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인수전, 흥행엔 성공했는데 부담되는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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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인수전, 흥행엔 성공했는데 부담되는 몸값
  • 황동현 기자
  • 승인 2020.01.19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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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과 사모펀드간 인수경쟁 양상
당초 예상보다 많은 금융기관 참여...인수가격이 관건
푸르덴셜타워 <푸르덴셜생명 제공>
푸르덴셜타워 [사진=푸르덴셜생명 제공]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푸르덴셜생명의 인수전에 대형 금융회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와 인수가격 수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MBK파트너스와 KB금융지주,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대만 푸본생명 등 모두 다섯 회사가 참여해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드러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지난 16일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관심 있는 곳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매각 측은 예비입찰에 응한 곳 중 쇼트리스트(적격후보군)를 선정해 본입찰을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한 회사들 가운데 KB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짜회사로 평가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경쟁에서 결국 인수금액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사모펀드업계 1위인 MBK파트너스와 대형 금융지주사인 KB금융그룹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매각 대상은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가 보유한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이며 매각가는 2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금융지주 및 사모펀드 참여로 몸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0조808억원으로 업계 11위에 불과하지만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64억원으로 업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급여력(RBC) 비율이 515.04%로 1위를 달라고 있다. 수익성이 좋아 알짜 생보사로 평가받고 있다. 

푸르덴셜의 미국 본사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적정가를 약 2조~3조원 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9월 2조3000억원(주당 4만7400원)의 자금을 투입해 오렌지라이프의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조건으로 당시 주가대비 30% 이상 웃돈을 주고 샀다. 

오렌지라이프의 인수전에는 선두다툼을 벌이던 금융그룹간에 상당기간 눈치작전이 벌어지면서 인수가가 상승한 측면도 있었다. 

다만, ING생명이 사명 변경을 앞두고 있어 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됐고 KB금융그룹이 인수전에서 빠져나오면서 신한금융 입장에선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에는 유력한 경쟁후보였던 우리금융그룹이 예비입찰에 참여를 하지 않은 것은 인수후보자들 입장에서는 호재다. 또, 국내 보험업권의 업황이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금융그룹 1위 탈환 승부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제공)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포기한 KB금융이 1년 반 만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이번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윤종규 회장이 올해 11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금융권의 관심이 높다.

KB금융은 K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총자산이 10조원 수준으로 업계 17위에 머물러 있다.

수년 전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생보사 보강을 주문해왔기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업계에서는 만일, KB금융이 이번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동안 대형 M&A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의 지난해 9월말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5.59%로 규제비율 130%까지의 추가 출자여력은 8400억원으로 제한되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와 계열사의 배당 등을 고려할 경우 인수여력은 2조원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한편, 연 1600~1700억원(2017~2018년) 수준인 푸르덴셜생명의 순이익이 KB금융에 반영된다고 해서 KB금융이 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신한금융이 내달 오렌지라이프의 100% 자회사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면 완전자회사 전환 시 지분법에 따라 현재 60% 수준만 반영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의 순익은 신한금융에 100% 반영된다. 오렌지라이프가 연 3000억원 수준의 순익을 기록하는 만큼 신한금융은 완전자회사 전환만으로 1200억원 넘는 순익이 늘어난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해 올해 6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KB금융 내규상 한 번의 연임이 더 가능한 윤 회장 입장에서 연임에 도전할 경우 확실한 경영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M&A 전문, 풍부한 자금동원력이 무기 

지난해 9월 신한금융지주회사(회장 조용병)는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MBK파트너스와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48,500,000주(지분율 59.15%)를 총 2조 2989억 원에 인수하는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라이프투자유한회사 윤종하 대표,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사진=신한금융지주]
지난해 9월 신한금융지주회사(회장 조용병)는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MBK파트너스와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48,500,000주(지분율 59.15%)를 총 2조 2989억 원에 인수하는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라이프투자유한회사 윤종하 대표 [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

MBK파트너스는 회사명을 오렌지라이프로 변경한 ING생명 지분 100%를 2013년에 1조84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이어 배당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7000억 원 정도의 투자자금을 회수한 뒤 2018년 9월 보유하고 있던 잔여지분 59.15%를 신한금융지주에게 2조2989억 원에 매각했다. ING생명 인수를 통해 5년여 만에 투자금액을 제외하고도 2조 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셈이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인수 경쟁에서 KB금융지주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과감한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 1위회사로 풍부한 자금력과 유동성을 갖췄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60억 달러(약 7조 원) 정도의 5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2020년 초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 인수가격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 액수다.

MBK파트너스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한 뒤 투자 회수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푸르덴셜생명 인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있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뒤 투자 회수가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생명보험사 인수로 성공을 거둔 경험과 투자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환경은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과감한 움직임을 결정하는 데 힘을 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지주와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5월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롯데카드 인수를 따낸 것처럼 푸르덴셜생명 인수 경쟁에서도 우리금융지주와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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