 결론이 나서 월성 1호기 계속 운영 결정이 안 난 정도가 전부다. 탈원전이란 말을 안 쓰는 게 문 정부 정책 표현에 더 적합하다. 정부 스스로 혼란을 자초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탈원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초당적 합의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노조나 핵산업계 계신 분들, 원자력 공학과 교수님 등과 토론을 참 많이 했다. 한수원에서 강의도 수차례 했고, 원자력 학회나 방사선폐기물 학회에서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탈핵운동가와 원자력계 사람들이 척을 지고 얼굴도 안 본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서로 더 자주 만나서 다양한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정치적 공세로 되는 순간 서로 힘들어 진다. 지금 현재 한국 사회의 탈핵 문제는 어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의를 벗어난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진보 대 보수라는 각각의 진영 논박의 주제처럼 돼 있다. 탈핵 정책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 독일 메르켈 총리를 봐도 대표적 우파 정치인이다. 좌파거나 녹색당 정치인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는 진보 진영의 색깔이 있을 수 있다. 탈핵에는 좌우가 없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탈핵은 좌파, 찬핵은 우파라는 이상한 논리가 생겼다.

원전을 안 짓게 되면 관련 산업이 힘들다는 것도 더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 핵산업은 주문 생산형이다. 기술력이 우수하다. 밸브 하나의 스펙 자체가 다르다. 최고 수준의 기술인데, 이런 기술력이면 다른 산업에 내놓아도 충분히 잘 팔릴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전 세계에서 신규 원전을 열심히 짓는 나라가 중국, 인도, 러시아,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더 안 짓겠다고 하는데 건설 중인 것만 신고리 5·6, 신울진 1·2, UAE(아랍에미리트) 4개로 동시에 8개다. 이런 나라가 많지 않다.

더 이상 확대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핵산업계 계신 분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장밋빛으로 부풀린다. 미국이 한 때 원전 108기였다가 현재는 96기로 줄어들었다. 미국 보고 누구도 탈원전 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산업의 변화가 있는 거다. 정치 공세가 아니라 산업의 측면에서 어떻게 문제를 바라볼 것인지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정치권이 환경·에너지를 대하는 자세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원내로 진출한다면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가는 게 더 맞다. 많은 이들이 환경과 에너지를 환경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시각이 환경과 기후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과 기후는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다. 대표 선수 하나를 뽑아서 이걸 맡아서 하라고 하는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 상임위원회에 환경과 기후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국회에서 성인지 예산을 짜듯이 생태인지 예산을 짤 수 있어야 한다. 정책도 생태인지 정책이 필요하다. 환경 문제로 띄워 놓는 순간 해결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한 두 사람의 특화된 아이콘이 풀기에는 기후 문제가 중대하고 크다.

-의원 활동 포부와 계획이 궁금하다. 

최근 호주 산불이 5개월여 계속되는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에도 똑같은 산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진짜 비상상태를 맞이한 게 호주의 현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마치 산업의 발목을 잡는 식의 지나친 환경 규제로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득하고 국회에서 논의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 국회에는 기후위기라는 말이 동동 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오히려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인류 생존의 문제인 만큼 국회가 앞장서 에너지와기후 문제를 보는 시각을 교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계에는 강력한 시그널이 필요하다. 유럽의 그린뉴딜 계획을 보면 유럽 자본의 야욕이 느껴진다. 탄소국경세가 대표적이다. 싼 중국산이 들어오면 자국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유럽에서 물건을 팔고 싶으면 똑같은 환경 규제를 하라는 뜻이다. 전세계 자본의 움직임을 보면 환경 문제 해결은 산업 측면에서 더 긴밀히 대응해 움직여야 할 문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서 전기차를 도입했다면 내연차 관련 직종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걸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안 된다. 사회적 안전망 등 보완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진보 정당이라면 현재의 국제적 트렌드와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짚고, 그 과정에서 생길 약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보 진영 쪽의 그린뉴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고 하면 그로 인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상공인,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참여하는 일자리가 돼야 한다.

이런 게 성공하려면 꼼곰한 정책이 필요하다. 1년에 몇 조, 몇 천 억 등 큰 덩어리로 자본이 투입되면 모두 대기업 몫이 된다. 얼마를 투입해 어느 정도 확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하는 디테일이 필요하다. 큰 틀의 목표치뿐 아니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상세 계획이 함께 나오는 게 21대 국회의 중요한 과제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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